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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진향숙 지음, 유아이북스 펴냄, 280쪽, 1만7,000원)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고교학점제’가 포함되면서 앞으로의 입시는 교과 성적만큼이나 진로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중요하다. 그래서 비교적 시간 여유가 있는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자기 강점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아이들의 관심사와 연계한 구체적 집공부 방법과 일상에서 자기주도성을 기르는 법을 소개한다.
(박세당·박세호 지음, 다산스마트에듀 펴냄, 256쪽, 1만8,000원) 문해력은 인간이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가장 기본 능력이다. 그런데 디지털기기에 의한 문해력 붕괴는 전 세계적인 교육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난독’이라고 불리는 후천성 독서장애의 개념과 원인을 분석하고, 학교교육의 한계를 지적한다. 독서장애의 판단과 치료방법을 과학적 근거로 제시한다.
(백설아 지음, 걷는사람 펴냄, 448쪽, 1만5,000원) 34년 차 초등교사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쓴 교육에세이. 교사의 1년은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자꾸 다투는 아이, 배움이 느린 아이, 거짓말을 일삼는 아이 등 풀어나가야 할 난제의 반복이다. 저자는 접근 프레임을 쓰느냐 회피 프레임을 쓰느냐에 따라 삶을 대하는 열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으며, 오랜 경험의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최승복 지음, 메디치 펴냄, 304쪽, 1만8,000원) 포노사피엔스는 스마트폰과 호모사피엔스의 합성어로 휴대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를 뜻한다. 이들은 배우고 나서 실행하는 방식으로 살아온 부모세대와 달리 즉시 실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배운다. 지엽말단에서 출발해 근본으로 파고들고, 뒤에서 시작해 앞으로 배워가는 세대다. 이들을 이해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갈 방법을 제안한다.
최근 한류의 물결을 타고 한국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한국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직접 한국을 찾는다. 경복궁 주변에서는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발걸음은 한국적 정서가 짙게 남아있는 곳, 서촌이나 북촌으로 향한다. 지하철 경복궁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에 안국역이 있다. 이 근방을 일컬어 북촌(삼청동·가회동·재동 일대)으로 불렀다. 청계천과 종각의 북쪽에 있는 동네라는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했다. 북촌은 조선시대 왕족이나 권세 있는 양반들이 주로 모여 살았다. 많은 사적과 문화재가 남아있어 이곳을 거닐다 보면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빠져나와 중앙고등학교 방향으로 걷다 보면, 옛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작은 상점들을 만나볼 수 있다. 대구참기름집·믿음미용실…, 상호에서부터 삶의 정취가 느껴진다. 이곳에 독특한 공간이 생겨 주목을 끌었다.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한 미술관이 생긴 것이다. ‘중앙탕’은 1960년대에 영업을 개시하여 2010년 중반까지 영업을 했던 대중목욕탕이다. 이곳 계동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이곳을 기억할 정도로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한 공간이다. 3층 높이의 건물은 푸른색 타일로 둘러싸여 있고, 내부에는 목욕탕 타일과 온수를 데웠던 대형 보일러가 그대로 남아있다. 이곳에 살았던 주민들은 그 시절이 떠오른 듯 “어쩜 그대로네요” 하고 말한다. 간판이나 샤워시설, 욕조가 떨어져 나간 자리에는 지금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들이 걸려있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2021년 예술의전당에서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을 통해 대중들과 만났다. 이전에 롯데 애비뉴엘 개관전으로 한국에 소개된 적이 있지만, 대형전시를 통해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2021년이 처음이다. 일본에서는 팬클럽도 있을 만큼 인기 있는 작가인데 한국에 알려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그의 미술관이 북촌에 들어선 것이다. 사랑과 공생으로 빚어낸 ‘빛과 그림자의 세계’ 후지시로 세이지는 일본과 해외에서 100회 이상의 전시를 개최한 바 있으며 해외 언론으로부터 동양의 디즈니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는 10대에 이미 일본의 독립미술협회전·국화회전·춘양회전·신제작파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른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그는 홀로 걷는 길을 택한다. 그는 ‘카게에’에 전념하며 그 방면에 독보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의 이름 앞에는 카게에 거장이라는 수식이 붙는다. 카게에란 그림자 회화를 뜻한다. 그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디지털 프린트가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만큼 정교하고 화려하기 때문이다. 밑그림을 잘라낸 곳에 셀로판지나 컬러 필름지 등을 붙여 완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 뒷면에 조명을 비추어 색감과 그림자로 원근감과 색채를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두운 빛과 밝은 빛의 밸런스, 또 재료의 질감이나 투과율까지 정확하게 계산해야 완성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카게에는 오늘날 버스 정류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팅 간판광고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은 미술관인 북촌스페이스는 3층짜리 건물이다. 1층 라운지, 2층 전시실, 3층 아카이브 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양이 뉴욕에 가다 카게에 원화, 스케치, 잡지·사진·영상 자료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넓은 범주에 걸쳐져 있기 때문에 소개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작가이다. 여기에는 한 개인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있다. 북촌스페이스의 강혜숙 관장은 그의 작품세계를 오랜 기간 주목해오며, 한국에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왔다. 그와 후지시로 세이지 작가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일본에서 우연히 후지시로 작가의 카게에를 본 강 관장은 큰 감동을 받았다. 지금도 그의 작품을 보면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작가가 평생의 주제로 다루어온 사랑·평화·공생의 메시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재작년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이후에 그의 팬이 되었다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으며, 그때 방문했던 사람들이 그 감동을 다시 느끼기 위해 이 공간을 찾는다. 고양이 뉴욕에 가다 후지시로의 작품에는 고양이·새·강아지 같은 동물들이 모티브로 자주 등장한다. 말을 하지 않아도 새와 개와 고양이는 귀여워해 주면 기뻐하며 다가온다. 그는 인간과 동물의 마음 교류가 인생에서 가장 멋진 행복 중 하나이며, 인간의 사귐과는 달리 이해관계의 의도가 전혀 없는 순수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고양이 뉴욕에 가다 작품에는 이런 작가의 사랑스러운 시선이 잘 녹아있다. 다섯 마리의 고양이들은 바다를 건너 뉴욕으로 건너간다. 거기서 하얀 건물에 도착하는데 그곳은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는 한 소녀의 병실이다. 고양이들은 꽃밭이 보고 싶다는 소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빌딩의 창마다 꽃 그림을 그려 넣는다. 창밖을 보고 싶은 마음에 소녀는 다리를 내려 천천히 창 쪽으로 다가가며 이야기는 끝난다. 후지시로 작가가 처음 카게에를 만들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였다. 그는 초토화된 도쿄에서 어디에서라도 구할 수 있는 골판지 조각과 전구를 사용해 카게에 작품을 만들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일본은 자주 전기가 끊겼다. 자주 어둠이 내리는 상황 속에서 후지시로는 카게에를 만들며 한 줄기 빛을 찾고, 아름다움을 만났으며, 마침내 평화를 만났다. 그의 작품이 동화적 모티브를 다루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은 작가가 힘든 상황에서 피워낸 메시지 때문일 것이다. 소통과 재생의 공간 북촌스페이스 북촌은 경복궁·창덕궁을 비롯한 미술관·박물관과 최근 개방한 청와대와 함께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다. 또한 한국 고유의 풍경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 다양한 스토리텔링도 가능하다. 한국 최초로 서양화를 개척한 고희동 미술관과 근대를 대표하는 화가 청전 이상범을 사사한 배렴의 가옥이 북촌스페이스 가까이에 있다. 바로 옆에는 만해 한용운이 유심이라는 잡지를 창간한 곳이자, 그 유명한 ‘님의 침묵’을 탈고한 유심당이 위치하고 있다. 이외에도 3.1 운동의 발원지인 중앙고등학교, 최초의 외국인 주문모 신부가 세례를 주었다던 석정보름우물도 북촌스페이스에서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서울의 옛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북촌을 걷다 보면 교과서 속 인물들이 살던 곳이나 역사적 장소들과 만나게 된다. 북촌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북촌을 찾는다.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은 식당들이 있고, 옛 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한옥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이곳 북촌에 예술로 마음을 씻어내는 공간이 있다니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겨울 끝자락 노르웨이 북부지역을 여행했다. 오슬로에서 출발해 알타와 키르케네스, 트롬쇠로 이어지는 여정이었다. 개썰매를 탔고, 대게잡이를 했고, 북극의 유목민인 사미족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청했다. 혹등고래의 꼬리를 쫓아 노르웨이해를 항해하기도 했다. 허스키 썰매로 질주하는 눈부신 설원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오슬로가르데르모엔공항에 도착. 그리고 2시간 동안의 대기를 거친 후 다시 비행기에 올라 알타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해는 이미 지평선 너머로 숨어버린 뒤였다. 트랩에 내려서니 그제야 북국에 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한국과는 다른 질감의 냉기가 몸을 덮쳐왔다. 공항 안으로 들어서는,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순간에도 얼굴은 따끔거리듯 아팠다. 영하 17도였다. 바람에 가시가 돋아있는 듯했다. 이튿날 첫 일정은 허스키 썰매 타기. 노르웨이에서 즐길 수 있는 겨울 액티비티로는 허스키 사파리와 순록 썰매, 스노모빌 등이 있다. 이 중에서 최고 인기는 허스키 사파리다. 시베리안허스키 여섯 마리가 끄는 썰매를 타고 설원을 달리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가 직접 드라이버로 나서 개썰매를 운전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허스키 사파리를 시작하는 장소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던 50여 마리의 썰매 개들이 여행자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일제히 짖어대기 시작했다. 사파리를 안내해 줄 리더인 터키 출신의 머셔 밀라는 썰매 개 하나하나를 소개해 주었다. 리더인 파슈는 보기에도 듬직했다. 그 뒤로 쫑긋한 귀가 예쁜 어셔, 장난꾸러기 매튜, 검은색 털이 매력적인 브라키, 푸른 눈의 디키, 약간은 수줍어하는 리바이 등이 서 있었다. 개들은 생각보다 작았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매운 법. 밀라는 파슈팀이 노르웨이 개썰매 대회에서 3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베테랑 중에서도 베테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손은 반드시 썰매 위에 얹어두고 있어야 한다”, “속도를 늦추고 싶을 때는 썰매 바닥에 달린 브레이크를 지그시 누르면 된다”, “정지할 때는 브레이크 위에 두 발을 딛고 체중을 실으면 된다” 등 썰매 운전을 위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출발. 나무에 묶어 놓은 견인줄을 푼 후 눈 위에 깊숙이 박아 놓은 앵커를 뽑아내자 썰매는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갔다. 미끄러지듯 설원을 질주하는 썰매. 시속 15~20km의 속도로 달리지만 체감속도는 제법 빠르다. 눈 덮인 숲속 나무 사이를 달릴 때는 손잡이를 잡은 두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두 사람을 태운 썰매는 무게만 해도 150kg 가까이 나가지만, 오르막길에도 속도가 전혀 줄지 않는다.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썰매 날과 몸통은 나무 특유의 탄성 덕분에 울퉁불퉁한 노면의 굴곡과 충격을 흡수했다. 10여 분이 지나자 썰매 몰기에 익숙해졌다. 