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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6·3 교육감 선거가 남긴 숙제

​선거철마다 찾아오는 ‘거리의 유세 음악’의 소음이 걷히고 마침내 성적표가 나왔다. 지난 6·3 지방선거를 통해 향후 4년간 우리 아이들의 교실을 책임질 대한민국 교육 수장들의 면면이 확정된 것이다. 선거 결과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강한 귀환, 그리고 곳곳에 심어진 중도·보수의 견제구”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언론은 이를 10:6의 구도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한 대다수 지역에서 민주·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깃발을 꽂으며 이른바 ‘진보 교육감 시대의 부활’을 알렸지만, 대구·경북·충북 등 보수의 텃밭은 건재했고 세종과 제주에서는 역사상 첫 여성 교육감이 탄생하는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특히 여성 교육감 출신이 이전의 1명에서 이제 3명으로 늘어난 것은 여성 특유의 더욱 섬세한 교육행정을 예측하기에 이른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거리와 교문 앞에 서서 “내가 적임자”라며 손을 흔들던 당선자들은 이제 교육청 집무실에 앉아 날카로운 예산서와 산적한 현안들을 마주해야 할 것이다. 이 묵직하고도 치열한 교육 전쟁의 서막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감시해야 할까? 이 글에서는 주요 언론의 관점을 반영하여 앞으로 전개될 교육의 흐름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단연 진보 진영의 약진이다. 서울의 정근식 교육감이 재선에 성공하며 안정을 택했고, 경기도에서는 5선 국회의원 출신의 안민석 교육감이 당선되며 이른바 '핀란드식 교육 개혁'과 공교육 강화를 전면에 내걸었다. 인천은 진보 성향의 도성훈 교육감의 3선 고지 점령, 충남의 이병도 교육감 역시 진보 색채를 띠며 교단에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의 예상 정책 흐름은 명확하다. 공교육의 책임성 강화,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 그리고 학생 인권과 다양성 존중이다. 안민석 당선인이 언급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를 만든 핀란드식 교육 혁명’처럼, 아이들을 줄 세우기 시험에서 해방시키고 각자의 잠재력을 깨우겠다는 이상적인 청사진이 다시금 교실을 채울 것으로 기대한다.

 

​“얘들아, 이제 행복하니?” 교실 밖으로 웃음소리가 흘러넘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무엇보다 바라는 이상향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불길한 그림자도 엄습한다. “행복한 건 좋은데, 우리 아이 수학 점수도 바닥으로 미끄러지는 건 아니겠지?” 하는 현실적인 불안감이 그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이 당면한 가장 큰 숙제는 지난 몇 년간 누적된 ‘코로나19발 학력 격차’와 ‘사교육비 폭등’이라는 괴물을 잡는 것이다. 시험을 없애고 경쟁을 줄이는 것이 자칫 ‘기초학력 저하’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면, 학부모들은 본능적으로 등을 돌릴 것이다. 이제는 진보 교육의 가치를 단순히 ‘행복한 교육’을 넘어 ‘더 깊게 배우는 교육’임을 증명해야 할 때이다.

 

​반면, 대구·경북·충북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탄탄한 기초 학력 신장”과 “교권 회복”을 무기로 자신들의 영토를 굳건히 지켜냈다. 여기에 세종의 강미애 당선인과 제주의 고의숙 당선인 같은 ‘첫 민선 여성 교육감’들의 등장은 한국 교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장 교사 출신이자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이들의 등장은 교육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보수 및 중도 성향 교육감들은 학력 진단평가 강화, AI 기반 맞춤형 학습을 통한 학력 신장, 그리고 무너진 교권의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의 인권만큼이나 교사의 생존권과 수장으로서의 권위가 중요하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최근 교육계의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교사가 교실에서 당당해야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논리는 지극히 상식적이며, 추진력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한민국 교육 지도는 진보의 거대한 흐름 속에 보수의 강력한 섬들이 솟아 있는 형태가 되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교육 정책의 양극화’나 ‘지속적인 갈등’을 우려한다. 실제로 정권과 교육감의 성향이 다를 때마다 학교 현장은 이랬다저랬다 춤을 추기 일쑤였다.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가 바뀌고, 교육감이 바뀌면 대입 전형과 고교 체제가 흔들리는 아찔한 널뛰기를 우리는 이미 수없이 목격했다.

 

​그러나 이번 6·3 선거 결과는 오히려 우리에게 ‘견제와 균형’이라는 절묘한 황금비율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보 교육감들은 보수 진영의 ‘학력 중시’ 목소리를 수용하여 기초학력 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할 것이다. ​보수 교육감들은 진보 진영의 ‘미래지향적 창의성 교육’과 ‘학생 복지’ 정책을 포용해야 한다.

 

원로 교육자로서 신구 ​당선자들께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교육청 집무실 의자가 아무리 편안해도, 학교는 정치인들의 ‘정책 실험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결코 실험용 흰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실의 나침반이 180도 회전한다면 ‘교육 멀미’를 하는 것은 결국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뿐이다.

 

​이번 6·3 지방선거로 당선된 교육감들은 저마다의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혁신의 칼을, 누군가는 내실의 칼을 빼 들 것이다. 하지만 성향은 다를지언정 그들의 종착지는 단 하나, 바로 ‘우리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여야 한다. ​우리가 새로운 교육감들에게 거는 기대는 거창한 혁명적 구호가 아니다.

 

결론인즉, 월요일 아침, 가방을 멘 아이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외치며 문을 나설 때 발걸음이 가벼운 학교, 선생님이 교단에 설 때 열정과 보람으로 가슴이 뛰는 학교, 학부모가 사교육비 고지서를 보며 한숨 쉬지 않고 공교육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학교, ​이 평범하고도 가치 있는 상식을 이뤄내는 것이야말로 이번 선거에 당선된 모든 교육감들의 진정한 합격 기준이 될 것이다.

 

​모든 당선자 여러분,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선거운동 때 입었던 화려한 어깨띠는 내려놓으시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을 준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 지방 교육의 백년대계가 당신들의 부드러운 리더십과 준엄한 책임감 위에 새로이 피어나길 온 교육 가족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 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당선자 여러분의 ‘백 점짜리 활약’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는 단호한 심경을 밝히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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