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9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이하 「교원지위법」)의 개정으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 행위가 아동학대로 신고되어 교원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는 교육감이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게 되었다.
해당 규정은 본래 2024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되어 있으나, 정부는 시행일 이전부터 해당 규정을 적용하도록 합의하였다. 교육부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약 한 달 만에 교육감 의견서가 32건 제출되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한 건 이상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발생하였던 셈이다.
필자의 관내 지역에서도 사건이 발생하여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신고된 교원을 면담하게 되었는데, 신고 이후에도 계속되는 보호자의 민원, 더 신경 썼어야 했다는 자책감, 사실과 다른 소문의 발생,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걱정 등 다양한 고민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특히 당장 닥쳐있는 문제는 경찰에서 진행되는 수사인데, 대부분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어서 향후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기도 어렵고, 형벌이나 신분상의 불이익이라는 삶의 중대한 부분까지 영향을 주게 되니 극심한 두려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죽음 뒤에 어떤 일이 있을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듯,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무지에서 온다고들 한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교원 누군가를 위하여 이번 호를 통해 수사기관과 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과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경찰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대부분 피해아동 측의 신고나 고소로 아동학대 사건이 시작된다. 신고가 있어 즉각 경찰이 학교로 찾아와 그 즉시 교원 본인이 신고 된 사실을 알게 되는 때도 있고, 경찰에서 학교로 교원의 개인정보나 관련된 자료를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내와 피해아동 측의 고소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도 있다.
수사기관은 조사나 수사를 시작한 때에는 소속 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학교나 관할 교육청 등으로 수사개시에 관한 통보를 한다(「국가공무원법」 제83조, 「사립학교법」 제66조의3). 또 그 시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현재 경찰에서는 사안에 대한 조사 초기에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교육감의 의견 제출을 요청(개정 「교원지위법」 제17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한 뒤, 피해아동 측에 대한 조사를 먼저 시작한다. 이를 통해 수사의 대상이 될 내용과 범위를 확정하고, 그다음으로 담당 수사관이 신고 된 교원에게 유선으로 출석을 요청하며, 일정을 조율하자는 연락을 하게 된다.
이러한 수사관의 연락을 받게 되면, ① 수사관의 소속·직위와 성명, ② 신고된 교원 본인이 피내사자인지 정식으로 입건된 피의자인지, ③ 혐의사실의 요지는 무엇인지, ④ 피해아동 측에서 제출한 고소장이 있는지를 문의하고, ⑤ 출석일정은 되도록 10일 이상으로 어느 정도 여유 있게 설정하는 것을 권한다.
다음으로 이렇게 알게 된 내용을 토대로 ‘정보공개포털’에 접속하여 해당 수사관이 소속된 경찰서로 피해아동의 신고내용 또는 고소장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것을 고려해 본다. 이는 교원 본인에 대한 혐의사실을 명확하게 알기 위함이고, 이를 알아야 적절한 대응방법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공개 청구의 처리기간이 10일가량이므로, 그 내용을 확인한 후 조사에 임하기 위하여 10일 이상 여유를 두고 출석일정을 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정보를 얻게 되었다면 수사 대응을 위한 변호사의 선임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변호사의 선임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른 법률적인 조력을 구할 수 있고, 피의자신문 등 과정에 동석해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많은 시·도의 교육청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교원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먼저 교원 본인의 비용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추후 아동학대에 대한 혐의를 벗게 되면 검토를 거쳐 변호사 선임 비용을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경찰에 출석하게 되면 담당 수사관과의 문답 방식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신문조서가 만들어진다. 혐의 내용과 확인할 사항의 양에 따라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후 경찰에서는 그간 조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해당 사건을 아동학대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의 경우 경찰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불송치 결정’을 내리고, 이때에는 검찰로 사건이 송치되지 않는다. 그런데 아동학대 사건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 없다’고 결정되더라도 검사에게 송치하게 되어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조).