앞 썰매와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한눈을 팔면 이내 썰매가 기우뚱했다. 밀라는 가끔 뒤돌아보며 “Attention!(집중)”이라고 주의를 줬다. 허스키들은 달리는 동안에도 목이 마르면 머리를 숙여 노면의 눈을 입과 혓바닥으로 핥아 먹으며 목을 축였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숲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자 사방으로 시야가 확 트인 들판이 나타났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 그 위로 펼쳐지는 푸르고 푸른 하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내달리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좋았다. 감동이었다. 키르케네스의 대게잡이 알타에서 나와 찾아간 도시는 키르케네스였다. 러시아 국경과 마주한 노르웨이 동북부의 항구도시. 오슬로에서 약 2,414km 떨어져 있다. 러시아와 인접한 스토르스코그 국경은 넘기만 하면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이민이 가능해 난민이 자전거를 타고 심심찮게 넘어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시의 표지판과 상점 간판도 러시아어와 함께 표기되어 있다. 키르케네스를 찾은 이유는 킹크랩 사파리 때문이다. 얼어붙은 피요르드에 구멍을 내고 킹크랩을 잡아 올리는 일종의 얼음낚시다. 낚시포인트까지는 30~40분 정도 스노모빌을 타고 나가야 한다. 여행사 사무실에 도착하면 우선 든든한 방한복·방한장화·방한장갑·털모자로 중무장한다. 사파리라고는 하지만 물속으로 직접 들어가 킹크랩을 잡는 것은 아니다. 얼음 구덩이 속에 가둬놓은 킹크랩 그물을 걷어 올려 직접 만져보고 맛보는 체험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킹크랩이라고 해서 영덕대게쯤으로 생각했다가는 큰코다친다. 직접 보는 킹크랩은 크기가 엄청나다. 다리 하나가 닭다리보다 더 크다. 조금 과장하자면 거의 돼지족발 크기다. 우리나라 마트에서 보는 킹크랩은 꽃게라고 보면 된다. 가이드는 얼음을 깨고 킹크랩을 꺼낸 후 킹크랩의 생태를 간단히 설명해 주고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킹크랩 해체 쇼’를 보여준다. 사파리의 하이라이트는 킹크랩 시식. 잡은 킹크랩을 스노모빌에 싣고 먹을 수 있는 산장으로 이동하는데, 약 20분 정도의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스노모빌을 타고 북극의 얼어붙은 바다 위를 질주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통나무로 지어진 산장은 얇은 옷만 입고 있어도 충분할 정도로 따뜻하다. 준비된 커피와 차를 마시고 있다 보면 킹크랩이 등장한다. 아이 팔뚝만한 다리가 접시 위에 수북하게 쌓여있다. 가위로 껍질을 잘라내면 담백하면서도 짭짤한 맛의 게살이 가득 차 있다. 한국에서는 젓가락으로 조심조심 발라먹던 게살을 이곳에서는 닭다리 뜯듯 베어 먹는다. 킹크랩으로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얼어붙은 바다 위로 노을이 번져 온다. 헬멧을 써서 추위가 많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덧 해가 지고 앞장서 가던 가이드가 스노모빌을 멈춘다. 라이트를 끄니 칠흑 같은 어둠이 일행을 둘러싸고 있다. 하늘 위에는 별들이 쌀알을 뿌려놓은 것처럼 빼곡하다. 참가자들 모두가 푹신한 눈밭에 누워 한참 동안 별을 바라본다. 이 모두가 지금 이곳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키르케네스의 또 다른 명소는 얼음호텔이다. 오직 겨울에만 만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다. 외관·로비·방까지 모두 진짜 눈과 진짜 얼음으로만 지어진 호텔이다. 외부 기온이 영하 25도 이하로 내려가더라도, 실내 온도는 나름 따뜻한 영하 5도 정도로 항상 유지된다. 키르케네스 스노우호텔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세계 25가지 어드벤처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침대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순록 가죽이 깔려 있다. 방 안의 온도가 영하 5도라지만 침낭 안에서 취침을 한다면 그렇게 춥지 않다는 것이 호텔 호스트의 설명이다. 화장실·세면장·욕실 등은 식당이 있는 쪽의 나무로 지어진 건물 안에 있다. 얼음호텔에 물이 흐르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트롬소의 대구낚시 노르웨이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북유럽의 파리라고 불리는 트롬소였다. 노르웨이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이며, 북위 66.5도에 위치한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도시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노르웨이 정부가 대피해 임시정부를 꾸렸던 곳이다. 트롬소에서는 사미족의 생활을 체험했고, 대구낚시를 나갔다. 사미족은 북극권 지역에서 살아온 유목부족으로 노르웨이와 스웨덴·핀란드·러시아에 걸쳐 거주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거주하는 사미족은 약 6만~10만 명 정도인데, 아직도 순록 사육과 어업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한다. 영화 겨울왕국에 등장하는 크리스토프가 사미족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캐릭터다. 순록 ‘스벤’ 역시 사미족의 전통을 반영한 것이며,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상에서도 사미족 전통의상을 반영했다고 한다. 대구낚시는 요트를 타고 해볼 수 있다. 낚싯대를 드리우면 5분도 안 있어 5kg이 넘는 대구가 올라온다. 그 자리에서 대가리는 잘라 버리고 몸통만으로 수프를 만들어 먹는다. 트롬소는 혹등고래가 많이 서식하는 곳이기도 한데, 낚시를 하다보면 심심찮게 혹등고래를 만날 수도 있다. 대구낚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미니밴 운전사가 ‘노던 라이트’하며 손가락으로 바다 너머를 가리켰다. 오로라였다. 초록의 희미한 빛이 수평선 위로 길게 펼쳐지고 있었다. 공터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사진에서 보던 현란하고 화려한 모양으로 너울거리는 오로라는 아니었지만, 감탄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했다. 오로라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이리저리 움직였다.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번져갔고 수평선 위에서 나타났다가 어느새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있곤 했다. 나는 오로라 아래에서 브라질 이구아수 폭포의 굉음을 떠올렸고, 벌룬을 타고 항해한 터키 카파도키아의 새벽과 모래바람 속에서 신비롭게 서 있었던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생각했다. 자연이 펼쳐 보이는 압도적인 풍경 앞에서 나는 숨이 턱 막혔고 소름이 돋곤 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숨이 막힐 만큼 거대한 ‘자연의 규모’ 앞에 서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경험은 분명, 좁디좁은 생활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내부에 무(無)의 공간을 마련해줄 테니까. 어쨌든 오늘은 오로라 아래에 섰고, 세월이 지나도 오늘의 풍경만은 기억 속에 퇴색하지 않고 남아 쓸쓸하고 공허한 생을 위로해줄 것이라 믿으니 마음 한쪽이 약간은 편해졌다.
달러와 금의 역관계, 그 슬픈 역사 최근 달러가 강세에서 약세로 전환되었다. 달러의 가치가 약해졌다는 뜻은 금리인상이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전쟁의 끝이 보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제위기가 오면 돈은 자산에서 달러로 이동한다. 모두가 현금만 원하고 자산을 팔려고 하니 달러의 가치가 급등한다. 반대로 경제가 다시 회복되는 국면에서는 달러를 팔아 자산을 사려고 하다 보니 달러의 가치가 약해진다. 아직 금리인상이 끝나지 않았고, 전쟁도 종전된 것은 아니지만, 돈은 기대감을 가지고 먼저 움직인다. 금은 달러의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1온스에 1,600달러였던 금 가격이 2달 만에 1,800달러를 훌쩍 넘었다. 그런데 왜 금과 달러는 반대로 움직일까? 거기에는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지금은 다른 나라와 거래할 때, 달러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그 역사는 100년도 안 될 정도로 매우 짧다. 전 세계가 달러로 거래하는, 즉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전쟁이 벌어지면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전쟁에 투입한다. 이겨야 다음이 있기 때문에 국가는 화폐를 남발해서 발행하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또한 전쟁에 투입해야 하는 무기를 외국으로부터 사와야 하는데, 해외거래는 금으로 해야 했다. 수천 년 동안 금은 현재 달러가 하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금은 미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은 유럽에 무기를 팔았고, 거래는 금으로 했다. 결국 유럽이 식민지로부터 거둬들였던 황금은 두 번의 큰 전쟁으로 다 사라졌고, 유럽의 금은 미국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리고 이 전쟁을 종식시킨 것도 미국의 역할이 주도적이었다. 게다가 냉전시대였다. 미국의 힘을 보여줘서 사회주의 진영을 압박할 필요도 있었다. 그래서 금 1온스를 35달러로 교환해주는 금태환제도를 유지하고, 달러를 기축통화로 거래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다른 나라들은 금이 없기 때문에 무역이 어려우므로 달러로 거래하자는 제안이다. 그렇게 달러가 기축통화가 됐다. 물론 유럽의 불만은 가득했지만, 이미 식민지를 잃어 패권이 사라졌고, 소련의 핵위협 때문에 미국의 우산으로 들어가야 했다. 1960년대에 벌어진 베트남전쟁과 미국의 참전은 미국을 심각한 재정적자로 몰았다. 미국은 보유한 금보다 더 많은 달러를 발행했고, 이를 눈치 챈 다른 국가들은 달러를 주고 금을 달라는 상환요청을 했다. 금이 부족한 미국은 1971년 금태환제도를 폐기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를 닉슨쇼크라고 부른다. 이제 달러를 가져와도 금과 교환되지 않지만, 달러는 계속 기축통화로 쓰겠다는 뜻이다. 당연히 달러의 가치는 급락한다. 그리고 2년 뒤 중동에서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난다. 중동에서 전쟁이 난 후, 원유가격이 4배가 올라간다. 미국은 사우디와 석유거래를 달러로만 하는 ‘페트로달러 합의’를 하고, 미군을 배치하여 사우디를 보호해준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찍어낸 달러가 아시아 공산품을 사는데 들어가고, 아시아는 공산품을 만들 원자재와 석유를 사기 위해 중동국가로 달러를 보낸다. 석유를 팔아 달러를 쌓아둔 사우디는 영국과 미국은행에 달러를 예치하고, 무기를 사거나 건설에 투자를 한다. 이렇게 세상에 달러가 회전을 한다. 달러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달러가 기축통화로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금은 가장 매력적인 기축통화이다 전쟁이나 금융위기가 발생해서 달러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이 예상되면 달러의 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한다. 달러의 대안으로 엔화·위안화·유로화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셋 다 모두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수천 년간 기축통화 역할을 했던 금이 가장 매력적이다. 또한 미국은 지속적으로 달러를 발행하고 있다. 전 세계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필요한 달러가 늘어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발행해서 전 세계로 공급하고 있다. 즉 달러를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서 따라오는 대가는 인플레다. 자산가격이 장기 우상향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달러 인플레다. 만약 금이 기축통화였다면 인플레가 훨씬 낮은 속도로 성장했을 것이다. 달러의 양은 빠르게 늘어나지만, 채굴을 통해 늘어나는 금의 양은 그에 비해 현격히 느리다. 그러다 보니 달러 인플레만큼 금의 가격도 상승한다. 금도 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의 가격상승분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율과 비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은과 금의 관계는? 귀금속과 중앙은행 보유용으로 쓰이는 금과는 다르게 은은 귀금속용과 산업용으로 수요가 반반씩 나뉜다. 은은 전류를 보내는 도체로서 구리보다 더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반도체·통신·태양광 등의 핵심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은을 투자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반드시’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개 금 가격이 1% 오를 때, 은 가격은 2% 오른다. 그래서 금 가격 상승기에 은의 투자수익률이 더 높고, 반대로 금 가격 하락기에는 은 투자 손실이 더 커진다. 실물로 투자해야 할까? 실물로 투자하면 거래비용도 6% 정도 발생하고, 부가세 10%가 더 붙는다. 대신 팔 때 양도세가 없다. 내 손에 있어야만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물수령도 해볼 만한 선택이다. 일반적으로는 증권사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KRX한국거래소를 통해 금 현물을 구입하고 실물수령만 하지 않으면 수수료도 낮고, 부가세·양도소득세 없이 투자가 가능하다. 금 ETF에 투자하면 수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연 2,000만 원이 넘으면 종합소득세에 포함된다. 따라서 금 투자는 세금 계산을 하면서 투자계획을 잡아야 한다.
