30여년 전, 새내기 교사 시절의 일이다. 어느날 오후, 글씨를 읽지 못해 나머지 공부를 하던 녀석이 내가 교장실에 결재를 맡으러 간 사이에 장난을 치다가 유리창을 깨뜨리고 말았다. 그 일이 아니라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하루해가 모자랄 판인데 유리창까지 깬 것에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아이를 의자 위에 올려 세우고 긴 회초리로 종아리를 몇 대 때렸다. “오늘은 나머지 공부 그만하고 집으로 간다. 책보 잘 챙기도록 해. 그리고 오늘 배운 것 집에서 써 가지고 와. 알았어?” “…….” 대답이 없다. “빨리 집으로 가!” 교실 밖을 나갈 때 보니 아이의 종아리가 벌겋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미안했다. 화가 나기도 했지만 안쓰러운 생각도 들었다. 교실 모퉁이를 돌아가는 녀석을 다시 불러서 교실로 들어오도록 했다. 그리고는 누런 찌그러진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고 종아리를 담그게 한 뒤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 녀석은 의아한 듯 놀란 눈으로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미안하다. 화를 참지 못해서 너를 심하게 때렸구나.” “선생님, 괜찮아요. 별로 안 아팠어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앞으로 우리 좀 더 열심히 잘해보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밖으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