검찰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경찰 수사 내용을 바탕으로 결론을 내린다. 피해아동 측이나 교원에 대해 검찰에서의 추가 조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일반적이지는 않은 편이다. 검찰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크게 4가지로, ①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의 불기소 처분, ② 기소유예 처분, ③ 구약식 또는 구공판 처분, ④ 아동보호사건 송치 처분으로 나뉜다.
당연하게도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은 검사가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가장 좋은 결과라고 하겠다.
기소유예 처분은 피의자에게 혐의 사실이 인정되나 연령·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등 사정을 고려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내려지는 처분이다. 쉽게 말하면 ‘이번 한 번은 봐준다’라고 이해하면 된다.
아동학대 사건에서는 교육받을 것 등을 조건으로 하는 기소유예 처분을 하기도 한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6조). 이러한 기소유예 처분을 받게 된다면 형사처벌은 면한 것이기에 일단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혐의 사실 자체는 인정된 것이기에 이후 있을 징계 등의 절차를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고, 혹여나 피해아동 측이 민사소송을 제기한다면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구약식은 검사가 법원에 벌금형을 선고해달라고 하는 것을 말하고, 구공판은 검사가 법원에 정식재판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범죄의 혐의가 인정되고, 이를 처벌할 필요성이 높다는 검사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후 법원에서의 재판과 판결 등 절차가 남아있게 된다.
한편 검사는 사건의 성질이나 동기, 교원과 피해아동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사건을 아동보호사건으로 하여 가정법원(가정법원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해당 지역의 지방법원)으로 사건을 송치할 수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7조·제28조). 이는 아동학대 사건 특유의 절차인데, 가정법원에서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방법을 정하라는 것에 가깝기에 설령 어떠한 조치를 받는다고 할지라도 전과나 형사처벌전력이 남지 않는다. 다만 가정법원에 출석하여 심리를 받는 절차에는 참여해야 한다.
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검사의 구약식 처분이 있다면 법원은 사건 내용을 검토하여 범죄가 인정된다면 벌금형에 처한다는 약식명령을 내린다(매우 드문 일이지만 법원에서 벌금으로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정식재판으로 넘길 수 있다). 구약식 절차는 재판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는 절차 없이 서면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편리함이 있다. 그러나 징역이나 금고와 같은 신체의 구속이 있는 것이 아닐지라도, 벌금형은 엄연히 전과에 해당한다.
또 「아동복지법」에 따라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있는 때에도 아동관련 기관에 취업제한이 붙을 수 있다. 이러한 아동관련 기관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학교가 포함되므로, 교사가 취업제한으로 인하여 한동안 학교에서 근무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아동복지법」 제29조의3 제1항). 필자 역시 그런 예들을 종종 봐왔다.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있어 이에 불복하고자 한다면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에는 재판이 진행되므로 재판에 참석해야 하고, 무죄판결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약식명령으로 받은 금액보다 상향된 벌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검사의 구공판 처분이 있다면 재판이 열리게 되고, 정해진 재판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참여해야 한다. 재판 결과 죄가 인정된다면 벌금이나 징역 등 형벌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재판에 관한 내용은 워낙 전문적인 영역에 해당하여 설명하기 어렵고, 일반적으로 학생에 대한 지도과정에서 벌어진 아동학대에 관한 내용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경우는 드문 편이어서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가정법원의 아동학대 사건 처리
검찰에서 아동보호사건 송치가 있다면, 사건기록은 가정법원으로 넘어가고 가정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재판이 열리고 결과가 나오지만, 일반적인 벌금·징역과 같은 처벌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고, 보호처분이 결정될 수 있다.
보호처분의 종류는 아동학대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족구성원에게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들을 포함하여, 사회봉사나 수강명령 등이 있다(「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6조 제1항). 또한 판사의 심리 결과 보호처분을 할 수 없거나 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된다면 ‘처분을 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불처분 결정이 내려질 수도 있다. 무죄에 가까운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