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정신치료에 대한 쌈박한 맛배기
많은 사람들이 “나도 상담을 좀 받아야 할 텐데”라고 말을 한다.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으면 “누구나 다 문제가 있지 않나요? 사는 게 너무 복잡해요”라는 답이 열에 일곱이다. 반가운 마음에 꼭 한 번 해보시라고 권한다. 그러나 제대로 정신치료를 받았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필요해보이나, 막상 하기는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막연히 필요성은 느끼지만 정신치료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알 수 없다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나도 모르는 나의 내면이 드러나고 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콤보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책을 찾아보면 나아질까 찾아본다. 그러나 대부분 정신치료나 정신분석의 이론을 설명하고 있거나, 정신치료의 대가가 일방적인 관점에서 쓴 환자의 사례집들이다. 이런 막막함과 불안을 필리파 페리의 ‘필리파 페리 박사의 심리치료극장’은 깔끔하게 풀어준다. 그렇다고 대단한 분량일 것이라 지레 겁먹지 말라. 책은 어이없을 정도로 가볍다. 펼쳐보면 페이지의 상단은 만화로 구성되어 치료자 펫과 환자 제임스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신치료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하단에는 각 장면의 의미에 대해서 이론적 설명과 벌어진 상황에 대한 풀이가 있
-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2012-03-13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