한겨울 집을 나서자 갈색 단풍잎을 거의 온전히 달고 있는 가로수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근래 가로수와 조경수로 각광받고 있는 대왕참나무다. 요즘 전국 어디서든 이 나무를 볼 수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쪽 등 도심 곳곳에서 이 나무 무리를 만날 수 있고, 서울숲에는 대왕참나무숲이 따로 있다. 이 숲에서 책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지방을 다니다 보면 가로수로 대왕참나무를 심어놓은 길도 적지 않다. 대왕참나무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도입나무로, ‘상굴·졸갈·신떡’ 등 우리나라 참나무들과 같은 참나무속(Quercus)이다. 그래서 늦가을 이 나무 아래에 작은 도토리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나무는 수형이 단정한데다 진한 붉은색 계열로 드는 단풍도 독특하면서도 참 아름답다. 그래서 가을이면 다시 보는 나무 중 하나다. 요즘 곳곳에 이 나무가 각광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대왕참나무 잎은 길쭉한 잎 가장자리가 여러 번 깊이 패어 들어가 마치 ‘임금 왕(王)’ 자 같다. 이 때문에 이 나무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잎 뒷면에는 흰색 털이 있고 꽃은 암수한그루로 4~5월에 아래로 늘어진 꽃줄기에 황록색으로 피지만, 꽃잎이 없어서 눈에 거의 띄지 않는다. 대왕참나무가 각광받는 이유 중에는 이 나무가 공해에 강하다는 점도 있다. 그래서 도심에 심어도 잘 자라고, 나아가 도로변에 심어 자동차 매연이나 소음 등을 차단하는 용도로도 이 나무를 심고 있다. 손기정참나무는 월계수가 아닌 대왕참나무 이 대왕참나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가 서울 중구 만리동 손기정기념공원에 있다. 이곳은 손기정 선수 모교인 양정고 자리인데, 손기정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했을 때 히틀러에게 부상으로 받은 묘목을 심은 것이다. 오랫동안 이 나무를 월계수로 알고 있었지만, 자란 것을 보니 대왕참나무였다. 오랫동안 이 나무를 월계수로 안 것은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에게는 월계관과 월계수를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나무 옆에는 월계수라는 표지석이 남아 있다. 얼마 전 겨울에 손기정기념공원에 가보니 이 나무가 상당한 크기로 자라 있었다. 한쪽으로 살짝 기운 것은 원래 저 나무 옆에 건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손기정 선수는 시상식 때 일본국가 ‘기미가요’가 나오자 고개를 푹 숙이고 이 나무가 심어 있는 화분으로 일장기가 박힌 가슴을 가렸다고 한다. 인근 만리동광장(서울역 옆 서울로 7017 만리동쪽 끝) 일대에도 대왕참나무를 많이 심어 놓았는데, 역시 손기정기념공원 때문에 일부러 심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1936년 시상식 때 들고 있는 화분 속 묘목, 그리고 손기정기념관에 보관 중인 월계관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왕참나무가 아니라 루브라참나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루브라참나무는 대왕참나무와 비슷하지만, 열매가 좀 더 길고 잎 결각이 덜 깊은 나무다. 그래서 독일이 루브라참나무로 월계관을 만들고, 묘목은 모양이 비슷한 대왕참나무로 잘못 준 것은 아닐까, 루브라참나무 묘목을 받았는데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같은 다양한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손기정 선수가 시상식에서 묘목을 받은 것은 8월이었고, 40여일에 걸쳐 10월에 귀국했고, 이 묘목을 양정고 교정에 심은 것은 이듬해 봄이었다고 한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나름대로 근거를 갖고 하는 얘기들이니 체육계 등에서 연구해 속 시원하게 밝혀주면 좋겠다. 이 나무의 잎 꼭짓점에는 날카로운 바늘이 있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핀오크(Pin Oak·바늘참나무)’라고 부른다. 이 참나무를 1990년 중반 조달청에 우리말 등재를 하면서 ‘참나무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뜻으로 대왕참나무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박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책 우리나무 이름 사전에서 “대왕참나무가 이름에 특별히 대왕이란 접두어를 붙일 만큼 다른 참나무보다 뛰어난 나무는 아니다”고 썼다. 1990년대에야 이름을 등록한 나무치고는 빠른 시간에 국내에 대표적인 가로수·조경수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일부에서는 이 나무와 손기정의 인연을 고려해 대왕참나무보다는 ‘손기정참나무’나 ‘손참나무’ 등으로 바꾸는 것이 어떠냐는 주장이 있다.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다. 손기정참나무 또는 손참나무로 바꾸면 손기정 선수를 기념하면서 이 나무도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나무 이름에 사람 이름을 딴 나무가 이미 있다. 현사시나무는 수원사시나무와 은백양나무를 교잡시켜 만든 나무다. 이 나무를 만든 현신규 박사의 성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한겨울에도 잎을 온전히 달고 있는 감태나무 대왕참나무를 얘기하면서 또 한 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대왕참나무 잎이 겨우내 오래 달린다는 것이다. 이 나무가 복자기 등 다른 나무보다 살짝 늦게 단풍이 들지만 늦은 겨울까지도 잎을 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겨울에 대왕참나무 주변에는 낙엽이 뒹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제일 싫어하는 가로수라는 얘기가 있다. 대체로 참나무 종류들이 겨울에 잎을 오래 달고 있는 편이다. 숲에서 늦게까지 잎을 달고 있는 나무를 보면 참나무 종류가 대부분인 것을 볼 수 있다. 길거리에서 겨우내 잎을 달고 있는 나무가 대왕참나무라면 숲에서 한겨울에도 잎을 온전히 달고 있는 나무가 감태나무다. 대왕참나무보다도 늦게까지, 늦으면 다른 나무들은 꽃이 피는 4월 초까지 잎을 달고 있다. 대왕참나무 잎은 겨우내 조금씩 떨어지지만, 감태나무는 겨우내 잎을 온전하게 달고 있는 점도 특이하다. 감태나무는 왜 묵은잎을 매달고 겨울을 견디는 걸까. 감태나무 모성애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새순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아보려고 겨우내 묵은 잎으로 감싸고 견딘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는 조상이 상록수여서 잎자루와 가지 사이에 떨켜가 잘 생기지 않는 데서 원인을 찾는다. ‘상록수 본능’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칼바람 속에서 단단히 잎을 매달고 있는 것이 어미 나무가 새끼를 보호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대왕참나무도 마찬가지다. 상술이 뛰어난 일본인들은 입시철에 감태나무 잎을 포장해 수험생들에게 주는 선물로 판다고 한다. 떨어지지 말고 꼭 합격하라는 의미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와 디지털기술의 발달에 따른 사회적 변화는 교육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1에서 제시한 교육과정 개정의 방향 네 가지 중 두 가지는 AI·디지털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은 디지털 기초소양 강화를 제시하였고, 디지털·인공지능 교육환경에 맞는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은 실생활 맥락과 연계된 수업 등을 표방하였다. 교육과정 개정방향은 공교육에서 AI·디지털로 인한 교육변화와 AI 시대를 살아갈 학생이 준비해야 할 역량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맥을 같이하여 학교현장에서의 AI 기술 사용, AI 혹은 AI 기반 기술이 교사를 지원하거나, 교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놀랍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특히 AI 튜터의 경우, 학습자 맞춤형 교육 지원, 교사의 교수 지원 등을 위해 활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는 교육현장 변화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AI 기술과 AI 튜터 등의 활용과 관련하여 교육현장에서 직시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논의하고자 한다. ‘우리는 AI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학생들에게 AI와 관련하여 어떤 역량을 기르려 하는가’, 그리고 ‘AI 튜터 활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AI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AI+Thing 일상에서 AI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가 되었고, 더 이상 생소한 단어도 아니다. 생활의 모든 것이 AI로 바뀌어 갈 것 같은 상황에서 우리가 주변에 AI+Thing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 한번 둘러볼 필요가 있다. 먼저 AI 스피커, AI 에어컨, AI 세탁기, AI 냉장고 등 수많은 Thing에 AI라는 용어가 접두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AI+Thing을 구매할 때, 그 제품이 AI라는 것을 무엇으로 판단하는가? AI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 제품이 왜 AI를 표방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AI 스피커가 어떤 점에서 일반 스피커와 다른지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기능이 있어서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서 AI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AI에 대한 광의의 정의와 협의의 정의가 조금 다르게 사용될 수 있으나, AI는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학습된 것을 기반으로 추론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공통점을 갖는다. 즉 AI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데이터이며, ‘데이터’를 통한 ‘학습’이 더 강한 성능의 AI를 가능하게 한다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AI+Thing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학습을 기반으로 성장해서 문제를 해결해 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이유로 AI+Thing을 선택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AI+Thing과 Thing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나에게 없다면, 나는 AI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사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AI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AI와 관련하여 어떤 역량을 기르려 하는가: AI+α 교육 교육에서 AI 혹은 AI 기술은 다양한 관점으로 사용될 수 있다. AI와 관련하여 어떤 목적을 갖고 교육을 진행하는가의 관점이다. AI+α 교육으로 구분해 보면 AI 기반교육, AI 개념·원리교육, AI 융합교육 등이 해당된다. 첫째, AI 기반교육은 교수·학습에 도움을 주려는 목적으로 AI 기술이 사용되는 경우이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수학·과학·영어 등 교과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측면으로 AI가 탑재된 플랫폼, AI 학습도구 등이 그것이다. 수학과의 사례로 카네기멜론대학 AI 연구자들이 개발한 메시아(MATHia)와 EBS의 단추를 비교해 보자. 두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점은 데이터이다. MATHia는 교육평가의 중요한 이론인 IRT(Item Response Theory: 문항반응이론)를 차용하고, 인지모델링 방법을 사용한다. 다양한 수준의 평가문항을 기반으로 학생의 수학실력을 진단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방을 내리는 형태이다. 반면 단추는 평가문항의 다양성이 다소 부족하여 평가를 통해 직접적으로 학생의 수준을 진단하는 데 한계를 드러낸다. 즉 문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수준 측정에서 두 시스템은 차이가 있다. 영어과의 경우 영국의 ‘Third Space Learning(서드 스페이스 러닝)2을 살펴보자. Third Space Learning에서 AI는 교사 혹은 튜터라기보다 교사를 위해 학생의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학습분석 AI에 가깝다. 학생을 직접적으로 지도하는 것은 교사이며, 교사가 학생을 잘 지도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서 교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둘째, AI 개념·원리교육은 AI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나 원리를 습득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이 AI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AI가 무엇인지, AI를 어떻게 구현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지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22 개정 정보과 교육과정에 제시된 바와 같이 중학교 정보에서의 인공지능 영역, 고등학교 정보에서 인공지능 영역, 그리고 고등학교의 진로선택과목인 인공지능기초 등을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AI 융합교육은 AI 기반교육을 통해 AI와 관련된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즉 특정교과의 과목에서 AI 기술이 들어간 도구를 활용하거나, AI 플랫폼을 활용하여 교수·학습을 진행하였다면, AI 융합교육이 아닌 AI 활용교육 혹은 AI 기반교육이다. ‘AI 융합교육’은 AI에 대한 기본개념이나 원리를 습득하고, AI의 개념을 바탕으로 타 교과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면 AI 융합교육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과에서 알지오메스 등의 공학도구를 활용하는 것은 AI·SW 융합교육이 아닌 AI·SW 활용교육으로 AI·SW 기반교육의 범주이다. AI+α 교육 중, AI 개념·원리교육의 수준은 각 학교급에 따라 인공지능교육의 목표3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먼저 AI·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갖추어야 기초역량은 ‘소양교육’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다. 즉 AI 기술이 포함된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서비스에 적용된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수준의 AI에 대한 지식을 갖춘 정도를 말한다. 초·중등교육에서는 AI와 관련된 알고리즘을 적용하여 구현된 플랫폼 등에서 모델을 만들어보거나, 경험해보는 정도의 역량을 생각해 볼 수 있다. AI 튜터 활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AI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를 기반으로 AI 시대의 학생을 위해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그 중심에서 AI 튜터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논의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AI 기반교육을 진행한다고 해서 AI 기술과 관련된 개념이나 기초지식에 대한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AI 기술을 활용한 도구나 플랫폼을 통해 학생의 타 교과학습에 대한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는지, 혹은 AI 자체에 대한 지식이나 역량을 향상하여 학생의 미래직업이나 진로에서 AI를 적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 있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AI의 활용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습득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AI 기술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AI+Thing으로 AI 스피커를 활용하거나 AI 에어컨을 상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둘째, AI 튜터와 관련하여 아직까지 성과를 나타냈다는 증거가 다소 미흡하다는 점이다. AI 튜터와 관련한 사례는 현재까지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지 않으며, AI 튜터를 활용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제반사항이 매우 많다. OECD Education4에서 ‘인공지능과 교육: 정책입안자를 위한 지침(AI and education: Guidance for policymakers)’을 통해 정책입안자들에게 제시한 교육분야에서 AI 기술 접목에 대한 지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침은 AI 튜터를 활용하는 것은 학생의 교수·학습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참조할 만한 연구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다음으로 AI 튜터에 대한 MATHia의 사례나 애리조나주립대학의 빅데이터·AI 기반 학습지원시스템 ‘e-Advisor’ 등도 필요한 시스템이나 데이터가 충분히 갖추어져야 AI 튜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두 사례가 성공적으로 주목받는 것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례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즉 AI 기반 기술을 활용했다고 해서 AI 튜터의 교육적 성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셋째, AI 튜터를 활용하는 목적과 함께 학교현장의 교사, 그리고 예비교사는 AI에 대한 지식과 AI를 활용할 역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우, 2008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작된 2018에 이르는 10년 동안 정보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육 부재로 인한 결과는 OECD PISA 2018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교사의 상당수는 정보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교육을 받았어도 기억의 ‘편린(片鱗)’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학교의 교사가 AI 기반교육을 진행하거나 AI 튜터를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AI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필요하다. 