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심사평> 한 세대의 문화 세밀하게 그려내
열심히 쓴 글이 많아 즐겁게 읽었다. 그런데 많은 작품들에서 어떤 한 유형의 수필을 지향하는 경향이 눈에 띠었다.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다소 기형적으로 형성된 수필 개념 탓이기는 하나, 개인적인 내면 체험을 시적으로 표현하려는 작품들이 유독 많았다. 그런 작품들은 매우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지만 생각의 선이 가늘고 플라스틱 꽃처럼 향기가 없어 보였다. ‘겨울, 나는 행복을 굽는다’와 ‘석양’의 경우, 너무 미문주의에 흘러서 체험의 진실성이 약해지고 내용도 빈약해진 듯하였다. 그리고 ‘소쇄원’은 이미 관습적으로 굳어진 제재와 정서를 익숙한 태도로 다루어서, 독자의 감흥을 일으키기 어려웠다. 이렇게 수필을 경수필 위주로 생각하는 경향은 응모자의 거의 대부분이 지닌 고정관념 같았다. 그래서 탈개인적이고 비판적인 제재를 감성보다 이성, 느낌보다 논리 중심으로 다루려는 시도를 찾기 어려웠다. 가작과 당선작으로 뽑힌 글들 역시 같은 경향이고,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이 지닌 문제점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응암골 황조롱이’는 사물과 만나는 필자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해, 그것이 다시 독자의 삶과 만나 공명하는 수필 특유의 소통을 이뤄내고 있다. ‘아들의 신앙’ 역시 그런 장점이
- 현길언 계간 본질과 현상 발행인·작가, 최시한 숙명여대 교수·작가
- 2008-12-09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