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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비유환(無備有患)’… 안전의식 전환 필요해”

[인터뷰] 박구병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이사장

‘복구’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과학적 안전관리 체계 구축할 것

재난으로 피해당한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지난 2020년 ‘교육시설법’이 제정되면서 법정 기관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이하 안전원)으로 바뀌었다.

 

기관 이름과 위상만 바뀐 게 아니다. 재난 이후 복구 지원뿐 아니라 학교 시설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안전·유지 관리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안전원은 올해를 과학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재난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을 완성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20일 안전원에서 만난 박구병 이사장은 “재난 후 복구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잠재적인 위험과 새로운 재난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예방 중심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Q. 재난안전사고 예방 시스템이 구축되면 어떻게 활용되나.

 

“학교에서 화재 사고가 일어나면 흔히 시설 노후화를 원인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발생한 화재를 분석했더니, 지은 지 10년 된 학교나 5년 된 학교, 작년에 지은 학교의 발생 빈도가 같다고 나타났다. 전기 시설의 노후화보다는 유지관리 부실이 주요 원인이었다. 안전관리를 할 때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살펴야 할지 알게 된 것이다. 태풍 피해와 침수 지역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의 경로와 전국 학교의 위치를 겹쳐 분석한 후, 피해가 예상되는 학교에 미리 통보하는 거다. 침수 위험 정도도 예측할 수 있어서 보수·보강이 필요한 학교의 우선순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Q. 현재 우리나라 학교 시설은 노후화한 곳이 많다. 재난을 예방하려면 취약 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할 듯하다.

 

“지난 5년간 교육시설 점검을 5000여 회 이상 진행했다. 화제 위험시설, 풍수해 위험시설, 낙뢰, 한파 등 위험 요소를 찾아 개선해 나갔다. 최근에는 급식실 조리실과 전기차 충전시설 사고, 태양광 발전 설비 화재, 학교 주변 산비탈 붕괴 등 신종 사고도 발생하고 있어서 이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대형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Q. 교육시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교육, 재난대처 교육도 중요해 보인다.

 

“우리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득형 안전교육을 중요시한다. 위험한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해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안전교육 접근성이 낮은 지역으로 찾아가 안전 체험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재난에 취약한 특수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애 유형별 화재 대피 시나리오’를 지난해 개발했다. 국내 최초다. 올해는 개발한 시나리오를 현장에 적용, 보완한 후 전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Q. 재난으로 피해가 발생했을 때 지원받는 방법은.

 

“안전원은 재난으로 인한 시설 훼손, 결함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공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재난이 발생하면 사고 발생 상황을 권역별 지부에 통보해야 한다. 사고 접수 후 안전원은 현장 조사와 함께 초동대응 조치, 청구 절차를 안내한다. 올해 가입과 보상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공제 시스템을 구축, 선보일 예정이다.”

 

Q. 안전원의 비전이 궁금하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안전의식을 고취하는 데 좋은 단어다. 하지만 너무 많이 써서 그런지 무감각해졌다.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위험 인식을 강조한 ‘무비유환(無備有患)’이다. 대비하지 않으면 재난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안전·재난 관리도 교육시설의 특성과 학생 유형 등에 맞춰 진행해야 한다. 현장 중심 맞춤형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전문가들이 나서야 한다. 역량 높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원은 안심할 수 있는 학교 공간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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