시스템이나 AI 튜터의 판단이 틀렸거나 시스템의 오류를 수정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이다. AI에 대해 알지 못하고 AI+Thing을 선택하는 것처럼, 학교현장에서 교사는 AI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을 갖지 못한 채 도구를 사용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AI 튜터나 시스템을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의 준비, 시스템의 무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결국은 모든 책임을 교사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AI·디지털 인재는 AI 도구활용, AI 튜터의 활용 등과 같은 AI 기반교육으로는 양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우리는 AI·디지털 인재에 대한 초점이 AI에 대해 알고 활용하는 인간, AI 기술이 들어간 Thing을 조작하는 인간 중 어디에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AI 시대를 맞아 교육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2025년부터 AI 튜터를 교육에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AI 튜터의 기능은 크게 3가지다. 첫째, 영상합성기술을 활용한 가상교사, 둘째, 학습과 학습 습관 관리를 돕는 AI 튜터, 셋째, AI 상담교사다. 구체적인 세부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의 계획엔 가장 기본적인 교육부터 학습 습관, 상담까지 모두 AI에게 맡기겠다는 뜻이 담겼다. 고차 사고력 교육과 교사의 역할 학교현장에 실제 적용될 경우 문제점은 없을까. 정부 발표에 담긴 기대와 현장교사들의 목소리는 사뭇 달랐다. 교사들은 대체로 ‘교육의 모든 영역을 AI 튜터에게 맡기는 것은 어렵다’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육의 주체는 교사이며, AI 튜터는 일부 영역에서 교사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뜻이다. 주위 동료교사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먼저 교사들은 AI 튜터가 낮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을 교육할 때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사들은 공통적으로 학생의 수준별 학습 진단, 적절한 학습콘텐츠와 피드백 제공에 있어서는 교사보다 AI 튜터가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학생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기 어려운 경우, AI 튜터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에듀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 기반의 지식 추적(Knowledge Tracing)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학생의 현재 지식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문제나 콘텐츠를 추천하는 맞춤형 학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AI 튜터가 고차 사고력을 교육하는 경우에는 도움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고차 사고력 교육을 위해서는 강의식 수업이 아닌 다양한 교수·학습방법과 이론을 적용한 수업과 학습환경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활용한 문제해결능력 학습, 문제해결 경험에 기반해 고차 사고력을 기르는 프로젝트 기반학습, 액션러닝의 교수학습 등이 그 예시다. 고차 사고력 교육은 아직까지 AI가 아닌 교사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현장교사들이 AI 튜터에게 기대하는 것 그렇다면 현장교사들이 AI 튜터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현장교사들의 요구는 크게 학습지원·업무지원·학생심리이해지원의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학생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도와줄 수 있는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또 학교 행정업무를 빠르게 처리해 주는 능력과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다양한 요구가 있겠지만, 교사들은 AI 튜터가 직접 모든 내용을 지도하는 것보다는 교사의 교육과 업무를 보조하는 형태로 개발되길 원했다.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고려하여, AI 튜터 개발방향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교사의 역할과 AI 튜터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앞선 현장교사들의 주장처럼 교사가 교육주체가 되고 AI 튜터는 낮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 학습과 업무를 지원하는 보조적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현재 AI 기술 수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연어 생성 분야에서 가장 최신의 기술(state-of-the-art)이라 평가받는 ChatGPT는 기사문 쓰기, 소설 쓰기, 프로그래밍, 주제에 맞는 문서 생성에서 놀라운 성능을 보이며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ChatGPT도 기존의 자연어 생성 인공지능처럼 사실이 아닌 말을 그럴듯하게 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나 답변의 비일관성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높은 수준의 인지적인 영역에 대한 학습용도로 인공지능을 사용하기에는 아직까지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정의적인 영역에 대한 지도는 높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에 대한 교육보다 훨씬 복잡하다. 정의적 영역에 대한 지도 및 학생과의 래포 형성 및 상담 등 정서적 지원은 교사가 담당할 수밖에 없는 고유 영역이다. 둘째로 교사들은 낮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은 AI 튜터가 지원하되 높은 수준의 인지적 영역은 교사가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AI 튜터는 교사들이 고차적 사고력을 지도할 때 간접 지원하는 용도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사는 AI 튜터가 제공하는 학생별 학업성취 리포트를 확인하고, 각 학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피드백을 제공하거나 다음 수업을 설계할 때 유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셋째로 AI 튜터의 개발 범위는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A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네이버의 딥러닝 기반 대형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인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는 총 1,024개의 그래픽카드(GPU)를 이용하여 13.4일간 학습됐다(AI타임스, 2021).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의 그래픽카드 1개의 시간당 이용금액을 평균가를 고려해 약 2,000원이라고 계산하면 총 6억 5천여만 원 이상 필요하다. 물론 이는 해당 모델을 개발하는데 들어간 인건비와 시설투자비 등의 경비를 제외한 비용이다. OpenAI의 대형 언어모델인 GPT-3도 정확한 개발 비용은 알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GPT-3 개발을 위해 최소 1,000만 달러가량 투자됐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AI를 활용하지 않고도 적은 비용으로 교사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앞서 교사들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행정업무지원은 AI 개발보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RPA는 규칙기반(rule-based)의 자동화기술로, 반복적인 작업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넷째로 AI 튜터 개발과정에 민간 에듀테크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2021년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8월 기준으로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 개발한 공공 애플리케이션 346개 중 128개가 폐기대상이었다. 해당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투입된 세금은 총 30억 원이 넘었다(경향신문, 2021). 정부 주도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경우 유지·보수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의 AI 리터러시 능력 향상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교사들은 AI를 학생의 수준에 맞게 가르치거나 AI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AI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많은 교육청에서 교사들의 AI 리터러시 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AI 관련 연수 프로그램은 비용 및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AI에 대한 대략적인 이해 및 도구 사용법 정도에 머물러있어 한계가 있다. 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Promises and Implications for Teaching and Learning(교육에서의 인공지능: 교수와 학습에 대한 약속과 시사점)의 저자 Fadel, Holms 그리고 Bialik(2019)는 인공지능교육을 크게 인공지능을 배우는 것(Learning with AI)과 인공지능에 대해서 배우는 것(Learning about AI)으로 분류한다. 대부분의 연구 프로그램은 인공지능 자체를 가르치는 전자에 집중한다. AI 튜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후자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도 강화가 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AI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교사 대상 연수를 확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교사 대상 소프트웨어 연수가 많이 있었지만, 일부 관심 있는 교사들의 소프트웨어 교육역량만 강화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교사들의 목소리와 수많은 연구결과가 뒷받침하는 것처럼, AI는 교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교육핵심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AI 튜터는 교사를 보조하는 형태로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늘 ‘본질’보다는 ‘기술’에 치우친다. 우리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교육’인지 수많은 예산을 들인 ‘신기술’의 적용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I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기술의 일상 침투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 등이 등장하면서 AI는 더욱 인간처럼 자연스러워지고 문학·미술 등의 창의적인 활동도 가능해졌다. 단순 반복적인 일을 대신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인간과 함께 살아갈 동료로 바뀌는 전환기에 가까이 다가왔다. 교육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졌다. 2023년을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전 세계 AI 튜터들은 어떤 시도해왔고, 어떤 것을 성취했으며, 무엇이 남아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다양한 교육적 역할 기대 불구 명확한 정의는 없어 AI 튜터는 개인화 교수, 인공지능 조교, 교육행정 지원, 인공지능 심리·진로상담 등의 교육적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정의가 명확하지는 않다. 누군가는 지식을 전달해주거나 학생과 질의응답하는 챗봇 같은 것을 떠올릴 수도 있고,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에 등장하는 로봇과 같은 선생님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며, 영화 HER에 나오는 음성형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같은 조력자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 어떤 것을 상상한다고 할지라도 지금은 틀린 것이 아니다. AI 튜터는 완성형이라기보다는 여러 가지 실험단계에 있는 과도기형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말은 지금부터 우리가 AI 튜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완성형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한편 AI 튜터를 이루는 근간 기술 또한 다양하다. 통칭해서 AI라 쉽게 부르고 있지만, 음성인식이나 음성합성, 자연어 처리, 추천 시스템 등 다양한 AI 기술이 복합적으로 사용된다. 선생님이 된 가상 인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디지털 휴먼 혹은 버츄얼 휴먼(autonomous Virtual Human)이란 컴퓨터에 인간을 시뮬레이션한 것을 의미하며, 그 종류는 아바타와 자동화된 버츄얼 휴먼으로 구분된다. 버츄얼 휴먼은 얼굴 표정이나 몸의 움직임 등이 사람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한 시각적 AI 기술과 대화형 AI 기술의 결합이다.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모습에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 방대한 지식 등이 더해지면 교육자·상담사·안내자와 같은 에이전트(agent)의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엔터테인먼트·고객 응대 등에 현재 활발히 활용되고 있을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디지털 휴먼 제작사인 소울 머신(Soul Machine)과 IBM의 왓슨(Watson)이 결합하여 디지털 휴먼 보건선생님 플로렌스(Florence)를 만들었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2021년부터 플로렌스의 ‘코로나19와 금연 주제에 대한 보건교육’을 WHO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학생의 마음을 만져주는 상담사가 된 대화형 AI 미국의 Woebot(워봇)은 상담 AI 챗봇이다. 학생들만 쓸 수 있는 상담 챗봇은 아니지만, 공교육에서도 Woebot과 같은 상담 챗봇의 활용을 권장하고 있는 현 추세에 맞춰 Woebot과 같은 상담 AI 챗봇의 공교육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흥미 위주의 대화를 하는 AI 챗봇의 경우 공감의 대화를 나누기는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반한다기보다는 발화자가 말하는 상황이나 문장 자체에 대한 공감에 그친다. 하지만 Woebot과 같은 상담 AI 챗봇은 인지행동상담 방법론에 기인하여 정신건강을 위한 문제해결 대화에 집중한다. 한 사람과 나눴던 대화를 전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수면이나 불안·우울·스트레스와 같은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목표를 설정한 후 그에 대한 여러 번의 세션을 진행하는 방식이어서 전문 심리상담실을 그대로 옮겼다고 보면 된다. 일각에서는 심리상담은 내담자의 비언어적인 신호를 파악하고 ‘래포 형성’이라는 인간적인 신뢰형성과 관계맺음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챗봇을 통한 심리상담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Woebot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Woebot을 처음 사용한 94%가 Woebot의 심리적 조언과 콘텐츠에 긍정적 인식을 보였다. 특히 6주간의 임상 결과 91%의 사람들이 만족한다는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현재 Woebot은 경미한 수준의 아동 우울증 치료와 관련한 FDA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그러하지만, 미국 역시 코로나19 이후 우울한 감정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많아진 상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천재지변에 대응할 만큼 교육받은 심리치료사나 상담 인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탓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 대다수가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상담서비스 비용도 만만치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AI는 이렇게 전문가 시장을 스케일업(Scale-up)하여 전문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데 용이하다. AI 튜터,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하는 곳도 있다. 교사나 교육기관에서 원하는 주제의 AI 튜터 챗봇을 만들 수 있도록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2021년 11월, 구글 클라우드 환경에서 API 형태로 제공하는 온라인 튜터 플랫폼을 공개했다.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학생과 상호작용하는 AI 튜터를 구축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제공한 것이다. 이 플랫폼을 사용하면 구조화된 질의응답을 기반으로 대화하듯이 특정 주제를 학습하는 챗봇을 만들 수 있다. 실제 AI 튜터는 학생의 학습목표 달성을 위한 질문이나 활동을 생성하고, 교육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단답형·선다형, 요약/패러프레이징, 빈칸 채워 넣기(guided note-taking) 등의 학습활동이 가능해 앞으로 학습활동의 종류 또한 지속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월든대학교(Walden University)는 구글 클라우드의 플랫폼을 활용해 문학 관련 내용을 가르치는 AI 튜터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코빗(Korbit)은 ‘딥러닝을 만든 자’라고 불리는 요시오 벤지오(Yoshio Bengio) 교수의 연구실에서 파생된 프로젝트로 머신러닝과 데이터 분야를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채팅 AI 튜터이다. 