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교육은 급격한 디지털 전환을 경험하였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났고, 인터넷 공간은 단순한 정보 검색의 장을 넘어 학생들의 일상과 관계 형성의 중심 공간이 되었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의 확대는 긍정적인 변화만 가져오지 않았다. 익명성 뒤에 숨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악성 댓글과 사이버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으며, 학생들 또한 이러한 문화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선플 칼럼을 통해 “비판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상대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방식이 되는 순간 악플이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댓글 예절 교육이 아니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도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시민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진 선플 운동은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학생들의 생활문화를 변화시키는 교육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남 관동초 구은복 교사는 관동초와 삼계초에서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선플 캠페인과 플래시몹 활동을 운영하며 학교 전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하였다. 또한 본인은 산촌유학교육원에서 108개 학교, 약 8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선플 교육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친구의 장점을 발견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배우는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학생 간 갈등과 문제 행동이 감소하는 변화도 경험하였다.



특히 진영금병초와 김해신안초에서 진행한 선플 뮤지컬, 선플 플래시몹, 선플 수화, 선플 치어리딩 활동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학생들은 공연을 준비하며 친구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고, 서로의 장점을 발견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워 나갔다. 이러한 사례들은 선플 운동이 단순히 ‘좋은 댓글 달기 운동’이 아니라 사회정서 역량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교육 활동임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러한 학교 현장의 경험을 개별 교사의 열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정책과 제도로 연결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등 사이버폭력 예방 관련 부처가 협력하여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선 디지털 시민교육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본인은 이러한 역할을 선플운동을 오랫동안 실천해 온 선플운동본부가 중심이 되어 담당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먼저 교육과정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윤리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상당수가 일회성 강의나 정보 전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는 국어, 도덕,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 등에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과 연계한 ‘디지털 언어윤리’ 성취기준을 보다 명확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단순히 “착한 댓글을 달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교육 자료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 현재 선플 활동은 지도 교사의 역량과 열정에 따라 운영 방식의 차이가 매우 크다. 어떤 학교는 캠페인과 플래시몹 중심으로 운영하고, 어떤 학교는 수업과 연계한 실천 중심 활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구은복 교사가 선플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이제는 “수업 자체가 선플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방향성도 요구되고 있다.
이에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등이 협력하여 디지털 시민교육 플랫폼을 구축하고, 선플운동본부와 같은 전문 기관이 활동지, 루브릭, 캠페인 키트, 영상 자료, 수업 모형 등을 개발하여 전국 학교에 보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초등학생용, 중학생용, 학부모용, 교사용 등 대상별 맞춤형 자료 개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 연수 체계 강화 역시 중요하다.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학생들의 관계 갈등을 중재하고 온라인 갈등 상황을 지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선플운동본부는 존중 기반 피드백, 회복적 생활교육, 공감 대화법, 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중심으로 한 실습형 연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례 중심 연수와 교사 간 수업 나눔 문화가 중요하다. 본인과 구은복 교사의 사례처럼 실제 학교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된 선플 수업과 캠페인을 공유하고 확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전국적으로 선플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디지털 시민교육 플랫폼은 학교를 넘어 지역사회와 연계된 활동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선플 운동은 온라인 댓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역 상점과 연계한 ‘친절 가게 인증’, 학생 재능기부 봉사활동, 지역 축제와 연계한 선플 캠페인 등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배려와 존중을 직접 경험하도록 만든다.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에는 한계가 있지만, 지역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문화 운동으로 확산된다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선한 영향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한 성과를 측정하고 공유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선플 운동은 정성적 평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긍정 피드백 빈도, 갈등 감소 사례, 학생 자치 참여율, 학부모 참여 건수 등 학교문화 지표를 데이터화하여 학교 현장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단순한 행사 중심 활동이 아니라 학생 관계 개선과 학교폭력 예방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우수 사례를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기반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플 운동의 방향성이다. 선플은 단순히 ‘좋아요’를 누르거나 칭찬만 하는 운동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존중의 언어로 대화하고, 비판이 필요할 때는 논리와 배려를 바탕으로 표현하는 민주적 시민교육이어야 한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미래의 선플 운동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응원과 격려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겸손한 비판을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시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또한 2025년 디지털 교과서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시기부터, 디지털 교과서 도입 과정에서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을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해 왔다. 실제로 교육부의 디지털 교과서 정책이 2026년 ‘전면 필수 도입’에서 ‘학교 자율 도입’ 형태로 조정되면서, 디지털 환경 속 학생들의 사회정서 역량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앞으로 AI와 디지털 교과서 활용이 더욱 확대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AI 활용법과 디지털 기기 사용법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디지털 공간 속에서도 사람을 존중하고, 공감하며, 책임 있게 소통하는 방법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선플운동본부는 이제 단순한 댓글 캠페인을 넘어 대한민국 디지털 시민교육의 중심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 교육청과 민간단체를 연결하며 학생들이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와 언어이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고, 존중의 문화가 학교를 변화시키며, 선플 하나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앞으로 선플운동본부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학생들과 함께 더 따뜻한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