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61명인 중학교에서 밴드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한 지 벌써 10년째다. 이 동아리를 만들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꿈만 같다. 2004년이 저물어 갈 무렵, 지역교육청에서 연말이면 개최하는 교육 설명 보고회에 참석했다가 축하 공연으로 초등학교 밴드가 연주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 학교에도 밴드가 있었으면….’하는 설렘을 안고 돌아와 몇몇 선생님들과 상의 끝에 밴드를 결성하기로 작심했다. 점점 삭막해져 가는 교육 풍토 속에서 아이들에게 감성을 심어주고 그들의 취미와 잠재력을 이끌어 내 즐겁고 행복한 학교를 선사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학교 현장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한다는 것은 언제나 갈등과 진행상 어려움이 따르는 법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을 두려워한다면 아이들에게 해 줄 것이 아무 것도 없고 교사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심사숙고 끝에 우선 교장 선생님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몇 차례 밴드 동아리 결성에 대한 말씀을 드렸다. 끈질긴 설득이 통했는지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허락을 받아냈다. 그리고 겨울 방학 중, 선생님들과 몇 차례 만남을 더 가진 후 본격적인 동아리 활동 준비에 들어갔다. 장비를 구입했다. 예산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양질의 장비는
2015-08-27 15:57정년 이후 40년… 연금 보장 옛말 금융·재테크 공부, 선택 아닌 필수 과거에는 수명이 짧아 재테크나 금융에 큰 관심이 없었다. 60세 전후의 삶은 열심히 일하고 소비하며 살면 그만이다. 즉 노후에 대해 특별히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저축이나 재테크가 필요했던 이유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가거나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려는 이유에서였다.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다. 금융전문가들은 요즘 어르신들이 100세까지 장수하는 시대다보니 중·장년층은 120세를 살지도 모른다고 조금 극대화해 바라본다. 보통 20대 중·후반에 교직생활을 시작하다보면 약 35년 전후 퇴직시점에 이른다. 60세 정년인 경우 적게는 40년에서 많게는 60년을 안정된 직업이나 소득 없이 보내야 한다. 결코 가벼이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연이어 개혁되고 있는 연금만 믿고 있을 수도 없다. 자신의 미래는 다른 이도 국가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오로지 본인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금융경제 및 재테크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성경의 인물 중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인물로 요셉이 있다. 요셉은 풍년과 흉년이 각각 7년 동안 이어진다는 바로의 꿈을 해
2015-08-20 20:52교직생활 22년째 되던 해에야 내가 선생님이란 걸 깨달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때였다. 이천의 작은 시골학교에서 교무일을 보다 보니 월요일 아침은 매우 바쁜 시간이었다. 그래서 토요일이면 으레 단골로 내어주는 숙제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일요일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일을 그림으로 그려 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날도 각자 그려온 그림을 친구들 앞에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 수가 적어서 한 사람씩 나와 설명을 하도록 했다. 선생님은 가만히 앉아 있지만 점수를 매기고 있다는 말과 함께 자세히 설명을 하는 사람, 즉 말을 얼마나 길게 하느냐가 점수를 좌우한다고 규칙을 정했다. 그것은 바쁜 월요일 업무를 처리할 한 시간을 확보하는 방편(?)이었기 때문이었다. 한 아이씩 나와서 그림을 보이며 설명하고 손뼉 치는 소리가 들리면 ‘끝났구나’ 하던 그때였다. 누군가에게 아이들이 손뼉은커녕 오히려 야유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던 업무를 멈추고 누군가하고 보았더니 반장이 아닌가. 여학생이었는데 공부도 제일 잘 했지만 매사 야무지고 특히 그림은 누구도 따를 자가 없었기에 의아해서 말했다. “기원(가명)아! 선생님이 잘 듣