장기적으로는 대화 기반의 개인화된 튜터링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재는 AI 분야의 지식에 한정하여 채팅으로 해당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학습콘텐츠 개발과정을 단순화·자동화하고 표준화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어떤 주제의 학습이라도 대화 기반의 튜터링이 가능한 플랫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정교화된 언어학습 AI 튜터 외국어 학습·시험분야는 AI 튜터가 이미 상당히 정교하게 활용되는 분야다. 나스닥에도 상장된 에듀테크 서비스인 듀오링고는 학습자 진단과 학습콘텐츠 추천에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국내에서 만든 TOEIC 학습서비스인 ‘산타’도 대형서점을 꽉 채우던 TOEIC 서적과 인터넷강의를 대체한 지 오래다. 베트남에서 만든 영어 발음 교정 전문 ELSA Speak도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앱 서비스가 되었다. 단순 반복 과업부터 전문 영역까지 AI는 사람이 해야 할 단순 반복작업을 대신한다. 사실 기계는 단순 반복작업의 천재다. 지루함을 느낄 수 없고 이 때문에 무료함에서 오는 실수가 없다. 대화형 AI는 반복적인 문의에 대응할 수 있고, 주어진 내용에 대한 설명을 대신할 수 있다. 특정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내내 같은 일이 가능하다. 배움과 가르침도 반복이 필수다. 채점 보조라던가 교육행정보조 AI 등은 교사의 반복작업을 도와줄 수 있다. 이런 일을 AI가 대신해 줌으로써 교사는 가르침의 본질에 가까운 창의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AI는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의 일부분을 대신하여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서비스 전반의 질을 높이기도 한다. 가령 심리상담에서 AI를 활용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전문 심리상담 서비스의 일부분을 AI가 대신함으로써 교실에서 방치되고 아이들의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된다. AI 기술은 오늘도 바쁘게 변화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의 삶으로 침투한다. AI 튜터의 모습도 더 다양한 변주를 하거나 크게 바뀔 수 있다. 기술에 대한 지나친 낙관이나 비관보다는 단순한 과업은 과감하게 AI를 통해 덜어내되 전문 영역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AI 튜터는 교사를 대신할 수 있을까? 교육부가 2025년부터 디지털교과서를 보급하기로 했다. 인공지능 기술과 메타버스가 적용된 디지털교과서이다. 학생들의 성취 수준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디지털교과서 등장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AI 튜터이다. 교사의 역할을 보조하는 수단이지만, 디지털교과서와 함께 에듀테크 교육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AI의 파급력과 가능성은 기존의 혁신이나 기술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크고 강력하다. 그로 인해 교육현장에서는 AI 도입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와 불안, 수많은 질문이 교차하고 있다. AI가 교사를 대신하게 될 것인가? AI 시대에 교사에게 무엇이 요구되는가? AI는 학습자의 자기주도성을 키워 주는가? 아니면 오히려 의존도를 높이는가? AI는 교육내용과 방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AI 교육은 누구의 몫인가? AI는 교사의 적일까? 아니면 동지일까? 이번 호는 에듀테크 교육을 대표하는 AI 튜터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활용 가능한 것인지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AI 튜터의 등장으로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AI 튜터는 수업현장에 어떻게 활용되는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교사를 대신할 수 있는지 등을 짚어본다. 기술력만을 내세운 AI 교육을 과대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와 경고의 시각도 담았다. 왜 AI 튜터인가? 교사와 의사의 역할은 매우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책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상당부분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교사는 학생을 교육하고, 개별학생이 자신의 인생을 잘 영위하는데 필요한 지식·기술·태도를 개발하도록 돕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수업을 계획·실행하고, 학생의 학습을 평가하고, 학생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피드백과 지원을 제공한다. 더불어 긍정적인 학습환경을 조성하여 사회적·정서적 발달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의사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건강증진과 예방을 담당하고 있다. 의사는 환자를 검사하고, 진단·테스트를 실시해 해석하며, 치료계획을 개발하고 실행한다. 또한 환자와 그 가족에게 질병을 관리하고, 건강 유지방법을 교육하며, 상담을 제공한다. 언뜻 보면 매우 다른 목적의 책임과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교사와 의사는 다른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막중한 사회적 사명을 공유하고 있다.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운영단계와 의사의 진단 프로세스를 살펴보자. ●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 및 운영단계 교사의 교육과정 설계 및 운영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 계획: 교사는 학습목표 및 표준에 부합하는 수업을 계획하고 설계한다. - 전달: 교사는 강의·토론·실습활동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수업을 실시한다. - 평가: 교사는 퀴즈·시험·관찰과 같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생의 학습을 평가하고 숙제를 부과한다. - 수업결과 환류: 교사는 수업효과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수집하고, 필요에 따라 조정한다. ● 의사의 진단 프로세스 마찬가지로 의사의 진단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 병력 청취: 의사는 환자의 증상, 과거 병력 및 약물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환자의 병력을 수집한다. - 검사: 의사는 환자상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신체검사·혈액검사·영상검사와 같은 검사를 실시한다. - 진단: 병력 청취와 신체검사 및 실험실 검사 중에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는 진단을 내리고, 약과 주사 처방 같은 치료를 한다. - 후속 진단: 환자의 증상 추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모니터링해서 필요에 따라 조정한다. 요약하면 교육과정과 치료과정은 둘 다 필요를 이해하고, 목표를 설정한 후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방식(정보수집·분석·계획수립·수업·진료의 실행·처방·결과 분석 등)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게 다른 점은 의사는 체계화된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전문성을 더해 1:1 처방을 내리지만, 교사는 진단 결과의 도움 없이 20~30명의 학생을 마주하고 진단한다는 점이다. AI 튜터가 지원할 수 있는 일 교사가 주도해야 할 일 인공지능(AI) 튜터는 AI를 사용하여 학생들에게 개인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컴퓨터 기반 프로그램이다. 특히 최근에는 언어학습·수학학습 등 AI 튜터의 활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관련 연구에서 AI 튜터 활용이 성과가 낮은 학생들의 성취 격차를 줄이고, 학생의 참여와 동기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AI 튜터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교수·학습을 크게 향상시키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 개인화된 교육 및 적응형 학습 학생 수준과 환경에 따라 학습콘텐츠의 전달방식을 조정할 수 있으며, 학습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개인화된 교육 및 지원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습을 동기화하고 학습효과를 증진시킨다. ● 즉각적인 피드백 및 지원 학생들에게 작업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질문에 답하고, 자료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추가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 참여도를 높이고 교사의 업무량을 줄일 수 있다. ● 대상 지원 및 데이터 분석 다양한 방식의 형성평가 결과와 참여도 등 학생 데이터를 분석하여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역을 식별하고 교사가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든 학생이 배경·능력 또는 사전 지식과 관계없이 도움받을 있다. ● 관리 작업 자동화 AI는 과제 채점 및 피드백 제공과 같은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을 자동화하여 교사가 교육 및 학생과의 관계 구축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종종 AI 튜터가 도입되면 교사 역할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주요한 특성 중 하나는 AI가 학생 성취 수준에 맞는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은 전통적인 교실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맞춤화된 교육을 제공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학습장애가 있는 학생들도 다수가 함께 학습하는 교실수업에서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AI 튜터의 변별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AI 튜터는 학교교육에서 교사가 채워온 본질적 역할을 대체할 수 없다. 왜냐하면 AI 튜터가 학생들의 수준을 측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진단하며, 필요한 안내와 인지적 학습을 제공하는 유용한 도움을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학생들에 대한 통찰·공감·유대 등과 같이 교사만이 할 수 있는 교수 전문성은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교사와 의사의 공통 특성에 관한 논의에서 의사가 엑스레이·피검사처럼 기술 발전에 힘입은 검사 장비들을 통해 환자 진단에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얻는다고 해도 의사의 오랜 임상경험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정확한 진단 및 처방 없이는 적절한 치료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실제로 교사 역할을 AI 기반의 튜터링 시스템으로 대체한 알트스쿨(AltSchool)과 같은 학교의 경우 ‘철학 없는 교육모델의 실패’로 판명되어 이후 해당 시스템을 일반 학교에서 교사를 지원하는 모델로 바꾼 후에야 교육 수혜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AI 튜터는 자연어 처리 및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학생의 질문(쿼리)을 이해하고 맞춤화하여 정확한 응답을 제공한다. 또한 학생의 진행 상황과 활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교사가 적시에 개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별화된 학습지원 외에도 과제 채점 및 피드백 제공과 같은 반복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작업을 자동화하여 교사 업무량을 줄일 수 있다. 자동 작문평가 및 교정 서비스, 챗봇을 통한 자동답변 시스템과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아울러 이러한 AI 튜터 시스템을 교수·학습과정에 잘 활용하기 위해서 교사는 AI 튜터를 학생들의 개별화되고 맞춤화된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진단·처방·지원도구로 수업설계·운영·평가의 각 과정에 통합해 활용하고, 학생이 AI 튜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지원하여 성취를 도와야 한다. 구체적인 활용전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정에 부합되는 AI 튜터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수업에 맞게 구성되었는지 확인한다. 둘째, 전체 커리큘럼 및 수업계획에 AI 튜터 활용계획을 통합한다. 셋째, 학생들에게 AI 튜터를 소개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안내한다. 넷째, AI 튜터가 제공하는 학생의 학습진단 결과 및 진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업방향과 방법을 조정한다. 다섯째, 필요한 경우 개별학생별로 추가적인 지원 및 설명을 제공한다. 여섯째, 학생의 성과를 평가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며,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다. 일곱째, 학생들에게 인간적인 접촉과 정서적 지원 및 지도를 제공한다. 여덟째, 다른 교사 및 관리자와 협력하여 AI 튜터의 효용성을 평가하고 개선한다. AI 기반 교실에서 교사의 역할 교실은 다양한 목적·이해관계자·자원·활동들이 함께 하는 매우 복합적인 환경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실에 무엇을 구현하고 구현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교사의 역할은 가장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다. 교실에서 새로운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있어 교사는 AI 기술을 수업에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이와 동시에 그 한계와 윤리적 고려사항을 인식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교실 오케스트레이션(Classroom orchestration)으로서의 역량을 길러야 한다. ● 촉진자 및 안내자로서의 역할 강화 교사는 AI 기반 시스템 사용을 통해 학생들을 안내하고 개별학생의 학습적 요구에 따른 교육 및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책무가 있다. 더불어 학생들이 AI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한다. ● 전문성 개발의 중요성 교사는 AI 기반 시스템의 기능과 한계, 교실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개별학생들의 특성에 근거해 보다 깊이 있는 학습을 이끌어내는 AI 기술 기반의 수업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 윤리적 문제탐색 및 책임 있는 기술 활용 촉진 교사는 교육에서 AI의 책임 있는 사용을 촉진하고, 데이터 프라이버시 및 편견과 같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위험을 완화하고 AI 기술이 윤리적으로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 인간적인 상호작용을 증진하는 데 핵심적 역할 수행 AI 기반 시스템은 인간 상호작용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증진시키는 데 활용되어야 하며, 교사는 인간적 상호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교실에서의 기술통합을 넘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교사가 스스로 전문적인 성장을 주도하고,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또 행동을 실천하는 ‘Teacher Agency(교사행위자성)’로서의 주도성을 확보해 진정한 가르치는 방식의 변화와 궁극적인 학생 성장을 이끌어내는 것일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 능력의 확장을 넘어 세계의 확장, 가치의 확장을 가져오는 시대, AI 튜터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견인하는 교사의 역량을 확장하는 도구로 학교현장의 쓰임새를 잘 찾기를 바란다.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21대 이사장에 이대영 전 서울시부교육감이 선임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교육 대전환의 핵심인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지원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이 신임 이사장은 취임 후 가진 새교육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정신에 중심을 두고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모든 서책형교과서를 디지털교과서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AI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교과서는 2025년부터 초·중·고교에 단계적으로 보급된다. 학생에게 필요한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되는 AI 기반 교육과정 프로그램(코스웨어)를 통해 수업환경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이 신임 이사장은 또 “학교현장에 불편을 주지 않도록 교과서 공급체계를 완전히 혁신하고 학생 개별 분배 등 서비스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이 신임 이사장은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와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장학관을 거쳤으며,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2011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 등을 지냈다. 지난 2022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 교육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으로 교육현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면서 대안을 제시, 유권자들에게 강한 신뢰를 남겼다. 새 사령탑을 맞은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이하 협회)는 지난 1978년 설립돼 전국 초·중·고교에 검인정교과서를 공급해 오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책을 맡았는데 소감은. 