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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그동안 양적 성장에 치중해 있던 특수교육 체제를 질적 성장과 개별 맞춤형 교육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이 이뤄진 이후 15년이 지난 만큼 이제는 시대 변화에 맞는 특수교육 지원체제로의 전면 혁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장애학생 교육현안 및 개선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기룡 중부대 교수는 그동안의 특수교육 체제가 양적 성장에는 기여했지만 질적 성장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교육 기회와 과정, 결과 측면에서 아직도 15년 전과 같이 고질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여전히 고등교육이나 평생교육으로 갈수록 적절한 특수교육 기회를 얻지 못할뿐더러 과정적인 측면에서도 맞춤형, 통합교육, 복지 지원들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도 졸업 이후 상급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거나 취업하지 못하는 비율이 40% 가까이 된다”며 “학교 교육을 받은 후에도 진로가 결정되지 못해 다시 시설이나 가정으로 돌아가는 현실이 특수교육 현장의 고질적 문제인지 법과 체계의 문제 때문인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에 따라 특수교육 재정 집행 권한이 시도교육감에게 넘어간 이후 커진 시도별 교육격차 문제도 언급됐다. 김 교수는 “1인당 특수교육비가 평균 3000여만 원인데 제일 높은 시·도는 4000만 원이 넘고 낮은 곳은 2400여만 원에 불과해 무려 1.7배 차이가 난다”며 “이런 상황이 누적돼 시도 간 환경과 여건 차이가 더욱 심해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투자하고 지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통합교육에 대해서는 2014년과 2019년 두 차례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지적을 받았던 예를 들며 성인이 된 이후 지역사회로 나가려면 통합교육 비율이 점점 늘어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분리된 교육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밖에도 “매년 순증됐던 특수교사 법정 증원이 올해는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내년 제6차 특수교육 발전 5개년 계획에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하고 특수교육법 전부개정을 추진해 특수교육계의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순경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대표는 “아직도 많은 학생이 거주지 인근 통합학급에 제대로 된 환경이 구축되지 않아서 특수학교를 찾아 편도 1시간 이상 원거리로 통학하고 있다”며 “제대로 된 통합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가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책무”라고 밝혔다. 조경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국장은 교사 배치기준 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중도중복장애 학생이 배치된 학급의 학생 수 감축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통합교육을 지원하는 교사를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며 “이밖에도 교원을 보호함과 동시에 장애학생을 지원할 수 있도록 교권보호위원회의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6일 실시된 제60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결과를 19일 오전 10시에 발표한다. 응시자는 오전 10시부터 시험 홈페이지(www.historyexam.go.kr)를 통해 인증등급 및 취득점수 확인과 인증서 출력이 가능하다. 제60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지원자는 총 10만6310명이었으나, 2만2717명이 당일 결시해 최종적으로 8만3593(결시율 21.4%)명이 응시했다. 전체 인증 인원은 심화 4만1855명, 기본 3408명으로 전체 합격률 54.15%를 기록했다. 이번 시험에서 적발된 부정행위는 총 18건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무효 처리됐다. 10월 22일 실시하는 제6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9월 26일부터 원서를 접수한다. 원서접수는 시·도(권역)별로 접수 일자가 다르므로 해당 권역별 접수 일자를 확인해야 한다. 접수 기간 내에는 시도 변경을 할 수 없다. 추가 접수는 10월 7일 오전 10시부터 10월 11일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문의사항은 시험 홈페이지 공지사항 및 고객센터를 활용하면 된다. 김인걸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상황에서 시험장 대관 및 방역을 위해 협조해 주신 각급학교와 질병관리청 등 시험 운영 관계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며, 국사편찬위원회는 앞으로도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상 이변, 미세먼지 등으로 바깥 활동에 어려움이 느는 가운데,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한 분야가 ICT를 접목한 실내 스포츠 산업이다. 공간이나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덜 받고, 다양한 종목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에어패스’는 이 같은 VR스포츠실 구축에 수년간 노하우를 쌓아왔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청소년용 스포츠 통합 플랫폼 개발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옥수초등학교에 첫 VR스포츠실을 설치했다. 이후 총 설치 학교가 400여 개교에 이르고, 국립특수교육원이 주관하는 실감 체험 교실 사업에 선정돼 73개 특수학교에 상상체험 교실도 구축했다. VR스포츠실은 대형 스크린과 센서, VR교육콘텐츠, 각종 교구로 구성된다. 이밖에 3D홀로그램, 캔버스 키오스크, VR바이크, 스마트러닝머신 등의 기기와 바닥재, 공기정화시스템 등 각종 시설 시공도 학교 필요에 따라 추가할 수 있다. 학교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양궁, 골프, 핸드볼, 테니스 등 다양한 체육활동은 물론, 융합 교육 콘텐츠를 제공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센서를 통해 동작까지 살필 수 있어 교육적 효과도 크다는 설명이다. 다만, 총 7000만여 원에 이르는 설치 비용은 정부나 지자체의 별도 지원이 없는 일반 학교 입장에서 부담이다. 최근 출시한 AR액션플로어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멀티 디바이스다. 65인치 TV와 빔프로젝터, AR센서, 키넥트센서, PC, 라이더 센서를 하나로 묶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기기가 그리 무겁지 않고 하단에 바퀴가 달려 있어 장소 이동이 가능하고, 가격도 2000만 원 선이어서 교실 구축에 비해 접근성이 높다. 제공하는 콘텐츠 유형은 바닥형, AR, 3D모션 등 크게 3가지다. 바닥형은 사이드 스텝, 멀리뛰기 등 PAPS 연계 콘텐츠를 비롯해 숫자 서커스, DDR, 핀볼 등 놀이·교육 콘텐츠 50종이 있다. 또한 가상현실에 사용자의 모습이 구현되는 AR형 콘텐츠는 10종, 3D모션 콘텐츠는 86종이 제공된다. 설치 시 교원 연수와 1년간(센서류는 3년)의 유지보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후에는 별도의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며, 해당 기간 새로 개발되는 콘텐츠는 무료로 업데이트된다.
