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7일 전남 순천에 위치한 한국바둑고등학교 특별 대국실. ‘따~악’ 정적을 가르고 하얀 돌이 반상에 내리꽂히자 어린 제자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날은 프로기사 박영훈 9단과 바둑고 학생들 간 다면기가 이뤄진 날. 박 9단은 174수 만에 불계승했다. 상대는 바둑고 1학년 이진석 군 등 4명. 아마 5단의 실력이지만 입신(入神)의 경지에 이른 박 9단에겐 적수가 되지 못했다. 바둑고는 일 년에 한두 차례 국내 유명 프로기사들을 초청해 학생들과 실전 다면기를 둔다. 지난 2014년에는 알파고 대국으로 명성을 날린 이세돌 9단이 학생들과 실전 대국을 치렀다. 사제간 대국이지만 프로기사들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가르친다. 어린 학생들이라고 해서 조금도 봐주는 법이 없다고 한다. 특히 이세돌 9단의 경우 학생들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 학교 배택근 교사는 “이 9단의 바둑을 보고 있노라면 학생들에게 저토록 냉정할 수 있을까 혀를 내두르게 된다”며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보여준 초인적인 집중력과 승부욕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벌였을 때 학생들은 스승의 승리를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했
2016-05-01 09:00우리나라 청년들의 최대 고민은 ‘취업’이다. 취업을 먼저 한 후 관련 분야의 학습을 더 하기 위해 진학을 하든, 대학에서 전공과목을 학습한 후 관련 분야로 취업을 하든 결국은 ‘취업’이다. 어떤 것이 옳은지 정답은 없다. 다만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인지, 자신의 꿈을 미래지향적으로 실현할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지 충분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의 진로상담교사, 부모님, 먼저 취업한 선배의 조언, 다양한 전문인들이 주는 정보 등을 통해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진학 제도, 인문계고의 직업과정위탁생도 동일 적용 현재 특성화고등학교와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 중 절반은 선취업(일·학습 병행제 포함) 후진학을 선택하고 있다. 이와 달리 진학중심의 고등학교인 일반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의 학생은 대다수 대학 졸업 후 취업하는 경로를 취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졸 청년층 취업난의 여파로 인문계고 직업과정위탁생이 증가하면서 인문계고 학생의 선취업후진학 경로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후진학 제도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은 물론 인문계고의 직업과정위탁생도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배운 직업과정의 자격증을 취득하거
2016-05-01 09:00하루가 다르게 아이들은 성장해 간다. 하지만 커가는 ‘키’처럼 ‘마음’도 자라고 있을까? 겉모습의 변화와는 달리 마음 안자락은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미술 시간만큼이라도 여유 있게 아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고, 기다려주고 싶었다.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되돌아보며 새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자신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하여 더욱더 창조적으로 발전해 가기를, 자신들의 꿈을 찾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더욱더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바랐다. 미술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 모두 그리기를 좋아했고, 색종이 접기를 즐겼으며, 만들기에 열광했다. 그때는 잘 그리고 잘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가면서 친구들보다 못 그려서, 미술전공을 하지 않을 거니까, 다른 과목 공부하기도 바쁘니까 등의 이유로 미술을 멀리하게 된다. 미술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기술적인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술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욕구 등을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객관화시키면서 자아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적 기능도 있다.…
2016-05-01 09:00세계화의 대표적 현상 중 하나는 ‘국경을 넘나드는 이주(migration)의 빈번함’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주민 비율은 3.4%(170만여 명)이며, 외국인 주민의 자녀수도 2015년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가장 힘든 점, 언어장벽 ‘중도입국 청소년’이란 타국에서 태어나서 성장하다가 한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청소년들을 일컫는다. 자신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곳에서 언어 습득과 사회화 과정을 거친 후 한국으로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모의 국제결혼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일반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과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과 환경적 특성을 갖고 있다. 국내 거주하는 중도입국 청소년의 정확한 수치는 현실적으로 파악이 어렵지만, 2012년 출입국관리소에 귀화를 신청한 부모 동반 입국 19세 이하 청소년은 총 7,500여 명으로 조사되었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한국 사회에서 정착하고 생활하는 데 있어 언어, 문화, 경제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무지개청소년센터(2015)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한국 입국 후 가장 힘든 점으로 언어장벽을…
2016-05-01 09:00‘여자는 남자와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 플라톤, ‘여성교육의 목적은 남성을 행복하게 해주는데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한 루소의 생각은 19세기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19세기 중반 여성들이 보통교육을 받기 시작하고, 남성들과 같은 장소에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여성들의 천부인권, 남녀평등 실현이라는 대의가 아니었다. 산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단순 공장노동자와 유순한 상품 소비자의 필요성, 여성을 위한 별도의 교육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비용 절감 등 경제적 필요성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결과였을 뿐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지력과 체력이 모두 열등하다는 생각, 여성이 가정이나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수행하는 데 있어서 필요한 지식은 남성보다 낮을 것이라는 생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공학을 실현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남녀공학을 반대하는 일곱 가지 이유 우리나라에서 남녀공학 문제가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시기는 1950년대였다. 새교육은 창간 이후 여성교육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특히 발간 10주년에 즈음하여 구성한 1958년 3월호 ‘여성교육 특집’은 교육에서의 남녀차별문제와 여성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한…