2015-08-20 20:46일상 업무 중 외래어나 외국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굳이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지 않아도 우리말로 소통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무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자기감정을 잘 컨트롤해야 한다”처럼 ‘컨트롤하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컨트롤’, ‘컨트롤하다’라는 말은 여러 분야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어서 사전에도 외래어로 등재돼 있다. ‘제어(하다), 통제(하다), 조절(하다)’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는데 굳이 외래어인 ‘컨트롤’을 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컨트롤하다’는 순우리말로 ‘다루다’, ‘다스리다’이다. (1)컨트롤(control)→제어, 통제, 조절, 다루기, 다스리기 (2)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심리 제어, 심리 통제, 심리 조절 (3)컨트롤 타워(control tower)→통제탑 “이번 주까지는 일정을 컨펌해야 합니다”처럼 ‘컨펌하다’라는 말도 자주 쓴다. ‘확정하다’로 바꿔 쓰면 된다. 또 “부장님께 컨펌을 받아야 한다”처럼 ‘컨펌을 받다’ 형태로도 자주 쓴다. 이때는 ‘확인받다’ 정도로 바꿔 쓰면 된다. (4)컨펌(confirm)→확정하다, 확인하다 (5)컨펌받다→확인받다 또 일이 순조롭지 않아 일정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일정이
2015-08-12 14:27‘수주대토(守株待兎)’란 한비자(韓非子)의 오두편(五蠹篇)에 나오는 이야기로, 생각 없이 한 가지 일에만 얽매여 발전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송(宋)나라 사람 중에 밭을 일구는 농부가 있었다. 밭 가운데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는데, 풀숲에서 갑자기 토끼 한 마리가 뛰어나오다가 그루터기에 부딪쳐 목이 부러져 죽었다. 농부가 이것을 보고 ‘옳거니 이리도 쉽게 토끼를 잡을 수 있구나’하곤 그 후부터 일도 하지 않고, 매일같이 그루터기 옆에 앉아서 토끼가 뛰어나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토끼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 사이에 밭은 황폐해져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결국 소문이 퍼져 농부는 온 나라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한비자(韓非子)는 이 이야기로 언제까지나 낡은 습관에 묶여 세상(世上)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비꼬았다. 또 입시철이 다가온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하루가 다르게 세계가 변하는데도 우리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커다란 벽에 가로 놓여있다. 바로 대입 시험 제도와 관련한 풍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벌만능주의와 치열한 경쟁의 큰 틀은 그대로 둔 채 조금씩 입시제도가 바뀌고, 더욱 복잡해졌다.
2015-08-12 09:49며칠 전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방해하는 학생이 있으면 다가가 두 손을 잡고 선생님 수업준비 열심히 했고 준비한 만큼 열심히 할거 거든, 그러니 잘 들어줬으면 고맙겠다”고 했다. 한 학생이 묻는다. “그래도 떠들면요?” “그러면 또 다가가 꼭 껴안고 또 한 번 똑같이 말하겠다.” “그 다음은요? 키스? 그럼 그 다음엔 빠구리?” 할 말을 잃었다. 이정도까지인가? 이 학생들 데리고 수업을 할 수 있을까? 문득 작년 일이 떠올랐다. 첫 동아리 시간에 여학생 다섯 명이 늦게 들어왔다. 보통은 늦게 들어오면 미안한 마음에 조용히 자리에 앉는데 그 학생들은 달랐다. 계속 하던 얘기를 하면서 교실 이곳저곳을 배회했다. 앉으라고 했는데도 소용이 없다. 급기야 큰 소리를 냈다. “앉아!” 그러자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세요? 참 이상한 사람이야.” 그 소리를 듣고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충격에 다른 수업시간에도 완전히 손을 놓아버렸다. 교실은 죽은 교실이 돼버렸다. 뒤늦게 바로잡으려 해봤지만 이미 속수무책, 전혀 수업을 할 수 없었다. 교사의 생명은 수업인데 수업을 못하니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패배감, 절망감, 자괴감이 나를 짓눌렀다. 그렇게 1년을 보내면서 반전을…
2015-07-30 15:42얼마 전 방학을 앞두고 1·2학년 교내 학교폭력예방 합창대회가 있었다. 모두 자기 학급이 우승하리라는 기대감으로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며 하나 되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우승을 위해 학급 학생들과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심지어 피켓을 들고 학교폭력을 감시하는 경찰관이 되신 선생님을 보면서 우리 학교에서 학교폭력은 멀리 추방되는 듯 했다. 대회가 끝나고 학년과 남녀를 구분해 각각 시상했다. 우승반이 발표되자 좋아하는 4개 반과 아쉬워하는 13개 반의 모습이 확연히 달랐다. 다음날 수업을 하려는데, 스스럼없이 심사를 맡았던 선생님을 원망하고, 실수한 급우를 은근히 비방하는 말까지 들려왔다. 전날 합창대회가 본래의 교육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됐는지 새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춘추시대 공자는 제나라에서 순임금의 소(韶) 음악을 배울 적에 3개월 동안 고기 맛을 잊어버릴((子在齊聞韶 三月不知肉味) 정도로 매우 열중했다. 그리고 “순임금의 음악이 이 같이 진선진미(盡善盡美)한 경지에 이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曰不圖爲樂之至於斯也)”라 했다. 옛적 성왕(聖王)들은 이처럼 ‘공성작악(功成作樂)’해 자신의 음악으로 세상을 교화했는데, 이 글에서 우리