학교전담경찰관(이하 spo)이 매일 아침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간밤에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들을 챙기는 것이다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A, B 두 중학교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이다. A중학교 2학년 ‘기훈이(가명)’는 아파트 복도에 몰려온 16명의 아이들(B중학교)이 현관문을 발로 차며 위협하는 소리에 공포감을 느꼈다. 기훈이는 직접 경찰에 신고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다급히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를 알렸고 친구가 대신 112로 신고했다. 출동 경찰이 작성한 신고 처리표의 사건 개요란에는 “친구 집 앞에 10명 이상이 찾아와 벨을 계속 누른다. 친구를 대신해 신고한다”라고 간단히 적혀 있었다. 먼저 기훈이 학교의 학교폭력 담당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업 중이라 받지 않아 문자로 자초지종을 보내 놓고 학생부장 교사에게 전화를 건다. 역시 받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교감 선생님에게 전화하니 받으셨다. 신고 내용에 대해 알리고 학생과 면담이 가능한지 학부모와 학생에게 의사를 물어달라고 요청한다. 수업으로 바쁜 담당 선생님들을 대신해 교감 선생님께서 면담 준비를 하는 동안 나는 제복을 챙겨 들고 학교로 출발했다. 기훈이를 기다리는 동안 B 학교 담당 SPO에게 전화를 건다. 나의 좋은 동료인 김 경사는 이미 주동자인 덕수(가명) 학부모와의 면담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저간의 사정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었다. 김 경사 덕분에 기훈이가 초등학교 시절 집단 따돌림을 당하던 피해자이고 덕수는 그런 기훈이를 보호해주던 친구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기훈이조차 덕수를 따돌리는 식으로 상처를 준 일이 한 번 있었다고 한다. 이때 덕수 어머니의 주선으로 여러 번 사과를 받긴 했으나 기훈이의 마음속은 배신감과 피해의식으로 단단히 응어리졌고 서로 다른 중학교로 배정을 받은 후로는 어쩌다가 한 번씩 안부를 묻는 정도로만 연락했다고 한다. 기훈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112 신고 사건 처리표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루는 덕수가 기훈이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며 하소연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화 도중, “너는 내 편이야? 그쪽(여자친구) 편이야?”라고 캐묻고 “줄을 서라”고 말하며 선택을 강요하는 일이 일어났다. 애초에 덕수에 대한 신뢰가 없던 기훈이는 이를 오랜만에 전화 온 동네 친구의 한심한 넋두리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휴대폰의 녹음 기능을 켜 녹취를 하였고 통화가 끝난 후, 둘 간의 대화 내용을 고스란히 유튜브에 올렸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덕수의 어머니를 겨냥한 욕설(패드립)을 해당 유튜브에 댓글로 단 후 주변 친구들에게 링크를 전달하는 식으로 유포까지 해버렸다. 이런 행위를 한 이유를 물으니 “다른 아이들이 덕수의 실체를 알았으면 해서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 이제는 양쪽 다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상황. 이대로 학폭위나 형사고소 절차로 들어가면 각자의 위법행위에 책임지는 조치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 즉,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로 남을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 김 경사와 나는 여기서부터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깊이 들어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양쪽 다 서로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깊이 뉘우치고 있고 사과를 통해 해결하고 싶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마음이 그러하다면 더는 학폭위나 형사고소 등의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우리는 경찰서에서 주관하는 ‘회복적 경찰 활동’ 제도를 활용해 공식적인 ‘사과와 화해의 절차를 가지는 것을 제안했고 양쪽 아이들과 부모님들 모두 이에 동의했다. ‘회복적 경찰 활동’이란, 상담 전문기관, 경찰, 그리고 가·피해자 학부모, 학생들이 모여 사전모임, 본 모임, 모니터링의 3단계를 거쳐 ‘약속이행문’을 작성하는 절차로 끝나는 회복적 대화 모임을 말한다. 피해자의 회복과 관계 개선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3시간의 회복적 대화모임이 끝난 후,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경찰서 정문까지 배웅하면서 기훈이의 심하게 말린 어깨를 보게 되었다. “서로 사과하고 잘 끝났으니 그만 어깨 좀 펴자!”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기훈이의 등을 한 번 탁! 치면서 말했다. 곁에 있던 어머니께서 살며시 웃으셨지만 기훈이는 멋쩍어할 뿐이다. 곧 다시 위축된 어깨로 걸어가는 기훈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초등학교 때 둘 사이에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내 마음이 씁쓸해졌다.
안나 도스토옙스카야 지음|엑스북스 펴냄 교사는 두 번 태어난다. 처음 발령을 받고 교사가 되었을 때 처음 태어나고 자식이 생기면 두 번째 태어난다. 자식을 키우다 보면 부모 뜻대로 성장하지 않는 것을 실감하고 엄격하기만 했던 학생에 대한 지도 기준이 누그러뜨려지기 마련이다. 내 딸아이는 비교적 순탄하고 자랐고 입시도 무난하게 치렀고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딸아이와 의견 충돌이 많았고 심지어는 버릇이 없으며 제멋대로 행동한다고 느꼈던 적도 간혹 있었다. 오죽했으면 다른 집은 어떻게 자식을 훈육하는지 궁금한 나머지 홈스쿨링을 성공적으로 한 부모를 인터뷰하는 책을 내려는 생각도 했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에 대한 확증편향을 갖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본인의 기준과 가치관으로 자식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럴수록 자식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고 성에 안 차서 화가 나고 자괴감에 빠져들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자식이 하는 일에 비교적 간섭하지 않고 공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대학 진학을 할 때만은 딸아이에게 교육대학에 지원하도록 권했다. 그러나 딸아이는 우리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본인이 원하는 전공을 쫓아서 진학을 해버렸다. 또 대학생이 된 딸아이는 갑자기 휴학하겠다고 선언했다. 