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시즌을 거듭해서도, 국경을 넘어서도 여전히 사랑받는 작품들이 있다. 시대와 거리를 초월해 마음을 두드리는 분명한 매력포인트를 가진 두 작품을 만나보자.
<태양의 서커스-루치아>
태양의 서커스는 '서커스'라는 장르의 역사를 새롭게 쓴 단체다. 1984년 캐나다에서 거리 예술가 20여 명으로 시작한 태양의 서커스는 기존의 서커스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당연하게 여기던 동물쇼를 없앤 것. 대신 연극과 음악, 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접목함으로써 서커스를 예술의 영역으로 발돋움시켰다. 이러한 혁신은 관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지금까지 90개국 1450개 도시에서 3억5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태양의 서커스는 저마다 스토리텔링을 가진 시리즈를 끊임 없이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퀴담> <알레그리아> <바레카이> <쿠자> <뉴 알레그리아> 등을 공연하며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루치아>는 태양의 서커스 작품 중에서도 아트의 정점이다. 작품은 멕시코의 문화와 자연, 신화를 곡예 퍼포먼스로 풀어내는데, 어떤 시리즈보다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쇼로 꼽힌다. 태양의 서커스 작품 중 최초로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에 물을 활용한다. 작품의 제목 역시 스페인어로 빛(luz)과 비(lluvia)의 합성어로, 공연 내내 화려한 색감과 물이 어우러지는 퍼포먼스는 드라마틱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멕시코의 전설을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신화 속 동물도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코스튬과 거대한 실물 크기의 말, 재규어 등 실감 나는 퍼펫은 관객을 초현실적인 상상의 멕시코로 안내할 예정이다.
음악 역시 라틴 아메리카 감성을 물씬 풍긴다. 플라멩코에서 영감을 받아 경쾌하고 활기찬 리듬, 스페인 기타의 매혹적인 멜로디, 퍼커션과 드럼이 어우러지는 강렬한 음악은 관객의 흥을 더한다. 모든 캐릭터가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마지막 장면은 마치 멕시코 현지의 축제 속에 있는 듯한 즐거운 착각을 선사한다.
2023년 10월 25일~12월 31일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2024년 1월 13일~2월 4일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내 빅탑
02-541-6236
뮤지컬 <난쟁이들>
극장에서만큼은 모든 시름을 내려놓고 마음껏 웃고 싶다면 <난쟁이들>은 후회 없는 선택이다. 2015년 초연부터 네 차례 시즌에 이르기까지 대학로에서 웃음을 책임져온 작품이기 때문. 뮤지컬은 동화에서 만년 조연으로 등장했던 난쟁이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팍팍한 현실을 견디며 인생역전을 꿈꾸는 찰리와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늙은 난쟁이 빅이 그들이다. 이야기는 이들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무도회에서 사랑에 빠져 키스를 하게 되면 새로운 동화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 이들은 신데렐라를 공주로 만들어준 마법사 할머니를 찾아가 새로운 기회를 엿본다.
작품은 익숙한 동화를 뒤섞고 비튼다. 중독성 강한 넘버와 코믹한 안무, 풍자가 가득한 대사는 객석을 연신 웃음으로 몰아넣는다. 예쁘고 착하게만 그려졌던 등장인물들의 감춰진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외모도, 능력도 특출나지 않고, 광산에서 고단한 하루를 반복하며 성실히 일하는 난쟁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객석의 관객을 닮아있어 공감을 자아낸다. 작품은 공연 당시의 사회적 이슈를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경제 상황도, 세계 정세도 안타까운 소식이 많은 요즘의 세상은 이번 공연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2023년 11월 1일~2024년 1월 21일 플러스씨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