2015-07-30 15:08일상 대화에서도 외래어나 외국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대체할 우리말이 있는데도 뭔가 느낌이 들어맞지 않는다고 굳이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옛날부터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전설’이라고 한다. 전설과 같은 인물을 가리킬 때 ‘전설적 인물’이라고 한다. 또는 그 사람 자체를 가리켜서도 ‘전설’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상황에서 ‘전설’이라는 말 대신 ‘레전드’라는 말을 흔히 쓴다. “그 선수는 한국 야구의 레전드다”처럼 말이다. 여기서 ‘레전드’는 ‘전설’과 다르지 않다. (1)레전드(legend)→전설 대화중에는 가끔 ‘가오 잡다’란 말이 들린다. ‘가오(かお)’는 원래 ‘얼굴’이나 ‘체면’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가오 잡다’는 대체로 ‘허세를 부리다’, ‘폼 잡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가오 차리지 말고 맘껏 드세요”나 “가오가 선다”고 할 때는 ‘체면’의 뜻이다. (2)가오(かお)→얼굴, 체면 (3)가오 잡다→허세를 부리다, 폼 잡다 (4)가오가 서다→체면이 서다 ‘가오 잡다’나 ‘폼 잡다’와 비슷한 뜻의 말이 ‘후카시 잡다’이다. 여기서 ‘후카시(ふかし)’는 일본말이다. ‘실제로는 별 볼일 없으면서도 남에게 대단하거나 멋
2015-07-30 14:32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의 ‘졸헌송(拙軒頌)’에 ‘찾으려던 공교함 찾지 못하고/얻어낸 졸렬함 어디서 왔는가./사기 동이 깨트리고 한번 물으니/광자(狂者), 이로 인해 눈을 떴다네./기교를 부리다 망치는 것은/뱀을 그리면서 다리를 그리는 격이니….[覓巧了不可, 得拙從何來, 打破沙盆一問, 狂者因此眼開, 弄巧成拙, 爲蛇畫足….]’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고금사문유취(古今事文類聚) 별집 권19, 성행부(性行部)’에 실려 있다. 여기에서 유래한 성어 ‘농교성졸(弄巧成拙)’은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다가 도리어 서툴게 됨’을 뜻하는 말로, 이 글 속에 나오듯이 '화사첨족(畵蛇添足)‘과도 의미가 통한다. 이는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다하다가 도리어 졸렬한 결과를 보게 된다’는 뜻의 사자성어 ‘욕교반졸(欲巧反拙)’의 근원이 되는 구절이기도 하다. 이 ‘욕교반졸’의 출전을 ‘논어’로 적어놓은 책들이 많으나 잘못된 것이다. 요즘 교육계의 화두가 된 인성평가 논란을 보면서 떠오른 성어가 바로 ‘농교성졸’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회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을 제정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굳이 법까지 만들 필요가
2015-07-23 19:48수상 소식을 듣고, 대한 감사의 마음을 누구에게 돌릴까 생각했다. 먼저 제자들이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것은 학생들이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사회에 나가는 관문인 고교생활. 그 생활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밖에 없는 담임의 역할. 때로는 나의 모난 점 때문에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나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플 때가 있었다. 때로는 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스승의 날 칠판에 뭔가를 가득 채워놓고 기다려주는 아이들을 보고 힘을 얻기도 했다. 사실, 나를 거쳐 간 학생들이 모두 ‘기적’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더욱 교사다웠다면 그들의 미래가 더 밝아졌을 것이라는 후회 아닌 후회가 드는 이유다. 3학년 때에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 더 해줄 것이 없을까 해서 새벽 교회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 사실, 나는 그들의 인생에 끼어들 권한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가갈 방법 또한 묘연했다. 결국, 뒤돌아보면 아이들은 제각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아이들이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로 결심한 것 자체만으로 감사하다. 아내와 나는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아이들이 나중에 크면 ‘기적이’ 얘기를 들려줄 생각이다. 그렇
2015-07-23 1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