군대에 가거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등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휴학을 여간해서 하지 않았던 세대에 대학을 다녔던 우리 부부는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딸아이는 우리 부부의 반대를 뿌리치고 휴학하고 인턴으로 회사에 다녔다. 지나고 보니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쫓아서 대학을 선택하며 휴학을 하더라도 자신의 전공에 대한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인턴 활동을 한 것이 잘한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우리 부부는 자식이 하는 일에 최대한 간섭을 하지 않고 응원을 해주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의 기준과 잣대를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물론 실천하기에는 늘 쉽지 않다. 나는 가끔 도스토옙스키의 두 번째 아내 안나가 남편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서 바람직한 교사상을 생각한다. 막돼먹고 염치가 없는 전처의 의붓자식, 틈만 나면 돈을 뜯어 가는 형수와 조카들, 감당하기 어려운 도박 빚,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는 간질 증세. 이런 것들이 스무 살의 어여쁜 안나가 결혼하기로 한 남편 도스토옙스키의 스펙이었다. 그러나 불운하고 가난에 찌들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인생은 안나를 만나고부터 정반대로 나아갔다. 중독 수준이었던 도박에서 벗어났고 말년에는 평생 그를 괴롭히던 빚을 모두 청산했다. 오로지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한 날을 기록한 안나의 자서전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날들은 700쪽에 가까운 두툼한 분량이지만 남편을 원망하거나 남편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남편에게 강요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안나는 오직 남편을 사랑하기만 했으며 어떻게 하면 남편이 편안한 환경 속에서 글을 쓸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 심지어는 남편이 좀처럼 글을 쓰지 못하자 패물을 팔아서 마련한 돈을 남편에게 쥐여주고 도박장이라도 잠시 다녀오라고 권하기까지 했다. 출산을 앞둔 안나를 위해서 산파가 사는 집을 단번에 찾아갈 수 있도록 매일 산파 집을 오가며 길 찾는 연습을 하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배가 아무리 고파도 곤히 자는 아내가 깰까 봐 망부석처럼 침대에 가만히 앉아 기다릴 만큼 아내를 사랑했던 도스토옙스키는 아내의 헌신에 도박을 끊고 글쓰기에 매진한 끝에 일생일대의 명작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자식이나 학생에게 줘야 할 것은 오로지 사랑과 응원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의 일상 그린 작품 수록 익숙한 데서 발견한 의미 전해 “우여곡절 끝에 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어요. 여전히 내세울 만큼 잘 쓰지도, 큰 칭찬을 받아 본 적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매일 매일 비슷해 보이는 일상을 그냥 넘기지 않는 것만큼은 실천하고 싶었어요.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을 재발견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모두가 하고 있는 일은 아니에요. 그걸 해내면서 스스로 시인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김민중 대구 서재초 교사는 최근 동시집 꿀잼을 펴냈다. 등단한 지 10여 년 만의 첫 동시집이다. 그는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의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끝에 책을 낼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동시집에 수록된 작품에선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포착하고 시인의 언어로 표현해냈다. 아이들의 속마음도 재치 있게 풀어낸다. ‘옳은 손’에서는 왼손잡이에게 오른손을 쓰라고 잔소리하는 어른들을 향해 ‘엄마도 선생님도/오른손, 오른손//옳은 손이 있나요?/그럼 내 손은/웬 손?’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화자가 등장한다. ‘체육이 무슨 죄?’에는 말을 안 들으면 체육을 안 한다는 선생님의 말에 ‘국어 시간에는/아무리 떠들어도/국어 하고//수학 시간에는/꾸벅꾸벅 졸아도/끝까지 수학하는데//체육 시간에는/툭하면/체육 안 한다고//왜 체육만?’하고 귀엽게 반항하는 화자가 눈길을 끈다. 김 교사는 “일상의 모든 것이 글감이 된다”면서 “단순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상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할 때 작품성을 가진다”고 했다. 동아리 ‘작가의 서재’도 운영 작가의 경험 학생들과 나눠 “모든 건 글감 될 수 있어 실천으로 ‘쓰는 힘’ 길러야” 그는 직접 쓰는 데 그치지 않는다. 10년 가까이 책 쓰기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작가로서 알게 된 글쓰기 노하우와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진행한 ‘작가의 서재’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 작가들의 시집 스파이 가족, 언제쯤 할 수 있을까도 엮었다. 올해 초 출간된 언제쯤 할 수 있을까에는 코로나 시대를 견디며 포착한 일상의 경험과 기발한 생각들이 담겨 있다. 김 교사는 ‘실천의 힘’을 강조한다. 꾸준히 쓰다 보면 인정받고 원고료를 받는 프로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힘을 불어넣는다. 그는 “아이들에게 쓰고 싶은 걸 찾으면 흘려버리지 말고 사진과 메모, 녹음으로 남겨놓으라고 이야기한다”면서 “시간이 날 때 기록을 보면서 쓸거리가 떠오르면 그걸 쓰면 된다”고 전했다. “처음에 글을 써보라고 하면 ‘우리가 왜 써야 해요’ 합니다. 작가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러다가 한두 명이 글을 써서 올리고, ‘어? 나도 쓸 수 있겠는데?’ 생각하는 아이가 늘어나요. 쓰다 보니까 재미있고 인정받고…, 나중에는 안 쓰겠다던 아이들이 정말 기가 막힌 걸 써오더군요. 저는 길잡이 역할만 합니다. ‘뭔가 다른 거 없을까?’ 질문만 던지죠. 기성 작가들이 글을 쓰는 방식 그대로요.” 김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이 놀랍다고 했다. 나중에는 대단한 글을 쓸 수도 있겠구나, 작가의 삶에 대해 알려준 보람이 있구나, 생각한다고. 그는 “우리 아이들은 선생님보다 먼저 동시집을 낸 작가”라며 웃었다. “해마다 신춘문예에 도전합니다. 당선되는 게 목표지만 포기 안 하고 도전하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이들에게도 그걸 가르쳐요.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 거지만 그래도 나는 해봤다!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작품으로 기억되는 작가이자 아이들과 꾸준히 책 쓰고 가르치는 다산초당의 정약용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쓴 작품이 불후의 명작이 되지 말란 법이 없잖아요.”