먼저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검인정교과서를 공급하는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우리 협회는 모든 회원사와 함께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맞춤교육, 티칭이 아닌 코칭으로 선생님들께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지원 및 교과서 공급체계 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정신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질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역량을 펼칠 수 있어서 큰 책임감과 함께 소명의식을 갖게 된다. 앞으로 정부와 시·도교육청 및 출판사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교육의 진정한 파트너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다. 정부가 2025년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기자 브리핑에서 앞으로 선보일 디지털교과서는 기존 PDF 파일형과는 다르다고 했는데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궁금하다. 현재의 디지털교과서는 학교현장에서 익숙한 서책형 기반의 단순 기능 위주 형태이다. 반면 정부가 2025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디지털교과서는 AI 기술이 들어가 학생에게 필요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게 된다. 이점이 가장 큰 차이다. AI 기반의 교과과정 프로그램(코스웨어)을 통해 수업환경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로의 전환에 맞춰 협회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정부는 AI 기반 코스웨어(디지털교과서)를 운영해 교사가 학습데이터 분석결과를 수업에 활용하도록 최적화된 학습지원을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과서 발행사들도 향후 AI 기반 코스웨어 개발이 필수사항이 됐다. 우리 협회도 디지털교과서의 이해 증진과 정보 공유, 회원사 기술 지원을 위한 자문단을 구성하려 한다. 또한 에듀테크 기업과의 국내외 관련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디지털교과서 공급 플랫폼을 통해 발행사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디지털교과서가 등장하면 서책형교과서는 사라지게 되는지 궁금하다. 2025년부터 초등 3·4학년, 중1, 고1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디지털교과서가 교육과정에 맞춰 제작·공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몇 개 과목을 디지털화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발행사들의 역량과 노력 등에 따라 과목 수는 정해질 것으로 본다. 디지털교과서의 등장과 더불어 최종적으로는 서책형교과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예측 또한 가능하다. 독일의 한 주에서는 온전히 디지털교과서만 사용하기 시작한 곳도 있다. 우리는 그들보다 더 빠르게 디지털교과서의 전면 시행이 진행될 수 있다고 본다. 디지털교과서가 적용된다고 할 때 이를 제대로 활용할 교사는 충분하다고 보는가. 정부는 디지털기반 교육혁신방안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모든 교사가 수업평가방식의 혁신을 이해하고, 실제 학교현장에서 이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집중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또 미래역량 함양과 교육현장 연구실습을 기반으로 하는 대학원 수준 교원양성 및 교대·사대 혁신을 위한 지원정책도 마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원양성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므로 미리 수급에 대한 대책을 세워 정책추진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교과서가 너무 내용이 많고 책이 두껍다는 지적이 있는데. 교과서는 학습도구로서 편찬상의 유의점에 따라 외형체제가 정해진다. 편찬상의 유의점은 오랜 기간 연구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검인정교과서 공급 서비스에 대한 교육현장의 불만도 있다. 구상 중인 개선방안이 있나. 학생 개개인에 대한 택배 공급방안도 검토되고 있나. 우리 협회는 그동안 학교공급 서비스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매년 초·중·고 교과서 담당 공급인을 대상으로 서비스 개선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고, 학교 공급 시에도 사전안내, 학교 학년별 지정장소 배송 및 학년별 분류작업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시범학교 운영과 현장 여론수렴을 거쳐 학생별 개별 분배 등 서비스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교과용도서 공급서비스 개선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및 학교현장과도 적극 소통하고 협의해서 교과서 공급체계를 완전히 혁신하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마다 교과서가 진영 갈등에 휩싸이곤 한다. 해결방안은 없을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논란이 많은 역사나 사회과목의 경우 팩트에 근거하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최우선 가치를 둔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한 대한민국 미래의 주인공들이 배울 교과서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교사로 출발해 교육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최고의 교육전문가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교육정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정책은 출발선부터 공정하게 국가가 책임지는 맞춤형 교육 및 돌봄이다. 모든 아이들이 우리사회 건강한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 돌봄에서 격차를 해소해 공정한 출발이 가능하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본다. 저 역시 교육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잠자는 아이를 깨우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재능과 끼를 살려 마음껏 펼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적도 있었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학생과 학부모가 모두 행복한 교육환경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3년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우리 협회는 지난 40여 년간 교과서 발행의 합리화를 도모함으로써 양질의 교과서가 적기에 공급되도록 하여 학교교육 발전에 기여해 왔다. 앞으로도 모든 회원사와 함께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맞춤교육, 티칭이 아닌 코칭으로 선생님들께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아울러 학생과 선생님을 위한 친화적인 교과서와 디지털교과서 개발을 위한 지원 및 교과서 공급체계의 혁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학교급식 및 영양 식생활교육의 중요성 미각은 뇌와 연결된 감각이다. 맛과 관련된 분자가 혀와 코에 있는 수용체에 결합하면 전기신호로 변해 뇌로 전달되고, 기록·저장된다. 아직 자극적인 맛을 느껴본 적 없는 아이들은 마치 백지와 같은 상태이다. 여기에 이른 시기부터 자극적인 맛을 알게 되면 그 맛을 기억하고 더 원하게 된다. 문제는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자극적인 음식 맛에 쉽게 중독돼, 먹기 전 식생활로 되돌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어린이는 자극적인 맛에 열성적으로 반응해 계속해서 자극적인 음식만 찾으려는 미각중독이 나타나기 쉽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전체 연령에서 3~5세 유아와 12~18세 청소년만 평균 당류섭취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10%)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 일일 섭취량도 과량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릴 적 자극적인 맛에 노출되면 비만은 물론 고혈압·당뇨병 등 각종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식습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자극적인 음식은 자극적인 입맛을 불러 맵고, 짜고, 단 음식만 찾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맛을 내는 탄수화물은 뇌에서 유일하게 사용하는 에너지원이라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섭취할 때마다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되고, 뇌는 단 것을 맛보며 느꼈던 쾌락을 반복해 느끼고 싶어 한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지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남은 탄수화물이 체지방으로 쌓여 비만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점점 살찌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생건강검사 표본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학생 5명 중 1명이 비만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5.1%였던 학생 비만비율은 19%로 늘었다. 학생들의 식습관 변화도 나타났다. 2019년 대비 ‘주 1회 이상 패스트푸드(햄버거·피자·튀김 등) 섭취율’은 높아졌지만 ‘채소 매일 섭취율’은 낮아졌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패스트푸드 섭취율(▲2.89%)’이 눈에 띄게 늘었고, 이들의 ‘채소 매일 섭취율(▼1.3%)’은 줄었다. 이렇게 우리 학생들은 지금 비만과 각종 질환 발병의 높은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학교급식은 더 이상 학생들의 끼니를 채우는 곳이 아니다. 학교급식과 영양·식생활교육은 학생들의 평생 건강을 책임질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해주는 교육의 일환으로 그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영양교사 직무분석 2022년 1월부터 8월까지 조대연 교수(고려대)는 전국 초·중·고 영양교사 3,565명을 대상으로 직무분석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였다. 설문조사를 통해 과업별 수행여부·수행빈도·수행시간 등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영양교사의 일평균 근무시간은 11.14시간으로 산출되었다. 지역에 따른 근무시간은 대도시 〉중·소도시, 도서벽지 〉읍·면지역 순으로 많았다. 학급수에 따른 근무시간은 36학급 이상→ 8~35학급→ 7학급 이하 순이었고, 학생 규모에 따른 근무시간은 751명 이상→ 151~750명→ 150명 이하 순으로 많았다. 영양교사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 11.14시간 중 영양관리는 5.17시간(55.38%), 행정업무는 3.46시간(31.04%), 교육 및 상담부분은 1.51시간(13.59%)을 차지하였다. 가장 자주 수행하는 과업으로 식단작성(1.077시간)과 배식관리(0.916시간)가 있었으며, 가장 적게 수행하는 과업으로는 전문성 개발하기(0.15시간)와 영양 상담하기(0.07시간)가 있었다. 영양교사의 고유업무인 영양관리 및 식생활교육을 위해서는 영양관리와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고, 영양교육 및 상담시간 확보를 위해 영양교사 추가배치 및 업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영양·식생활교육을 실시함에 있어 어려운 점 가. 교육시간 확보의 어려움 현재 A 학교는 급식인원 총 846명(학생 766명, 교직원 80명)에 40학급으로 식당배식 형태로 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배식의 경우 약 1시간 40분 동안 배식이 진행되며, 조리종사원과 배식인력은 총 22명이다. B 학교는 급식인원 총 1,865명(학생 1,742명, 교직원 123명)에 57학급으로 식당배식 형태로 급식을 운영한다. 식당배식의 경우 약 1시간 40분 동안 배식이 진행되며, 조리종사원과 배식인력은 총 28명이다. 급식이 생산되는 과정은 크게 식단 작성→ 검수→ 전처리→ 조리→ 배식→ 세척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학생수가 많은 과대·과밀학교의 경우에는 식재료의 양도 자연스레 많아지며 이에 따라 급식 생산의 전 과정을 관리하는 소요시간이 증가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그 이유는 급식은 영양교사 혼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많은 급식 관련 종사자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위생적인 식재료 배송을 위한 배송업체부터 검수·전처리·조리·세척을 실행하는 조리종사원, 맛있고 건강하게 조리된 음식을 배식하는 배식인력이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다양한 구성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잘 수행하는지 관리하는 것이 급식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급식 생산에는 위생과 안전이라는 중요한 관리요소가 있기 때문에 생산과정 중 한 과정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급식 제공에 차질이 생긴다. 식재료에 문제가 있을 경우, 또는 아무리 좋은 식재료가 들어올지언정 그것이 제대로 조리되지 않는다면, 제대로 배식되지 않는다면, 또한 먹는 장소나 기구가 위생적이지 못한다면 등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이를 관리하는데 행정적인 업무가 수반되어 교육시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잘못된 신체상과 식습관으로 학생들의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 아무래도 초·중학교보다 입시교육이 우선이다 보니 영양·식생활교육시간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이 중요하지 않은 연령대가 있을까? 학교급식은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요, 영양·식생활교육을 통해 자신의 생애주기에 맞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 표준화된 영양교육 프로그램 부재 현재 각 시·도교육청와 대한영양사협회·식품의약품안전처·학교보건진흥원 등에서 영양·식생활교육자료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영양·식생활자료는 부족한 현실이다. 그 이유는 표준화된 영양교육 프로그램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교육주제부터 교육자료 제작까지 영양교사 혼자 모두 해야 한다면 부담감이 앞설 수밖에 없다. 학교 영양·식생활교육 활성화를 위한 개선방안 가. 과대학교 및 2식 이상 학교 영양교사 추가 배치 영양교사는 3식 기숙사 학교를 제외하고는 학생수와 상관없이 학교당 1인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영양교사는 학생수 증가에 따른 업무량 증가로 교육시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건강한 급식제공도 중요하지만 영양·식생활교육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급식제공은 학생들의 식생활교육에 한계가 있으므로 과대학교에 영양교사 추가 배치가 필요하다. 나. 표준화된 영양교육 프로그램 개발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맞게 영양교육도 체계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표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르치는 주제·내용·활동·자료제작에 대한 업무부담이 줄어들어 영양·식생활교육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일관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건강관리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초→ 중→ 고교로 연계되는 영양·식생활 교육과정을 정비하고, 이에 따른 표준화된 영양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다. 교육환경 개선 학교급식은 영양·식생활교육과 연계할 때 효과가 배가 된다. 예를 들면 시금치무침을 학교급식으로 제공하기 전에 시금치의 영양적 효능에 대해 학습한다면 학생들의 시금치무침 섭취율은 상승한다. 또 내가 직접 시금치무침을 만들어서 먹는다면, 이 역시 시금치무침 섭취율은 상승한다. 매일 급식에 나오는 식재료의 정보와 영양적 효능을 식생활교육관(식당)에서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준다면,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는 매우 클 것이라 기대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학교정보 인프라 사업에 포함하여 무선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고, 영상장비(대형 스크린·전자게시판·빔프로젝트 등)를 설치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더불어 활동중심 영양·식생활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영양교육실 설치 또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의 첫 교감발령은 2021학년도 3월,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원격수업으로 시작하던 해였다. 봄·여름·가을·겨울 두 번을 코로나와 함께했다. 개학식 날 학교 방송으로 부임 인사를 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라서 전체 직원회의도 비대면으로만 하니, 복도를 지나가는 교감에게 2학년 담임교사는 “코로나 상황이라 학부모 출입이 제한되는데 어떻게 들어오셨어요?”라며 말을 건넸다. 이 시기에는 교직원 간에도 친밀한 소통이 어려웠고, 대신 교육공동체 간의 갈등과 요구는 더 다양해지고 많아졌다. 수업과 생활지도가 최우선인 교사들을 지원하는 교감다움 #01 _ 교사들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지원하는 것이 교감의 소명이라는 생각에 또래에서 겉도는 아이들을 챙기려고 애썼다. 아무 거리낌 없이 지각하고, 배가 아파 보건실 간다는 핑계로 복도를 배회하는 학생들을 교실로 돌려보내기 위해 그들의 응원단장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차가운 기운이 갑자기 밀어닥친 10월 중순, 쌀쌀해진 날씨에 교문 앞에서 30분을 기다렸지만 결국 ○○이는 오지 않았다. 5학년인 ○○이는 또래보다 성장발달이 늦어 같은 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이 어머니는 예전과 달리 같은 반 친구들이 잘 챙겨주지 않아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있으니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있는 다른 반으로 학급을 교체해달라고 했다. 반면 ○○이와 같은 반 친구들은 ○○이 때문에 학교생활이 힘들다고 교감실을 찾아와 항의했다. 