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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라이프&경제] 특별한 이들의 금융교육 이야기

 

1월의 마지막 금요일 오후 2시, 밖은 여전히 쌀쌀하지만 점심을 먹고 난 후 나른해 눈이 스르르 감길 시간, 00발달장애훈련센터 교육생 25명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정해진 자리에 앉아있다.

 

보통 출석부는 가나다순으로 되어 있기 마련인데, 이곳의 출석부는 자리 순서대로 출석부가 기재돼 있었다. 다음 시간에도 이렇게 착석할 것이고, 변동이 없을 것이다. 교육생들은 별도의 이름표가 없었다.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오롯이 교사의 몫이다.

 

발달장애 교육생과 금융교육

 

첫째 시간! 자기소개와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 되고 싶은 것을 돌아가면서 이야기했다. 교육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신의 꿈에 대해 정확하게 의사 표현했다. 꿈은 정말 다양했다. 요리사, 소방관, 가수, 디자이너, 유튜버, 동물 훈련사, 사회복지사, 사업가, 파일럿 등등 신기하게도 교육생들의 꿈은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돈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을 구입하고, 배우고, 살아가고, 기부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돈 관리 능력평가표’를 측정해 보는 시간에는 교육생들의 편차가 있었다. 12개의 문항(1. 돈을 주머니나 지갑에 잘 넣고 다닐 수 있다. 2. 내가 원하는 것(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안다. 3. 원하는 물건을 직접 구매하고 싶어 한다. 4. 혼자서 마트에 갈 수 있고 돌아올 수 있다. 5. 숫자를 읽을 수 있다. 6. 간단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다. 7. 단어나 간단한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다. 8. 화폐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다. 9.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10. 내가 가진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을 선택할 수 있다. 11. “이거 얼마예요”라고 다양한 표현으로 물어볼 수 있다. 12. 영수증과 거스름돈을 받아 올 수 있다)에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못함, 매우 못함으로 표시하는 내용이었다. 모두 잘 할 수 있다고 표시한 교육생이 있는 반면 매우 못함으로 자신감이 결여된 교육생들도 상당 수 있었다. 자신의 상황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 속에서 교육생들의 수준에 따라 더 세분화한 교육 내용과 그에 맞는 금융 강사가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돈의 가치를 배우는 시간에는 동시로 만든 동요 ‘100원은 힘이 세다’를 배우며 100원이라는 동전이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해 봤다. 가사는 간단하다.

 

‘100원은 힘이 세다./ 말 참 안 듣는 어른들/ 카트를 제자리에/ 딱 갖다 놓게 한다.’

 

대부분 성인 교육생이고 제법 유치한 노래인데도 교육실 밖에서도 들릴 정도로 신나고 즐겁게 불렀다. 그렇게 우리는 금융이라는 광범위한 의미를 삶속에서 하나하나 찾아가기 시작했다.

 

수준에 따른 세분화 필요해

 

우리나라 발달장애인의 수는 총 24만 7000명(전체 장애인의 9.4%)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2 장애인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등록 장애인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2년 24만 2419명에서 264만 4700명으로 10.9배가량이 늘었다. 해가 거듭할수록 발달장애인 등록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 19기관(서울, 서울 남부, 부산, 인천, 대구, 광주, 대전, 울산, 세종, 경기, 경기 북부,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의 발달장애인 훈련센터가 있다. 1~6개월간의 훈련 과정 속에 금융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앞으로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교육생들에게 금융교육은 그 어떤 교육보다도 중요하다.

 

금융교육은 다양한 수준으로 세분화해 장애의 특성과 정도에 따라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성인이 된 나의 자녀에게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받은 경험을 물으니 그런 과목도 있냐고 오히려 되묻는다. 고등학교 금융일반 교과서, 금융감독원에서 만든 중학교, 고등학교 금융교육 표준교재,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경제이야기 등이 출간돼 시중에 나와 있다. 그러나 금융 과목은 일반 학교나 특수학교, 사회복지기관 등 그 어디에도 없다. 수학 과목을 통해 짧게 교육을 한다고 하는데 금융교육은 독립적인 교과목으로 편성해야 한다. 금융은 기초가 흔들리면 평생을 고생하기 때문이다. 장애의 심한 정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해도가 비슷한 수준의 대상자와 함께 수업하는 것이 교육의 효과가 훨씬 좋다.

 

또한 금융교육의 콘텐츠 개발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특히 발달장애 금융교육은 인터넷 교육 등 비대면으로 해결되지 않는 특수함을 가지고 있으므로 소그룹 대면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시각 및 실물 교재의 효과가 더 크다. 일회성 특강이 아닌, 지속적인 반복 교육과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의 지적 능력이 낮다고 생각해 낮은 수준으로 개발해서는 절대 안 되며, 각 연령대의 눈높이에 맞게 금융 교구를 개발해야 한다. 발달장애와 관련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교육의 질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질 높은 교육을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최상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밀하게 단계적으로 체계화된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돈을 버는 이유, 화폐의 개념과 가치, 물건의 가격과 거스름돈, 은행 업무, 금융 예절, 합리적인 소비, 금융 사기 예방 등은 반복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필수 내용이다.

 

금융교육 후 생활 속에서의 실천을 위해 부모 및 보호자 동반교육이 필요하다. 부모의 마음에 자녀가 발달장애이므로 자녀에게 금융교육을 하지 않거나, 부모가 금융주도권을 가지고 자녀에게 물고기를 사주기보다는 함께 배우고 경험하는 체계화된 금융교육이 필요하다. 가정 내에서도 금융교육이 반복될 때 학습효과가 뛰어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올바른 금융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병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에는 수많은 금융전문가가 있다. 그들이 가진 금융 지식으로 충분히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 현업에서 1년 동안 꼭 해야만 하는 자원봉사 시간이 있다면 발달장애인 금융교육에 매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발달장애인은 실습과 체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몇몇 은행이 사회 환원 차원에서 1년에 한두 번 운영하는데, 그것도 예약이 꽉 차서 포기하는 일이 수없이 많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체계화한 금융 실습실을 만들어, 발달 장애인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

 

금융 취약 계층에게 사각지대 없이 금융교육을 제공하고, 금융소비자로써 적절한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달, 발달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금융교육 워크북을 제작했다. 워크북은 전문가 자문과 시연회를 거쳐 제작됐다. 특히 표지부터 발달장애인 작가(정성원)가 디자인에 참여했고, 읽기 쉽게 제작됐다.

 

이 워크북의 특별한 점은 발달장애인이 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구매 활동을 직접 체험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조안내서와 교사용지도서가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교사용지도서는 전문 강사뿐 아니라 부모 및 보호자의 동반교육이 가능하도록 발화문과 함께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발달장애인 워크북 ‘올바른 금융생활 알아보기’로 금융교육을 희망하는 기관·단체는 누구나,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포털(edu.kinfa.or.kr)에서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교육자료(워크북, 보조안내서, 교사용지도서) 모두 다운받을 수 있으니 교육 신청을 하지 않고 교육을 희망하는 분들도 자료를 활용하여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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