세계 정상급 석학의 강연으로 화제를 모은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가 29일부터 시즌2를 시작한다. 이번 시즌에는 주제의 다양성과 대중성을 크게 강화했다. 정통 학자 중심의 출연진이었던 시즌1에 비해 영화 거장 제임스 카메론, 세계적 향수 브랜드를 설립한 조 말론, 맛을 그리는 예술가 피에르 가니에르, 안보전문가 맥스 부트 등 대중의 관심이 높은 셀럽이 대거 참여했다. 물론, 재레드 다이아몬드, 슬라보예 지젝, 스티븐 월트 등 정상급 석학의 강연도 함께 한다. EBS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강의 해설 교재를 제작해 K-MOOC 사이트에서 무료로 배포할 예정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명문 고교 등 해외 교육 현장에서도 단체 구독을 희망하고 있어서다. 2021년 8월 처음 방송된 위대한 수업은 유발 하라리, 마이클 샌델, 폴 크루그먼, 리처드 도킨스, 존 헤네시, 주디스 버틀러 등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 42인이 출연해 교양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인 관심을 끌었다. 특히, 코로나19로 지식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식의 민주주의’, ‘일상적 교육 혁명’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충실한 구현한 점이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K-MOOC의 회원 수는 위대한 수업 탑재 이후 전년 대비 30%나 증가했고, 수강 건수도 33.6% 늘었다. 위대한 수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시즌2에 출연한 정치학의 세계적 거장 아담 쉐보르스키 뉴욕대 교수는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다"며 "이런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국의 납세자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제작 총괄 허성호 팀장은 “시즌1의 성공으로 세계 학계에서 EBS의 '위대한 수업'이 주목받고 있다”며 “시즌2에서는 출연자들의 지식과 통찰력이 시청자에게 더욱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지역별, 학교급별로 차등 지급하고 있는 교원연구비의 균등 지급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17일 발표한 결의문에서 현행 ‘교원연구비 지급에 관한 규정’에 따라 중등 교장·교감(6만원)이 유·초등 교장(7만5천원)과 유·초등 교감(6만5천원)보다 5천원에서 1만 5천원을 적게 받고,5년차 유·초등교사(5만5천원)가 중등교사(6만원)보다5천원을 덜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원연구비를 처음 지급할 당시에는 초등과 중등의 예산 재원이 달랐었지만,2021년부터는 초등과 중등교원 모두 교육비특별회계에서 지급하므로 학교급에 따른 차등 지급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1월, 협의회는 제70회 총회에서 교원연구비 학교급별, 시·도별 지급단가 통일 건을 의결 후 교육부에 ‘교원연구비 지급에 관한 규정’ 개정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협의회는 이날 학교급별로 교원연구비를 균등하게 지급할 수 있도록 ‘교원연구비 지급에 관한 규정’ 개정을 교육부에 재차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임태희)이 2024년까지 교권보호지원센터를 6개 권역으로 늘리고,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심리·정서 상담 지원을 확대한다. 현재 도교육청은 북부, 남동, 남서 3개 권역으로 나눠 고양, 용인, 수원 지역에 경기교권보호지원센터를 운영해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하면 법률 상담과 피해 교원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3개 권역 교권보호지원센터는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한 교원과 심리·정신적 스트레스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원 90명을 대상으로 17일부터 1박 2일 과정으로 강원도 홍천 힐리언스 선마을에서 ‘2022 행복한 교사되기 힐링·치유·성장 연수’를 운영했다. 이번 연수는 교육활동으로 소진된 교원들이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안정시키고 자존감을 회복해 학교로 돌아가 건강한 교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숲 치유 ▲식물향기 치유 ▲회복 마사지 ▲감성 회복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했다. 고효순 도교육청 교원역량개발과장은 “자연 속 치유로 교사들이 소진된 몸과 마음을 재충전함으로써 ‘가르침이 행복한 교육 현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교권보호지원센터를 확대해 교원이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법률・심리상담과 치료 지원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17일 교권보호지원센터를 2024년도까지 6개 권역으로 확대하고, 2025년 이후 전체 교육지원청에 설치,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총이 교원의 생활지도권 강화 입법을 위해 본격적인 대정부·대국회 활동에 나섰다. 10일에는 국회에서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과 간담을 갖고 교육위 차원의 협력을 당부한 데 이어 12일에는 교육부에 건의서를 보내 교권보호 관련 법률 개정을 요청했다. 교총은 “최근 학칙을 어기고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따르지 않는 학생의 증가로 다수 학생의 학습권 및 교사의 교육활동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와 생활교육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5년간 교권침해는 1만1148건 발생했으며 교사에 대한 상해와 폭행도 888건에 달하는 실정이다. 교총은 생활지도권 강화를 위해 교육기본법‧초중등교육법‧교원지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들 법률에 △수업방해 등 교육활동 침해 시, 즉시 분리조치 시행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 처분내용 학생부 기록 △반복, 심각한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특별교육‧심리치료 의무화 △학교교권보호위원회 교육지원청 이관 △교원의 생활지도권 보장 및 학생의 타인 인권 존중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7일부터 생활지도법 마련 등 7대 교육현안 해결을 위해 전국교원 청원 서명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교총은 “현장 교원들의 염원을 모아 입법의 당위성을 확인하고 국회,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며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과 입법안을 검토하는 등 입법 발의를 위한 가시적인 활동도 펴고 있는 만큼 총력 활동으로 조속한 입법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AI 보조교사 등 첨단 에듀테크로 모든 학생에게 맞춤학습 기회를 제공해 교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교사는 인간적 연결을 강화하면서 학생의 창의성과 인성을 키워주는 프로젝트 학습에 집중해야 한다.” 16일 이태규·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디지털 시대의 AI 기반 교육혁명’ 토론회에서 기조발제 한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AI 시대에는 교사들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며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Touch High-Tech)’ 교육을 강조했다. 하이터치란 고도의 기술이 도입될수록 그 반동으로 인간적인 따뜻함이 필요하다는 개념으로, 교사들이 이런 역할을 맡아 최첨단 기술과 접목해야 교실을 혁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 교실에서 지식은 AI가 평가하고 교사들은 아이들의 리더십이나 창의력 등을 평가하면서 기존의 지식암기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승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도 “인공지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며 같은 주장을 폈다. 박 연구위원은 “수학처럼 1단원을 마쳐야 2단원으로 넘어가는 식의 일직선 학습구조에서는 앞 단계를 놓치면 뒤 단계를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포자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런 구조를 깰 수 있는 것은 기술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I튜터 알고리즘으로 학생 개개인의 지식수준에 맞게 진도를 제공함으로써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배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공지능은 기초지식을 가르치고 교사들은 학생들의 개념이해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창의성, 응용, 토론 위주의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졸업 후 사회에 나가 바로 지식을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교실 수업에서 AI 교육 프로그램 적용 경험에 대해 토론한 최효주 대구중앙중 수학교사는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 동안 동시에 지도하기 위한 교수 방법과 표준화된 문제를 똑같이 제공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질 높은 수업이 가능했다”며 “AI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개인맞춤형 문제가 제공되기 때문에 교사의 자료탐색 및 준비시간이 단축돼 업무부담이 많이 경감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기초수준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하’ 수준의 문제도 다루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수준이 매우 낮은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수준의 문제 제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디지털 기기로 과제를 수행하면서도 실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종이 연습장을 사용하거나 오답노트를 연습장에 작성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교사 간 교수학습 경험 및 아이디어 공유를 통해 학생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이주호 아시아교육협회 이사장이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의 AI 기반 교육혁명'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박승재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의 AI 기반 교육혁명'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의 AI 기반 교육혁명' 토론회에 앞서 주요 내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육부가 이르면 2025학년도에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존치를 포함한 새로운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전면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2025 자사고 폐지 및 일반고 전환 정책’을 변경해, 자사고 존치, 외국어고(외고) 폐지로 가닥을 잡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다. 