학부모 십여 명도 ○○이 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이 교육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교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어느 한쪽도 양보가 없는 상황에서 교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의 유급을 막아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온 학교가 ○○이를 돌보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 매일 아침 교문에서 ○○이를 기다렸고, 심리·정서지원과 대안교실 운영 등 행·재정적 지원도 최대한 투입했다. 다행히 ○○이는 6학년에 진급하였지만, 보호자의 동의가 없어 풀배터리 검사는 해보지 못했다. 6학년이 돼서도 어려운 상황이다. #02 _ 위드코로나로 마스크와 가림판에 가려진 채 수업을 받는 학생들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교사들은 최선을 다하지만, 학부모들은 펜데믹 상황에 비대면수업도 많고 소통이 부족하다 보니 오해가 쌓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학부모들은 수업상황에서 일어나는 교사의 단편적인 언행을 지적하고, 당장 개선되지 않으면 교육청에 고발하겠다며 내년에는 절대 담임을 맡지 못하게 조치해달라고 으름장을 논다. 상황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구하려는 교감에게 교사 편만 든다며 공정하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반면 교사들은 교감이 학부모 말을 차단하고 무조건 교사 편을 들어주길 바란다. 교사의 단편적인 언행을 문제 삼아 학부모들이 뭇매를 가하고 있을 때, 동료교사들의 지지와 응원은 상처받은 교사를 회복시키는 중요한 힘이다.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교권침해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실하고 강직한 교사들은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상처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서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는 교감으로서는 힘든 순간이 아닐 수 없다. #03 _ 겨울이 되면 교감은 내년 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을 위해 교사를 배치한다. 물론 교내 인사자문위원회를 거쳐 교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체제를 마련하여 희망서를 받는다. 하지만 선호하는 학년은 특정돼 있고, 힘들고 귀찮은 업무는 담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사람 사는 일이니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교감은 교육과정의 정상 운영을 위해 교사 개개인의 희망사항을 모두 수용해 줄 수 없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고 기피하는 업무를 부탁한다. 다행히 교사들이 애쓰는 교감을 봐서 부탁을 들어준다. 사실 교감에게는 교사들을 설득할 만한 기재가 하나도 없다. 기피하는 업무를 담당한 교사에게 성과상여금에서 우대하겠다는 약속도 교감은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성과상여금은 교원업적평가 중 교감과 교장 의견을 제외하고 다면평가관리위원회에서 정한 정량평가와 다면평가자가 평가한 정성평가 결과만 활용된다. 교직 특성상 대부분의 교사는 퇴직할 때까지 자신의 업적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성실히 교육한다. 교사들에게는 수업과 생활지도가 최우선이지만, 수업과 생활지도가 잘 되려면 행·재정적 업무는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은 교감이 되어야만 알 수 있다. 학교의 인비져블맨이어야 하는 교감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학교장의 방침을 따르도록 때로는 악역도 담당해야 한다. 교감은 지침과 방침에 근거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데 교사들에게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듯한 조직문화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가 정착되고, 학교의 방침을 세울 때 top-down 방식이 아닌 bottom-up 방식은 교장·교감 의견을 배제한 다수의 교사 의견으로 수렴된 결정에만 정당성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교감은 교육공동체 안에서 민원 또는 의견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보이지 않게 조율하는 임무를 마음 졸이며 수행하는 인비져블맨(invisible man)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에 따르면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이 아닌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하고,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교무를 관리하고, 학생을 교육하며,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교장의 직무를 대행한다고 되어 있다. 교감의 중요한 일은 일요일 밤 10시든, 월요일 아침 8시든 교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출근이 어렵다고 갑자기 연락하면 당연히 시간강사를 즉시 구해야 한다. 시간강사를 구하면 아무 일 없는 것이 되고, 시간강사를 구하지 못해 교사들에게 보결수업을 배당하면 무능한 교감이 된다. 교사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은 인비져블맨이 교감인 셈이다. 세상은 곳곳에 많은 인비져블맨이 있기에 잘 유지되고 발전한다. 하지만 인비져블맨으로서 교감의 역할도 초거대 정보화시대에 맞게 최소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는 지원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중간 관리자 역할에 맞는 대우가 수반되어야 한다. 교감에게 직책급 업무추진비가 주어진다면 교사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사기를 진작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2급 정교사가 1급 정교사 자격을 받으면 한 호봉 승급되듯이, 1급 정교사가 교감 자격을 받으면 한 호봉 승급되어야 책무성도 높아질 것이다. 둘째, 교감 업무경감을 위해 교감에 대한 학교장의 신뢰가 기반되어야 한다. 교감들은 20~30년 내외의 교육경력을 갖고 부단히 노력하여 교감 자격을 얻었고, 그만한 업무능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소소한 일까지 학교장에게 일일이 구두보고 해야 하는 조직문화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 셋째, 교감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하여 교감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고 적극 행정을 할 수 있는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게하면 교감 상시 네트워크를 통해 시기적으로 해야 할 일들을 시행착오 없이 체계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울러 유사 민원에 대한 합리적 응대 방법도 공유하며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넷째, 교육공무원인 교감도 휴업일을 적극 활용하여 교육자료 수집, 연수 참여 등 전문성 신장 기회를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교육공무원은 수업일에는 연가 사용이 제한되며, 미사용 연가에 대한 보상이 없다. 휴업일에 교감은 당연히 교무실에 출근해야 한다는 조직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 반면 학교 행정실에는 수업일·휴업일 상관없이 장기재직휴가·학습휴가·연가 등을 사용하며, 사용하지 않은 연가는 보상받을 수 있다. 교육공무직도 마찬가지다. 휴업일 중 발생하는 교무업무를 원격업무로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다. 휴업일에 교감이 교무실을 혼자 지키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다양한 연수 참여와 교육자료 수집·연구 분위기 조성으로 교직소양을 갖춰 전문성 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교육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모든 교감을 컨설팅 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 교감들 대부분은 교사시절에 누구보다 열심히 교육활동을 한 사람들이다. 교감들은 소속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 컨설팅을 통해 우수사례를 확산하는 코디네이터가 되도록 해야 한다. 타 학교 컨설팅 방문을 통해 각 학교의 우수사례도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적극적인 학교 간 소통을 위한 커뮤니케이터(communicator)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교감다움은 시대에 맞춰 변해야 한다. 교감은 학교장과 교사들이 빛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인비져블맨이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한 코디네이터로서 교육공동체의 성장을 촉진하는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더불어 학교 간 커뮤니케이터로서 항상 존재감 있는 적극적인 학교구성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들어가며 2023년 1월 5일, 교육부는 연두 업무보고를 통해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시범운영 방안’을 4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글에서는 정책방향 및 관련 이슈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어서 교전원 설치방향을 좌우할 교전원 설치 필요성을 따져본다. 마지막으로는 제기될 수 있는 제반 이슈를 완화시키면서 교전원 설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교전원 체제를 간략히 제시한다. 이 글은 그동안 연구해온 내용, 진행 중인 교육대학원 발전방안 연구, 그리고 교육대학원장협의회 강연에서의 질의응답 등을 반영하여 정리한 것이다. 가. 교전원 정책 핵심 현장교원과 전문가 등이 포함된 위원회를 1월 중 구성하여 미래역량 함양, 교육현장 연구·실습을 기반으로 대학원 수준의 교사양성과 교·사대 혁신을 지원하는 ‘교육전문대학원 시범운영 방안’을 4월까지 마련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계획이다. 이에 따르면 교전원 졸업자에게 전문석사학위 또는 전문박사학위를 수여하고, 동시에 정교사 1급 자격증을 부여한다. 기존 교대와 사대가 대학 내 자체조정 혹은 기관 간 통합을 통해 교전원 체제로 전환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신설될 교전원은 초등 중심, 중등 중심, 혹은 초·중등 복수자격 중심 체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시범기간 중 입학생에게는 임용을 보장하고, 학비는 장학금을 통해 국가가 지원할 계획이다. 나. 관련 이슈 장기적으로 교사양성기관을 모두 교전원 형태로 바꾸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래형 모델로 몇 개만 유지하고자 하는지에 따라 관련 이슈는 상당히 달라진다. 일부만 교전원으로 전환하고자 할 경우에는 양성기관 간의 정부지원 형평성, 배출되는 교사 자질 차이, 교사 이원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사 이원화란 일부 경찰만 경찰대에서 배출함으로써 나타난 현상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장기적으로 교전원에서만 교사를 양성하고자 할 경우에는 기존 양성기관을 어찌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모든 교전원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임용을 보장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정책을 명확히 해야 한다. 모든 교전원 졸업생의 임용을 보장하려면 많은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고, 임용을 보장하지 않으면 교전원 입학 유인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고교학점제로 인해 늘어날 다양한 교과 담당교사를 비롯한 특수교과 교사를 모두 교전원에서 배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교전원 설치 필요성에 비춰본 교전원 정책방향 제안 가. 에듀테크를 비롯한 세상의 급변 세상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해 배워야 할 것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미래에 적합한 교사는 디지털시대에 부응하는 에듀테크 역량만이 아니라, 일반 교사가 상대하기 힘든 학생·학부모의 급증, 교육수요의 고급화, 교육무관심 학부모 증가, 기초학력 미달(부진)학생 증가 및 교육 양극화 심화 등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야 한다. 교사양성을 4년이 아니라 6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다. 다른 전문직종(법전원·의전원·약전원 등)도 최소 6년의 교육기간을 거쳐 양성되고 있다. 이러한 기관들의 시설과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교·사대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서, 질 높은 교육이 가능하다. 교전원이 설치 목적을 달성하려면 다른 전문대학원 수준의 파격적인 지원과 투자를 통해 최고의 시설과 교수진 그리고 미래형 교육과정을 가진 새로운 대학(양성기관)을 신설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재정지원사업처럼 개혁 목표, 즉 교육과정의 파격적인 개편과 교수 요원 역량 증대 등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예산만 허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등록금 지원에 예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게 된다면 교육전문대학원 설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나. ‘새 술은 새 부대’에 첫 번째 필요성과 관련된 또 다른 이유는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데 있어서 기존 양성기관 자체 개편이 가지고 있는 한계이다. 교대나 사대가 자체적으로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개편을 시도하고는 있으나, 성과는 미미하다. 교·사대 평가를 통해 개혁을 유도했지만, 그 또한 한계가 많다. 여타 고등교육기관 개혁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5개의 과기원을 만들었던 이유 중에는 기존 국립대 내의 공대 개편으로는 원하는 새로운 차원의 인재를 배출하기 어려웠던 것도 있다. 과기원을 만들 듯이 기존 양성체제를 완전히 개혁한, 혹은 새로운 형태의 교전원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미래형 교육전문대학원 모델을 제대로 정립하여 제시하고, 기존 양성기관 중에서 이에 부합하는 완전한 개혁을 이뤄낼 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 성패는 기존 양성기관 교수들의 마음가짐·역량·열정을 교전원의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있다. 여기서 하나 고려해야 할 것은 국가가 전액 지원하는 교전원을 설치하고자 할 경우, 중등교원 양성기관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 사범대는 어찌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사립 사범대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 교사 양성교육 내실화 세 번째 필요성은 과잉배출에 따른 사범대(교육대학원, 교직과정 포함)의 교사양성 부실 문제 극복이다. 간호대도 100시간(25주)을 실습하는데, 사대는 형식적인 교직과목 운영과 4주간이라는 짧은 실습을 통해 교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사대처럼 극히 일부만 교사가 되는 양성기관에서는 제대로 된 전문직종 양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교전원은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답을 하는 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전문대학원 정책방향 제언 교전원 필요성에 부응하면서도 위에서 분석한 다양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은 과거 사법연수원처럼 교사임용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집중 실습이 포함된 2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교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합격자 전원을 수용하기 어렵다면 당분간은 합격자 중에서 희망하는 사람, 희망자가 너무 많을 경우에는 교전원 시험을 통해 합격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면 될 것이다. 만일 희망자가 너무 적다면 교전원 입학에 따른 유인을 높이면 된다. 장기적으로는 교전원 숫자와 정원을 늘려 급변하는 시대를 선도할 세계적 수준의 교사를 더 많이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른 하나의 방안은 시범기간 동안 교사임용시험과 교전원 제도를 병행하는 것이다. 이는 사법시험과 법전원을 병행한 것과 유사하다. ‘시범운영 후 여건 조성하여 확대한다’는 기본방침에는 확대할 경우 교전원을 통해 배출되는 교사의 비율을 어느 정도까지 늘릴 것인가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의전원과 법전원은 자격 취득 후 국가가 취업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만, 교전원은 취업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임을 염두에 두며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밝힌 교전원 유형은 초등 중심, 중등 중심, 초·중등 복수자격 중심(초·중등 통합형)이다. 초등 중심은 전 과목을 가르치고, 학급담임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초등의 특성상 절반 이상은 학·석사 통합과정(6년제)으로, 나머지는 약학전문대학원처럼 2+4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니면 전 과목 교사로서의 교육을 받은 교대 졸업생을 2년제 교전원에 입학할 기회를 주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중등 중심은 6, 2+4, 4+2(해당 사대 졸업생에게 교전원 응시 가점 부여), 2(2년제 교전원) 등이 모두 가능하다. 초·중등 통합형의 경우라도 초등 중심과 중등 중심의 별도 체제는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중등 통합형 교전원을 만들고자 한다면 훨씬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유인을 제공해야만 실현 가능할 것이다. 향후 관련 집단이 다양하게 참여하여 안을 도출할 것이라고 한다. 이때 반드시 우리 양성체제의 강점 분석, 싱가포르·핀란드를 비롯한 외국사례 벤치마킹, 국내 전문 연구자의 참여 등을 고려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100여 년간 축적되어온 우리 체제의 강점을 살려가면서도, 급변하는 시대를 선도할 교사양성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다.