2016-05-01 09:00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다르다. 지식이 공짜인 21세기 정보화시대에는 어떤 문제해결방식을 선택하고 있을까? 교육을 통해 길러내고자 하는 인재의 조건은 무엇일까? 더 이상 ‘많이 아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지금은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고,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 주목받고 있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결국 지식을 축적하는 것보다 ‘배우는 방법’이 더 중요한 세상에서 요구하는 인재의 조건은 적응성과 유연성을 갖추고 끊임없는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이다. ‘학습과 성장을 돕는 평가’로 패러다임의 전환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해 ‘지식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교육’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발표했다. 학습의 양보다 학습의 질을 중시하기 위해 교과별로 꼭 배워야 할 핵심 개념과 원리 중심으로 학습내용을 정선·감축하고, 교수·학습 및 평가방법을 개선하도록 한 것도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주목할 점이다. 이를 위해 교수·학습 측면에서 ‘
2016-04-01 09:00우리 조상들이 ‘사람을 다루는 교육과 물질을 다루는 일반행정은 서로 다르며, 이로 인해 교육에는 전문성이 요구되고, 정치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한 것은 고려시대였다. 고려사에 자주 등장하는 ‘학관(學官)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각 지방의 수령이었던 목사나 현령 등과는 별도로 ‘학관’이 임명되어 지역 교육을 담당하였다. 수령들은 자기들의 권한 밖에 존재하는 교육 권력의 상징인 ‘학관’을 불편하게 여겼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학관 폐지 상소를 올렸고, 이를 둘러싸고 군왕과 관리들 사이에 논쟁이 이어졌다. 이 논쟁에서 늘 학관 제도 존속 편에 섰던 것은 군왕이었다. ‘교육은 나라 존속의 근간으로서 특별하므로 일반 관리들의 권한 아래 놓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논리였다. 일반행정 영역에 속하는 모든 업무는 시대적 상황이나 재정적 여건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지만 교육은 변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 중심’ 논리 앞에 관료들은 주장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교육에 대한 이런 오랜 소신은 이후 조선시대 전 기간을 통해 스승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근대 교육 속에서 발견되는 교사들의 특별한 소명의식에도 전승되었다. 이처럼 근대 교육의 핵심 이
2016-04-01 09:0050년 만에 모교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지구 정 반대쪽에 있는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 타운까지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날아가야 할 정도로 어렵게 성사된 방문이었습니다. 레게의 전설 밥 말리와 번개 우사인 볼트의 나라이며, 캐리비언 해적의 본거지가 있던 곳입니다. 콜럼버스가 처음 도착했을 때 하도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세상에, 지상의 천국 아닌가!”하고 탄성을 질렀다던 섬나라입니다. 아침 조회시간의 충격 학교에 도착하니 저 역시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충격적이었습니다. 무척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중학생 시절 모습 그대로였기 때문입니다. 낡은 칠판, 자그마한 받침이 달려있는 걸상, 뜨거운 열대 햇빛 가리개용으로 만든 창틀……. 교실을 보고 또 봐도 50년 전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기가 찼습니다. 50년 전에는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기적처럼 발전하는 동안 이곳에는 시간이 멈췄었나 봅니다. 교복이 똑같았고, 선생님의 모습도 점심 메뉴도 그대로였습니다. 사회가 이토록 변하지 않은 게 더 큰 기적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마침 월요일이어서 실내 체육관에서 아침 조회가 있었고, 교장선생님이 저를 전교생
2016-04-01 09:00‘알파고 충격’은 단순히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 때문만은 아니다. 1997년 5월 체스 세계 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가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에게 패했을 때도, 2011년 퀴즈쇼 ‘제퍼디!’에서 IBM의 ‘왓슨’이 세계 챔피언을 꺾은 것을 보면서도, ‘언젠가는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하겠구나’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10의 170승’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다는 무한대 경우의 수를 펼치는 고도의 마인드 스포츠 바둑이 주는 느낌은 달랐다. 지난 3천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연마한 인간의 직관과 통찰력이 그저 5개월여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키운 기계의 능력 앞에서 너무도 쉽게 한계를 보이는 듯하여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위협받는 인류의 직관과 통찰력 구글은 ‘인공지능을 만든 인류의 승리’라며 축하하고 있지만, 세계의 과학기술자들은 복잡미묘한 심경에 휩싸였다. 왜일까. 속도 때문이다. 과학기술자들은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넘어서는 지력을 지니려면 족히 십 년은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소위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는 딥러닝을…
2016-04-01 09:00우리나라 학생들에게 학교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그저 대학 진학을 위해 거쳐야만 하는 하나의 과정이지 않을까. 초·중·고 12년간 ‘대학입시’ 하나만 바라보며 교육이 진행되는 지금의 학교 교육은 이미 정상이 아니다. 최근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부 간부들과 대학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대학 신입생을 1년에 두 차례 선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대학원처럼 봄(3월), 가을(9월) 1년에 두 차례 뽑아 입시 부담을 분산시켜 보자는 발상이다. 교육당국은 공식적 검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입시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임은 틀림없다. 수능에 목숨 거는 학생과 학부모는 일단 ‘찬성’ 분위기 1년에 두 차례 입시를 치르자는 아이디어의 기본 취지는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12년간의 공부가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결정되는 ‘잔인함’과 ‘고통’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크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수험생은 1년을 기다려야 다시 기회를 얻게 되며, 그 사이에 경제적 비용과 정신적 부담은 만만치 않다. 또한 수능시험 당일의 컨디션이나 운에 영향을 받는 경우도 있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
2016-04-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