당시 발표된 새 정부 업무계획에서는 부실 자사고 정비, 지역우수거점학교 운영, 융복합 인재양성 기관으로 역할 전환 등 기존 자사고 부작용 보완방안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기존 자사고의 병폐이자 부작용으로 지적되는 등록금 과다, 사교육 심화, 고교서열화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방안'도 사회적 의견 수렴 과정에서 고려할 요소로 꼽았다. 최근 교육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설명 자료에서 연내 자사고 존치, 외고 폐지를 포함한 시안을 마련하고 향후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2024학년도에 시범 운영하고, 2025학년도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발표된 고교체제 개편 추진 방향과 일정이 그대로 확정돼 적용될 경우, 현재 중학교 제1학년 학생들은 물론 중학교 제2학년 학생들에게까지 새로운 입시로 큰 부담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교육부는 '미래교육 방향에 부합', '기존의 부작용을 완화', '지역의 교육력 제고' 등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고교체제 개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미구(未久)에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국가교육위)를 통한 사회적 공론을 거쳐 국민 의견 수렴·조정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법령 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교육부는 자사고를 존치하는 고교체제 개편 방안의 시안을 올해 12월까지, 최종안은 토론회·공청회 등을 거쳐 내년 6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정부 시절 교육부는 자사고, 외국어고·국제고 등 특목고를 2025학년도에 맞춰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개편 방안을 내놓아 국민적 찬반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현 정부 교육부는 업무계획을 통해 이를 재검토하고 자사고는 제도는 유지하고 외고는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이같은 고교 체제개편이 확정되면 현재 중학교 제1학년 학생들부터 고입부터 대입까지 큰 변화를 맞게 되는 셈이다. 새로운 고교체제에 따른 고입은 물론 고교 신입생이 되는 2025학년도에는 고교학점제가 전 학년에 전면 적용된다. 현 중 1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 역시 제도가 바뀐다. 사실 성취평가제(절대평가) 기반의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는 중 1 학생들의 자사고와 특목고로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있어 왔다.소위, 교육의 질이 높을 것이라 기대되는 학교에 가면 '좋은 입시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그릇된 기대감이 커질 염려도 있다. 그리고 중 2 학생들은 문·이과 통합형 수능 마지막 세대인데 새 교육과정에 교과서까지 바뀌니 입시에 큰 강박을 안게 될 것이다. 추진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들의 반발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사교육 심화, 고교서열화 등 학교 다양화에 따른 예상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방안, 지역 교육 여건에 적합한 학교 운영모델 발굴, 지역 간 교육 공정성 제고 방안 등을 '주요 의견수렴 필요 내용' 예시로 제시했다.'사교육 심화'와 '고교서열화'는 그간 자사고 존치를 반대하는 쪽에서 사용하던 논거였으나 교육부는 자사고를 유지하면서 외고는 폐지하기로 큰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 국민적 동의를 거쳐야 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제도라도 사회적 합의, 국민적 동의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은 사상누각(沙上樓閣)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어느 날 불쑥’, ‘번갯불 콩 궈 먹기’ 정책이 실패한 기저(基底)도 여기에 있다. 모든 정책과 제도의 최선은 ‘국민과의 소통’에서 출발해야 한다. 최근의 사례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 5세 하향이 극심한 국민적 반발과 갈등으로 결국 동력을 잃고, 그 과정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낙마한 근인(根因)도 결국은 사회적 합의,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공론화 과정을 생략한 데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근시적 접근이 금물이다. 오랜 기간 사회와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아울러 공론화 과정을 정책·제도 공표를 해야 하는 데 반대로 정책·제도 발표 후 공론화하는 선후 전도(顚倒) 행정도 근절돼야 한다. 일단 지르고 보고, 추진 과정에서 철회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사회적 합의, 국민적 동의 등 공론화를 거친 숙성된 정책과 제도 실행이 선진국의 전제 조건이다. 향후 고교체제 개편과 대입제도 마련 공론화 과정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자사고 완전 폐지나 모두 존치가 아닌 선별적 유지가 이뤄지면 고교학점제와 맞물려서 전례 없이 몸집을 키우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주관적인 정부의 부실 자사고의 기준에 대한 법원, 헌재 등의 의견을 구할 논란도 우려되고 있다. 2022년 3월 기준 전국의 자사고는 35개교다. 그 중 최근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서울 장훈고, 대구 대건고를 빼면 33개교다. 특목고로 분류되는 외국어고는 30개교가 있고 국제고는 8개교다. 또 과학고 20개교, 영재학교 8개고 등이 있다. 사실 현재 전 정부에서 추진한 2025학년도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면 개편하는 개정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아직 유효하다. 2020년 5월부터 이법 관련 시행령에 제기된 헌법소원, 위헌 확인 청구 등 3건이 심의중이다. 정부는 이제부터 2025학년도 고교 체제 개편에 국민적 공론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그에 앞서 미래 교육 컨트롤 타워인 국가교육위를 출범시켜야 한다. 이미 법령에 근거한 출범 시기가 지났다. 국가교육위에서 자사고 문제, 외고 문제, 고교 체제 개편, 대입 제도 개편 등 국가의 중장기 교육정책을 입안해 집행토록 제도화해야 한다. 학제 개편에 앞서 국가교육위 출범이 먼저다.
광주교총(회장 김덕진)은 한국교총 종합교육연수원과 공동으로 지난 9일 관내 교원 22명이 참가한 ‘제주 역사문화 탐방’ 직무연수(사진)를 진행했다. 연수 참가자들은 2박 3일 동안 제주목관아, 관덕정, 제주교육박물관, 4.3평화공원, 제주항몽유적지, 추사적거지, 섯알오름 학살터, 알뜨르비행장, 너븐숭이, 4.3기념관 등 제주지역에 있는 역사·문화 유적지를 답사했다. 매일 외부연수 일정 시작 전에는 황요범 강사, 김덕진 회장(광주교대 교수), 문화해설사가 강사로 나서 연수 참여 교원들이 제주 역사와 문화재의 의미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덕진 회장은 “제주는 그동안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국내 대표적인 휴양지로만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직무연수를 계기로 제주의 아픈 역사도 함께 돌아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면서 “교육자의 이런 경험은 교육 현장에서 학생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교총은 일방적인 강의식 연수에서 탈피한 역사와 현장체험을 더한 직무연수로, 지난 5월 ‘천년고도 경주 역사문화 탐방’에 이어 이번 제주 연수까지연수 참여 교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환경교육협회(회장 이진종)는 국가환경교육센터(센터장 김인호)의 사회분야 환경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22년 찾아가는 미래 친환경에너지 교육 “미래 친환경에너지를 JOB아라!!!”를 실시한다. 금번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은 생애주기별 대국민 환경교육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수도권 사회교육 단체·시설 이용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단순히 정보전달만을 하는 이론교육이 아닌 학생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 활동으로 구성되어 학생들의 흥미유발 및 교육효과를 증진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참가를 희망하는 단체 및 시설은 2022년 8월 22일(월) 18:00까지 지정된 양식의 신청서를 작성하여 접수하면 되며 8월 22일(금) 5개 시단체 및 시설을 선발하여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미래 친환경에너지를 JOB아라!!!“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안내 및 참가신청서는 한국환경교육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푸른나무재단(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제3회 푸코와 함께하는 사이버폭력 예방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세계 청소년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공모전에서는 "함께해요!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주제로 사이버 성범죄, 폭력 등 각종 위협에 노출된 청소년을 지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집한다. 만 9~24세라면 국적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공모 기간은 9월 17일까지다. 공모 분야는 ▲그림(포스터, 웹툰, 캐릭터) ▲영상(영상, 시나리오), 음원(작사, 작곡) ▲정책제안 총 4가지다. 이 중 영상 부문은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축제인 'KYMF 대한민국청소년 미디어 대전'과 함께 진행된다. 각 분야별 최대 5개 작품에 대해서는 교육부장관상, 삼성전기사장상 등 표창과 총 1천만원 상당의 상금과 부상을 수여한다. 푸른코끼리 홈페이지(www.bepuco.or.kr)에서 공모전 상세 내역과 지난 2회 대회 수상작을 확인할 수 있다.