올림픽 경기 시상중계를 보며 간간 느끼던 현상이다. 특히 유도·권투·태권도 등 격투기 경기 분야의 시상대에서 무심히 지나치지 않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시상식이라는 게 대략 이렇게 진행되지 않았나 싶다. 경기가 끝나는 대로 금메달 선수와 은메달 선수와 동메달 선수가 정해지고, 이들이 시상대에 오르면 국제 스포츠계의 유명 인사가 나와 메달을 걸어주고, 악수로 치하한다. 이어서 메달리스트 선수들이 메달을 걸고 시상대에 서면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된다. 감격이 경기장 안에 번져나간다. 감격의 물결은 선수들 마음 안에서 더욱 격하게 요동할 것이다. 선수로서는 명예와 보람이 깃발처럼 나부끼는 장면이다. 금메달 선수는 갈등 없는 환희와 보람을 구가한다. 그러나 은메달 선수와 동메달 선수는 꼭 그렇기만 하지는 않다. 금메달을 얻지 못한 아쉬움은 은메달 선수나 동메달 선수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도 좀 유심히 보면 은메달 선수보다는 동메달 선수의 표정이 더 밝고 평온하다. 자기가 딴 동메달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모든 시상대마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중에는 이런 표정을 읽을 수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등위대로만 기쁨과 보람이 비례하는 것이 아님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은메달 선수는 조금 전 결승전 경기에서 패배하여 은메달 선수로 확정되었다. 금메달 고지를 향해서 얼마나 이를 악물고 결승에 임했을까. 그런데 졌다. 패배의 아쉬움과 함께 패배의 현실(reality)을 감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는 선수의 주관 감정이 느끼는 현실감이다. 이를 ‘패배의 현상학’으로 설명해 보자. ‘금메달에 도전했으나, 은메달로 확정’이라는 괜찮은 성과는 당당한 객관적 현실임에도, 은메달 선수에게는 그냥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질 뿐이다. 적어도 당사자의 심리 내면은 그러할 수 있다. 그는 지금 우울하고 아쉽고 속상하다. 동메달 선수는 조금 전 준결승전, 즉 3위·4위를 정하는 싸움에서 이겼다. 그래서 동메달 선수로 확정되었다. 그에게는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이미 한번 진 적이 있다. 지금 시상대에 있는 금메달 선수 아니면 은메달 선수에게 한번 졌기 때문에 3·4위전으로 밀린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으로서는 금이나 은에 대한 감정적 집착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셈이다. 3·4위전에 임하면서 그는 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란 나머지 지지 않을 것 같은 마음을 잘 유지했다. 이 마음은 이기기만을 바라는 것과 심리 내적으로는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등거리지 않고 여유를 축적해 두는 심리라고나 할까. 그는 상대를 물리쳐서 동메달을 걸고 메달리스트가 되어 시상대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와 은혜를 만끽할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3·4위전에서 패하여 동메달도 받지 못했다면, 아 그건 얼마나 원통하고 분한 일이 될 뻔했던가. 그가 이렇게 가정하여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을 인식하는 데까지 갔다면, 바로 그 점이 그를 더욱 행복하게 해 주었을 것이다. 이런 경기 운영 시스템에서 3·4위전은 일종의 패자부활전 같은 위상을 가진다. 그리고 동메달 선수는 패자부활전을 거쳐서 동메달리스트가 된 셈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동메달리스트의 마음에는 패자라는 자기 정체성보다는 승자라는 자기 정체성이 더 강하게 자리 잡는다. 그런 마음으로 그는 시상대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수상과 등위를 두고 안으로 생겨나는 이런 정서현상은 세계 모든 선수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라 할 수는 없다. 유독 한국선수들에게서 더 많이 발견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국가대표 간의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죄인의 심정으로 돌아와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 경기에서 지면 나는 망한다’ 이런 불운의 예감에 시달리며 억눌리는 감정, 즉 디프레스(depress) 마인드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를 인간적으로 도닥거려 줄 여유가 우리에게 모자랐다. 그것이 그때 우리의 수준이었다. 침탈과 전쟁과 궁핍의 시대를 겪으면서 열등에 억눌렸던 국민의 정서도 그렇게 삭막해 있었던 것 아닐까. 관전과 응원과 승패를 대하는 데에도 시대의 표정이 그렇게 끼어들었다.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다. ‘경기를 즐기듯 하라’는 주문이 갖는 깊은 경지를 알 듯도 하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의 이야기이다. 그는 자랄 때 집이 너무 어려워서 고생을 했다. 중학교에는 들어갔지만, 수업료를 낼 수 없었다(그때는 중학교 수업료를 분기별로 냈었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가정교사를 했다. 대학생도 아니고 어린 소년이 그렇게 해서 학비를 번다니, 얼마나 마음은 힘들고, 몸은 고단했겠는가. 그 일을 하지 않고 공부에만 전념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현실은 냉엄했다. 학교에는 수업료를 면제해 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그 혜택을 받자면 전교 3등 안에 들어야 했다. 소년은 전심전력으로 공부했다. 학년말에 그가 도달한 등위는 4등이었다. 수업료 면제는 어려워졌다. 소년은 낙담하지 않고 그다음 해에는 더욱 분발하였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이번에도 4등이었다. 소년은 대처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등학교에도 전교 3위 이내 성적 우수자에게 수업료를 면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그는 전교 4위였다. 학비의 어려움은 여전했으므로 소년의 가정교사 노동은 고등학교에 와서도 계속되었다. 이렇게 말하니까 나의 지인에게 부족함이 있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 전교 4위도 대단한 실력이다. 내가 분석하건대 중·고등학교 기간 내내 그가 짊어졌던 가정교사의 노역(勞役)이 없었다면 그는 1등을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나의 지인은 그의 고등학교가 자랑해도 좋을 정도로 대학 진학에서 좋은 성적을 내었다. 학교는 특별 사정회를 열어서 전교 4위이지만 대학 진학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에게 대학 입학등록금을 지원하였다. 앞의 올림픽 메달 수여 장면으로 잠깐 다시 돌아가 보자. 그런데 정작으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선수는 4등을 한 선수이다. 그는 3·4위전에 패하여 메달리스트가 되지 못한 사람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메달리스트들과 그리 큰 실력 차가 없을 수도 있다. 운명적이라 해도 좋을 기막힌 불운이 경기 중에 작용했을 수도 있다. 시상 장면을 보는 사람들은 금메달리스트에게 환호하고, 은메달리스트의 분투에 연민을 보내고, 동메달리스트의 겸허한 행복감을 인정해 주지만, 4등을 위한 배려의 틈을 내어 줄 생각을 하지 못한다. 메달권에서 벗어난 인물은 빠른 속도로 인정에서 배제된다. 그러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4위의 성과에 보람을 심는 당사자 선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가당치 않은 소외와 좌절로 원망의 눈물을 뿌리는 당사자 선수도 있을 것이다. 아! 이 4위를 어떻게 다독거리면 좋단 말인가. 아! 이 4위를 어떻게 북돋우면 좋단 말인가. 이 글의 제목이 ‘4등을 위해서’로 되어 있는데, 오해 없기를 바란다. 이 글은 구체적으로 4등을 한, 그래서 네 번째로 존재하는, 그런 특정의 인물을 위해서 쓴 글이 아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4등’이란 어떤 권역에서 아깝게 그리고 다소 억울하게 밀려난, 그런 위치 위상을 표상한다.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는 사회를 생각해 보자는 뜻으로 쓴 글이다. ‘꼴찌에게 보내는 박수’에 우리 사회는 웬만큼 공감의 가닥을 가지는 듯하다. 당장 실천에 닿지는 못해도 심정적 지지를 한다. 그간 의식 있는 사람들이 격차와 차별에 대해서 노력을 기울여 온 때문이리라. 그런데 소외와 섭섭함은 공동체의 가장자리와 끝자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꼴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여러 층위의 범주들, 그 틈새와 골 사이마다 각기 그네들만의 단절과 서러움과 아픔이 있는 법이다. 갈등과 아픔은 양극에도 있지만, 양극의 중간 지대에 있는, 여러 결절점 간에도 그 나름의 위로가 필요한 곳이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올림픽이든 학교든 또 다른 어떤 곳이든 현실적으로 등위는 존재한다. 그러나 ‘절대적 등위’는 없다. 그 허상에 눌릴 일이 아니다. 내 마음에 그 등위가 어떻게 들어와 내 마음과 어떻게 화해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내 안에서 내가 매긴 ‘심리적 등위’를 잘 조정하고 유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교는 학생들이 한 학년을 마치고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는 시점이다. 통지표를 받아 가는 아이들이 격차에 눌리지 말고, 내가 가진 ‘남과의 차이’를 바르고 밝게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빌어본다. 그 과정에서 선생님들의 지혜가 빛을 발하기를 기원한다.
한국교총은 겨울방학을 맞아 2030 회원을 대상으로 겨울캠프: 힐링연수 편 ‘알콩달콩 공감동감 직무연수’를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됐다. 지난달 3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열린 이번 연수는 2030 세대 교사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구성돼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스키, 보드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면서 선배 교사들의 교직 생활 노하우를 배우고, 교실 속 레크리에이션, 보드게임을 활용한 수업 기술, 연구대회 참가 비법 등 교육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직무연수 강사는 현직 교사들로 구성됐다. ‘교실 속 레크리에이션’은 이승리 전북 만경여중 교사가 맡았고, ‘교직 꿀팁’ 은 김문환 경기 보개초 교사가, ‘보드게임 활용 수업’은 박지웅 전북 안천초 교사, ‘연구대회 천기누설 비법 전수’는 임혜진 경기 오리초 교사가 강사로 나섰다. 박충열 충남 당진꿈나래학교 교사는 문자메시지로 연수 소식을 접했다. 스키도 배우고 다른 지역 교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데 끌렸다. 박 교사는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으로 둘째 날 저녁에 진행된 ‘교직 꿀팁’ 시간을 꼽았다. 박 교사는 “교직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거나 간과했던 부분을 짚어줘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많았다”면서 “2시간 동안 학교안전공제회 제도, 학교 감사, 복무, 수당 등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을 집약해 설명해준 덕분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윤정 서울망원초 교사는 친구와 함께 참가했다. 저렴한 비용과 알찬 프로그램에 눈길이 갔다고 했다. 이 교사는 여러 지역의 교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연수 참가를 계기로 교총 회원 가입도 마쳤다. 이 교사는 “기회가 된다면 또 참가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르는 분들과도 금방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보드게임 연수가 기억에 남아요. 학급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라 유익했습니다. 보드게임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고요.” 동료 교사와 참가한 김미란 충북 제천산업고 교사는 직무연수를 받으면서 스키도 배울 수 있다는 데 메리트를 느꼈다고 했다. 특히 복무와 휴가 사용처럼 직접 찾아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2박 3일 동안 일정이 빡빡해서 힘들었지만, 그만큼 알찬 시간이었다”면서 “다음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총은 앞으로도 회원들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예정이다.
김경도 신임 제주교총 회장(오름중 교장)이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본지는 김 신임 회장에게 앞으로 활동 계획과 비전을 물었다. Q. 임기를 시작했다. 어떤 부분에 주력하고 있나 A. “최근 들어 전국적으로 교권 침해 정도가 심해지고 사례도 급증하는 실정이다. 제주도도 예외는 아니다. 교권 침해를 당한 선생님은 누구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고 앓는다. 자존심 상실과 정신적 고통으로 교단을 떠나기까지 한다. 이제 더 이상 교권 침해를 방치할 수 없다. 제주교총에서는 교권 침해를 당한 선생님을 찾아 뵙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 적극적으로 도울 방안을 모색하겠다. 교권 침해를 당한 선생님이 교사의 자긍심을 회복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 Q. 지역의 교육 현안은 무엇인가 A. 제주 지역은 특별한 교육 현안은 없다. 다만, 제주 지역의 모든 선생님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추락한 교권, 침해당하는 교육 활동, 열악한 근무 여건, 수업 외 업무 부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교사로서의 삶이 힘들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선생님의 학교생활이 행복해야 우리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 제주교총은 교육활동 보호와 교원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교사의 행복 지수를 높여 나가겠다. Q. 회장으로서 비전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학교 현장의 지원자이자 동반자로서 다음 네 가지를 중심으로 제주교육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첫째, 교권 회복의 가치를 높여 회원의 교육 활동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 둘째, 회원의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을 통해 회원의 품격을 높이겠다. 셋째, 회원의 의견을 잘 수렴해 도교육청과 정책 협의를 추진하겠다. 넷째, 교원 복지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사업 운영으로 회원 수 증대에 힘쓰겠다. 제주 학생의 미래와 교육을 먼저 생각하고, 교육 현장에서 신뢰받을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
윤연모 전 서울 서라벌고 교사가 펴낸 다섯 번째 수필집.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시인과 수필가로 집필 활동을 이어갔던 그는 그동안 시집 어머니의 시간 여행, 베고니아의 승천 등을 펴냈고, 수필집 나의 스승, 나의 아버지, 원숭이 빵나무와 돈 씨 부부 등을 썼다. 수필집 몽골 샌듄에서 낙타를 타다는 부모님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고마운 마음, 서라벌고에서의 추억담, 제자와 동료들에게 보내는 마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 등을 담았다. 몽골과 동유럽, 러시아를 여행을 떠올리면서 쓴 기행 수필도 눈길을 끈다. 이든북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