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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으로부터의 자유

일찍이 공자는 제자가 정치를 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겠느냐 묻자,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겠다(必也正名乎)”고 하였다. 이름을 어떻게 짓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문제 인식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이름 부르는 방식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 가는 곳을 알 수 있다. 바른 관계는 바르게 이름 짓고, 바르게 이름을 불러주는 데서 시작된다.


01
중국의 ‘문화혁명’을 기억하는 젊은 세대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혁명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에는 오늘날 중국 인민은 물론이고 세계가 공감하는 것 같다. 나는 1992년 처음으로 중국을 여행하였다. 이 여행은 나에게 세계 인식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의미 있는 충격도 주었다. 우리 일행은 북경대학교를 방문하여 그 대학 경제학과 교수에게서 특강을 들었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얻고 온 사람이었다. 강의에 임하는 그에게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덕담에 가까운 조크를 했다.

“교수님! 굉장히 젊어 보이는데요, 나이보다 한참 젊어 보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돌아온 그의 대답이 정말 기막힌 것이었다.“지난 시기 중국 현대사의 한 지점에서 약 10년 동안 시간이 전혀 흐르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니 저도 나이를 먹을 수가 없었던 거 아닌가 생각됩니다.”
문화혁명에 대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논평이었다.

문화혁명이 한창 광기를 뿜어대며 시작되던 1966년 당시 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이 미친 듯한 대소동을 국내 언론들도 연일 크게 보도했었는데, 나는 이것이 왜 ‘문화혁명’인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업시간에 사회 선생님께서 문화혁명에 대해 특별한 설명을 해 주시기도 했지만, ‘문화혁명’이 왜 문화혁명인지를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이 소동은 내가 아는 ‘문화’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인들 이 광기의 문화혁명이 지닌 정치적, 역사적, 이념적 총체성을 파악하기는 어려웠으리라. 더구나 지금 막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 잘 정돈된 인식을 하기는 전문가라 하더라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로부터 30년 뒤 국내 한 학자에 의해서 정리 기술된 문화혁명은 다음과 같다.

문화혁명은 중국에서 일어났던 공산주의 정치운동이다. 인민경제를 살린다는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권력기반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모택동을 중심으로 한 교조적 공산주의자들이 1965년 가을부터 약 10년 동안 중국사회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 대규모 군중 운동이다. 수정주의 노선 및 자본주의 세력 제거에 목적을 두고 청소년으로 조직된 홍위병들을 혁명의 도구로 이용하였다. 문화혁명은 모든 분야에서 당과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킴으로써 중국사회에 대한 당 국가의 영향력을 저하시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서진영, ‘현대중국정치론’, 나남 출판).

02
위의 내용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즉 문화혁명이 시작할 바로 그때,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문화혁명’이 왜 문화혁명인지를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아마도 문화혁명이라면서 왜 문화적이지 못한가, 문화혁명의 방식이 왜 저리도 반문화적이란 말인가 등 의문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문화’라는 것이 왜 이 대사변(大事變)의 소용돌이를 지칭하는 이름에 들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는 데서 오는 혼란이었기 때문이다. ‘문화’를 나타내거나 함의하는 수많은 의미 자질 중에 이념(ideology)이란 것이 들어간다는 것을 공부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마흔이 넘어서 ‘문화교육’ 등의 개념을 내가 자주 쓰게 되면서부터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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