대구교총(회장 이용락)은 지난 13일 대구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다목적체육관에서 제5회 대구교총회장배 교원동호회 배구대회(사진)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는 7개 동호회의 12개 팀, 총 200여 명의 교원이 선수로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대회 우승은‘와우’팀(여자부)과‘브이라인’팀(남자부)이 차지했다. 이용락 대구교총 회장은 “지난 6월 중등 배드민턴을 시작으로, 7월 초등 배구대회에 이어 이번 동호회 배구대회까지 교육가족의 뜨거운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로 성공적으로 마쳤다”면서 “대회 준비와 경기에서 다진 팀워크로 2학기에도 우리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밝혔다.
안동과학대학교(총장 권상용)는 바이오 분야 특성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시행하는 ‘신산업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지원사업’ 혁신신약(바이오·백신 신약) 부문에 선정돼 탄력이 붙었다. 이에 사업 주관학과인 의약품질분석과의 명칭을 ‘바이오백신제약과’로 바꾸고 바이오·백신 분야의 맞춤형 전문 인재를 양성하는 신산업 분야 특성화학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 등이 입주해 있는 백신산업 클러스터가 인근에 있어 산학협력의 기회도 많다. 대학 소재지인 안동이 2020년부터 '경북산업용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것도 호재다. 헴프는 향정신성 물질(THC) 0.3% 미만의 '대마'를 말한다. 최근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속속 보고되면서 바이오, 화장품 등 관련 분야에서 전문인력 수요가 크게 늘 전망이 나온다. 이에 안동과학대는 대마 산업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바이오헴프과'를 지난해 신설하고 올해 첫 신입생을 받았다. 또한 안동시와 헴프산업 전문인력 양성 교육프로그램 개발·운영과 기업 맞춤형 정규·비정규 교육과정 발굴 등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바이오 분야가 주목받고 있지만, 학교 전반의 취업률도 준수하다. 2021년 정보공시 기준 취업률 79.1%, 최근 3년 취업률 78.1% 전국 대학 평균을 훌쩍 넘겼다. 특히 지난해 간호학과, 물리치료과, 치위생과 등 의료보건계열 취업률은 84.4%였다.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은 376만 원으로 등록금 대비 66.9% 지원이다. 2015년 이후 계속 등록금 대비 60% 이상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수능성적 평균 4등급 이내 학생과 학생부성적 인문계 3등급, 전문계 2등급 이내 학생에게는 1년간 수업료 전액이 면제된다. 또한 안동과 경북 소재 고교 졸업자에게는 각각 1학기 수업료 80%, 70% 장학금 혜택이 있다. 이밖에도 계열별 성적 우수자,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동문 가족, 국가유공자 및 자녀 등 다양한 장학제도가 있다. 기숙사인 함백생활관은 총 4개 동에 14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신입생은 전원 입주 가능하며, 휴일에도 세 끼 식사가 모두 제공된다. 기숙사 내에 24시간 운영 독서실과 세탁실, 휴게실, 토의실 등을 갖췄다. 이밖에 주요 시설로는 13만여 권의 도서와 전자정보실을 갖춘 학계도서관, 수영장·헬스장 등을 갖춘 안동국민체육센터, 인조잔디구장, 인공폭포 등이 있다. 올해 입시에서는 정원 내에서 수시 1차 583명, 수시 2차 113명, 정시 34명 등 총 730명을 선발하며, 모든 학과에 3지망까지 지원할 수 있다. 수시 모집에서는 학생부 성적 80%, 면접 20%을 반영하며, 특기자 전형의 경우 수상 실적에 가산점이 있다. 정시 일반전형은 학생부성적 40%에 수능 60%를. 특성화고 전형과 대학 자체 전형에서는 학생부 성적을 100% 반영한다. 단, 간호학과는 수능성적을 100% 본다. □ 바이오백신제약과 바이오·백신 신산업분야 특화 선도전문대학 지원 학과에 선정됐다. 실제 바이오 제약회사 업무성격과 동일한 환경의 현장미러형 파일럿 플랜트 실습 시설을 갖췄으며, 산업체 전문가와 공동으로 설정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제약회사 주문형 교육과정과 실습 위주의 교육, 현장실습을 통해 품질분석, 품질보증, 제약공정 관련 분야 진출에 유리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한미약품 등 유수 제약사 취업을 노린다. □ 바이오햄프과 경북 산업용 대마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따라 설치된 특성화 학과다. 2023~2027년 5년간 안동시와 경북도청의 보조금 지원이 이뤄진다. 대마(햄프)는 아직까지 마약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인체 내 생리적 활성에 유효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국내외에서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산업용 대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 의약품뿐 아니라 식품, 화장품의 소재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대마뿐 아니라 다양한 천연물에 대한 비임상적 기초연구 수행이 가능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 반려동물케어과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발맞춰 생명존중윤리를 준수하고 사람과 동물 간의 올바른 유대관계를 실천할 수 있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해 2022학년도에 신설됐다. 반려동물 훈련, 미용, 관리뿐 아니라 새롭게 성장하고 있는 장례 관련 교육도 한다. 학생 1인 1견 체제로, 학생 실습과 학교견 관리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 집중 지원한다. 국내외 도그쇼, 핸들링, 미용, 훈련 대회 출전과 애견미용 작품 전시회 등 다양한 비정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EBS를 꾸준히 활용해 왔어요. 중학교 생활은 EBS 중학프리미엄으로 시작해서 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2022년 EBS 중학프리미엄 활용 수기 공모에서 이정민 학생이 대상을 차지했다. 인천 송도에 거주하는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교진학 때까지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EBS 중학프리미엄 온라인강의를 꾸준히 수강해 상위 1%의 성적을 거뒀다. 이 학생은 수기에서 “EBS가 실시한 오프라인 학습설명회에 참석해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그 자리에서 EBS중학프리미엄 강의를 바로 신청했다”며 “학원을 가는 것보다 제가 계획한 시간에 강의를 들을 수 있어서 중학교 때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중학교를 마치고 친구의 엄마가 제가 한 과외를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학원과 과외를 해본 경험이 없어서 소개해 드릴 수 없었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시상식에서 이 양은 “코로나19 상황에서 EBS 온라인 강의에 힘입어 오히려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며, 좋은 강의를 해주신 EBS와 수학 정유빈, 과학 박하얀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대상에게는 상패와 장학금 100만 원이 주어졌다. EBS(사장 김유열)는 2022년 1차 EBS 중학프리미엄 활용 수기 공모 수상자 10명(대상 1명, 최우수상 5명, 우수상 4명)에 대한 시상을 11일 진행했다. EBS중학프리미엄 활용 수기 공모는 자기 주도학습을 권장하고, 온라인강의 활용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매년 2차례 실시한다. 수상작은 EBS 중학프리미엄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2022년 2차 활용 수기 모집은 오는 12월에 진행한다.
초등학교 3학년, 나는 항상 나머지 공부를 하는 열등생이었다. 읽기도 셈도 잘 안 되었던 나는 늘 선생님에겐 무거운 과제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잘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그늘 속에 그저 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있는 아이. 괜히 주눅 들고 위축되어 남의 눈치만 살피면서 무언갈 끄적이다 보면 일과가 끝나 있었다. 그렇다고 예체능에 소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소심하고 조용했던 나는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재능이 없어서 늘 조용히 주변부에 머물렀다. "다음은 지민이가 읽어 보자." 국어 시간, 선생님이 조용히 나를 지명하셨다. 그래도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내 이름을 지그시 부르셨다. 읽기에 서툴던 나는 떨리고 긴장된 마음에 주춤할 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때였다. 선생님이 성큼 다가오셨다. 나는 이제야말로 불호령이 떨어지려나 보다, 흠칫 놀라며 벼락이 떨어지기만을 참담한 기분으로 기다릴 뿐이었다. "그럼 같이 읽자. 네가 한 자 읽으면 내가 한 자 따라 읽으마. 해 볼까?" 그러고도 한참 입을 떼지 않았던 나.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 여러 번의 망설임과 숱한 주저함을 선생님은 참 끈질기게 기다려주셨다. 결코 채근하거나 다그치지 않고 내가 준비될 때까지 느긋하게 서 계셨다. 더듬거리면서 내가 조금씩 운을 떼기 시작하자 선생님도 따라서 한 자씩 읽기 시작하셨고, 자연스럽게 읽기에 리듬이 붙으면서 경쾌하고 발랄한 책 읽기가 완성되어갔다. 책 읽기가 마냥 불편하고 힘들었던 나에게, 책 읽기를 직접 하여 주심으로써 나의 불안을 허물어 주신 것이다. 놀라웠다. 이후로는 선생님이 손만 잡아주시면 아이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도 있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겁 많고 소심했던 내가 세상 밖으로 나와 나를 표현할 수 있도록 선생님은 한없이 기다리고 함께 해 주셨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차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다. 교실에 남아서 학급 문고를 읽고 있다 보면 어느새 선생님이 다가와 웃곤 하셨다. "지민이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뭐니?" 내가 가만히 책 표지를 꺼내 보이면 선생님은 그저 빙긋 웃으시는 게 다였다. "재미있게 읽어라."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체육 시간이 싫었던 나에게 철봉 넘기는 무시무시한 미션이었다. 4명씩 한 팀이 되어 순서대로 철봉에 매달렸다가 몸을 꺾어 돌리며 내려서는 그 일이 나에게는 서커스의 그것처럼 힘겹고 기괴한 일로만 인식되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괜히 아랫배가 살살 아파왔다. 드디어 내 차례.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철봉을 맞잡았다. 손바닥에 흥건하게 땀이 배어들어 미끄러웠다. 두 번째 호루라기에 맞춰 철봉에 매달렸다. 순간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 어지럽고 아득했다. 몸을 숙여 돌려야 하는데 온몸이 굳은 듯 말을 듣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시원하게 끝내고 손을 탈탈 털며 자리로 돌아가는데 나는 시간이 멈춘 듯 그 자리에 그대로 매달려 있기만 했다. "김지민, 또 못한다." "또 쟤야?" "진짜, 쟤는 왜 저러나 몰라." "한심하다. 한심해." 아이들이 시선이 가시처럼 박힌 듯 등이 따가웠다. 그때 또다시 선생님이 다가오셨다. 철봉을 어찌나 오래 쥐었던지 어느새 시뻘게진 손, 가느다랗게 떨리는 손목을 지그시 바라보셨다. 그리곤 오랫동안 매달려 있어 힘이 빠져 있던 나의 등을 손으로 밀어주셨다. 그때 거짓말처럼 내 몸이 한 바퀴 원을 그리며 돌아갔다. 또다시 내가 해냈다! 나는 내가 돌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서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거봐, 포기하지 않으니까 해냈지?" 선생님은 나를 보고 웃어 주셨다. "사람에겐 각자의 속도가 있다. 나와 같지 않다고 해서 뭐라고 떠들어대는 건 한심한 거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향해 엄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나를 향해 비난과 질책의 목소리를 쏟아냈던 아이들이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은 절대 큰 소리로 야단치거나 길게 말하지 않으셨지만 짧은 말속에 힘을 싣는 분이셨다. 학예회나 소풍 때에도 나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주변을 겉돌았다. 구석을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거나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있기 일쑤였다. 게임을 할 때도 먼발치에 떨어져 구경만 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준 것은 역시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자연스럽게 나의 손을 잡고 또 다른 이의 손을 잡아 이끌며 게임을 주도해 주셨다. 그렇게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빙빙 돌고, 숨바꼭질이며 수건돌리기를 하다 보면 나도 어느새 조금씩 친구들과 어울리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었다. 학년이 끝나갈 무렵, 나는 망설이던 끝에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언제나 그렇듯 온화한 미소로 나를 맞아 주셨다. 한참을 망설이며 발끝만 보고 있던 나에게 선생님이 녹차를 한 잔 건네셨다. "녹차는 처음이지? 한번 먹어 보겠니? 좀 떫은 듯하지만 개운한 맛이 나거든." 선생님께서 조용히 차를 우려내실 동안 나는 속으로 선생님께 드릴 말을 여러 번 되뇌어 보았다. 재촉하지 않으시고, 편하게 차를 건네는 선생님. 나는 마치 그저 차를 마시기 위해 놀러 온 아이처럼 조용히 차를 마셨다. "선생님!" 입 끝에서 맴돌던 말을 드디어 뱉었다. "저는 제가 너무 싫어요. 저는 이렇게 눈을 보면 흰자위에 점이 있어요. 징그럽죠?" 언제 쑥스러워했나 싶게 나의 눈을 가까이 선생님께 들이댔다. "게다가 저한테는 교통사고로 얻은 흉한 상처도 있어요. 보세요. 말할 때마다 이 부분이 씰룩거리잖아요." 코 아랫부분의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나는 연거푸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데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고, 노래도 못하고, 또……." 그렇게 말하는데 왜일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한번 쏟아진 눈물은 쉬이 그칠 줄을 몰랐다. 뜨거운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투둑 떨어졌다. 작고 작았던 나의 자존감에 대한 불만이 한 번에 터지는 순간이었다. 늘 그렇듯 선생님은 섣불리 나를 위로하지 않으셨다. 가만히 차를 드실 뿐이었다. 가끔 헛기침도 하시고, 괜히 일어나 교실을 서성이면서 그렇게 선생님은 한동안 나를 맘껏 울도록 내버려 두셨다. 아니, 기다려주셨다. 시계 초침 소리가 째깍째깍 유난히 크게 들렸다. 선생님이 나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셨다. 따뜻하고 하얀 손이었다. "지민아. 그거 아니? 선생님도 부족한 거 엄청 많아. 이거 봐. 선생님은 키가 작잖아. 얼굴은 어때? 얼굴도 웃기게 생겼잖아. 봐봐. 얼마나 못생겼어?" 예상치 못한 선생님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속으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선생님은 이름도 웃기잖아. 촌스럽고 웃긴 이름이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출석 부르는 순간이 가장 싫었어. 얼굴에 점은 또 왜 이렇게 많아? 점박이가 따로 없지. 선생님도 노래 잘못해. 성격도 너무 내성적이라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지도 못했어. 선생님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진 거야." "정말이요?" 나는 눈물이 가득 맺힌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봐봐. 선생님도 아쉬운 거 많지?" 선생님은 나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셨다. "그런데, 너 그거 아냐? 너도, 나도 부족함만 있는 사람은 아니라는 거. 우리 지민이는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잖아.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분명히 너도 잘하는 게 있을 거야. 선생님과 열심히 함께 찾아보자. 우리 지민이는 별이야. 반짝반짝 빛나는 별, 알지? 너도 그렇게 귀하고 소중한 사람이야. 그거 잊지 말고 행복하게 살아야 해."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따스한 표정이 넘겨준 에너지 덕분일까. 이후로 나는 차츰 공부에 재미를 붙였고 5학년이 되면서부터는 반장까지 하게 되었다. 친구들 사이에 끼어 ‘무궁화 피었습니다’이나 오징어 게임도 열심히 했다. 오고 가며 복도에서 뵐 때, 운동장에서 교실에 계신 선생님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선생님은 나에게 승리의 V를 날려주셨다. 지켜봐 주고 계신 선생님이 있어 힘이 났고 기운이 샘솟았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5학년 때부터는 문예반에 들어가 글짓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크고 작은 상을 타며 성취감을 맛볼 수도 있었다.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 여기며 한없이 우울하고 힘들기만 했던 내게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신 선생님은 작은 거인 같은 분이었다. 지금 내가 책을 좋아하며 글쓰기를 즐겨 하는 국어 교사가 된 데도 그분의 영향이 크다. 화단의 꽃 가꾸기를 즐겨 하시고, 복도에서 뒤엉켜 씩씩거리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불러다 차를 우려주시던 선생님이 참 그립다. 때리거나 말로 혼내기보다는 기다려주시고, 인내하시고,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셨던 선생님의 인성교육은 교사가 된 지금의 내가 돌이켜봐도 참 멋있다. 먹을 갈고 붓글씨를 정서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게 하셨던 선생님, 자신감도 자존감도 쪼그라들어 세상 사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던 나에게 다가와 용기와 힘을 주셨던 선생님은 시간과 기다림의 힘을 믿는 분이셨다. "선생님, 선생님 덕분에 제가 정말 꽃처럼, 별처럼 살고 있어요. 저도 선생님 같은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꽃으로도 때리지 않았던 선생님의 그 기다림을 닮은 멋진 선생님이 되려고요. 선생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 [수상 소감] 가랑비처럼 스며든 선생님 참으로 감사하게도 저의 만남 속에는 좋은 선생님들이 참 많았습니다. 자존감이 낮아 그림자 같은 삶을 살고 있었던 저에게 그분들은 때로 햇빛이 되어 주셨고, 때로는 그늘 속에 숨지 않도록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는 분들이셨습니다. 그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단연코 지금 제 삶의 온기는 지금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쓰고, 교단에서 원 없이 수업을 나눌 수 있게 된 저는 지금도 너무 벅차오르도록 감사합니다. 은사님 덕분입니다. 은사님 덕분에 세상을 보는 제 눈에도 초점이 잡히고 비로소 사랑이 담길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선 교권이 추락했다, 공교육이 무너졌다며 걱정들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저의 은사님들이 보여주신 진심의 힘을 믿습니다. 관심과 존중, 소소한 삶 속의 여유, 행복을 만들어가시는 에너지, 열정, 행복에 대해 진심인 그분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히 저도 그분들의 자취를 쫓아 또 다른 물꼬가 되고, 마중물이 되고, 새싹이 되고 싶습니다. 제가 가는 여정에 선생님들이 주신 꿈의 청사진이 있었기에 그것을 동력 삼아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선후배들, 동료들과 아우르면서 스승님들이 꽂아놓으신 교육의 이정표를 알맞은 방향으로 가져가 볼까 합니다. 상생과 연대 속에 함께 하는 교육활동이 더해질 때 작은 삽질과 다지기, 물주기로 성장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 믿으니까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에게 선생님의 그 선한 영향력을 대물려주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