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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사람들] 신선이 살던 곳, 그 기묘한 아름다움 중국 절강성

 

절강성은 중국 동해안가에 위치한 곳이다. 성도(省都)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항저우. 상하이에서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상해~소주~항주’로 이어지는 여행코스는 중국여행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이지만, 절강성은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요즘 신선거와 설두산 등이 언론과 중국여행 마니아들에 의해 소개되면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고 있다. 

 

태주(台州)시 선거현(仙居縣)에 있는 신선거는 중국 사람에게는 꽤 유명하다. 신선거의 원래 이름은 영안(永安)이지만, 이곳을 찾은 북송의 진종 황제가 산세의 기이함과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신선거’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신선거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신선이 살 만할 정도로 압도적인 풍경을 지닌 곳이다. 중국인들은 이곳에 대해 “장자제(張家界)의 기이함과 화산(华山)의 험준함, 태항산(太行山)의 웅장함과 황산(黃山)의 수려함을 고루 갖췄다”라고 표현한다.

 

신선들의 놀이터
신선거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상해공항에 내려 3시간 정도 이동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중국 사람들에게 3시간 거리는 옆 동네일 뿐이다. 신선거 가는 도중 왕복 6차로의 항주만 대교를 지나는데, 2003년 공사를 시작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이 다리는 총연장 35.7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대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다리 길이만 32km에 달하며 수심 7m~12m 바다 한가운데 1,428개의 교각을 세운 뒤 70m 길이의 상판 540개를 끼워 맞췄다.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다리 위 분리대를 무지개색으로 칠한 것이 특징. 이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닝보와 상하이를 오가는 시간이 평균 6시간에 달했지만, 지금은 2시간 정도로 단축됐다고 한다. 


신선거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가든, 아니면 케이블카를 타고 편하게 신선거를 즐기든. 어느 것을 선택하든 자유다. 하지만 걸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두자. 3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만만하게 볼 코스가 아니다. 대부분의 코스가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개를 뒤로 최대한 젖혀야만 까마득한 계단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바라보기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10분 정도만 걸어도 ‘케이블카를 탈 걸’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케이블카를 타더라도 신선거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으니, 등산을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굳이 걸어서 오르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걸어서 걷는 코스를 따르다 보면 케이블카를 타고 볼 수 있는 북관대·하관대·동승대·낙수대의 절경을 놓칠 수 있다.


신선거 입구에서 케이블카 승강장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가 걸린다. 길 주위에 편백나무가 울창하다. 걷기에 딱 좋다. 심호흡을 하면 상쾌한 편백나무 향이 가슴 깊이 스민다. 걷는 동안 편백나무 위로 신선거의 삐죽삐죽 솟은 기암괴석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의 성기와 비슷하게 생겨 ‘여자를 부끄럽게 하는 봉우리’라는 뜻의 수녀봉(羞女峰)을 지나는 중에는 아주머니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진다. 수녀봉을 지나면 일범풍순(一帆風順)이라는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바뀐다고 해서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금계보효(金鷄報曉)·선옹축복(仙翁祝福)·천마행공(天馬行空)·우후춘순(雨後春筍)·신필화천(神筆畵天)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돛단배가 됐다가 황금닭벼슬·신선·천마·붓모양 그리고 비온 후의 죽순으로 바뀌는 것이다.


10분쯤 케이블카를 타고 가서 내리면 불해법음(佛海梵音)과 화병연운(畵屛煙云)의 갈림길이 나오는데, 화병연운(畵屛煙云)쪽으로 가야 북관대·하관대가 있는 전망대로 갈 수 있다. 북관대와 하관대를 돌아보고 불해법음 지역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북관대에서 하관대를 가는 길은 아찔하다.

 

아찔한 절벽을 따라 허공에 붕 떠 있는 잔도(棧道)길을 따라가야 한다. 가파른 벼랑에 골격을 세우고, 철근을 박고,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만들었다. 발아래를 내려다보면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다리가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관대의 하이라이트는 불조봉(佛祖峰)이다. 부처님의 옆얼굴을 꼭 닮았다. 눈을 지그시 감고 참선에 든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불조봉을 지나 불해범음(佛海梵音) 지역으로 들어서면 거판애(鋸板崖)~소요협(逍遙峽)~동승대(東升台)~낙수대(樂壽台)~북해관(北海館) 순서로 돌아본다. 처음에 신상음간(抻象飮澗)이라는 커다란 바위가 나오는데 코끼리가 코를 늘여 계곡물을 마시는 것 같아 이렇게 이름 붙었다. 동쪽을 바라보는 동승대 역시 거대한 바위덩어리. 곡식을 쌓아 놓은 창고를 닮아 천하양창(天下糧倉)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기이한 바위들을 감상하며 걷다 보면 남천교에 닿는다. 120m의 출렁다리다. 천 길 낭떠러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다. 남천교 오른쪽으로 망봉대와 천마분등(天馬噴騰)이라는 두 개의 봉우리가 보인다. 남천교를 건너면 관음봉이 보인다. 높이 919m를 자랑하는 이 바위는 신선거 대표 경관 중 하나다.

 

영락없이 부처님이 합장하는 모습이다. 이 풍경이 신선거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남천교 앞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가 신주항모(神州航母)인데, 이는 신이 타고 다니는 항공모함이라는 뜻이다. 이곳부터는 남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면 된다. 케이블카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북송의 황제가 왜 이곳에 신선이 살고 있을 거라며 ‘신선거’라는 이름을 지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신선거는 무협영화 <천룡팔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골짜기마다 숨은 폭포의 아름다움
신선거와 쌍벽을 이루는 여행지가 설두산(雪窦山)이다. 영파(宁波)시 서북 9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국가급풍경명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산 정상 유봉(乳峰)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백색이어서 샘의 이름을 ‘눈이 흘러나오는 구멍’이라는 뜻의 설두(雪窦)라고 불렀고, 이 때문에 설두산(雪窦山)이라 불린다. 


설두산은 폭포로 유명하다. 모두 15개의 폭포가 숨어있다. 이 가운데 가장 높고 아름다운 폭포는 천장암(千丈岩) 폭포다. 역시 케이블카를 이용해 관람할 수 있다. 높이가 156m에 달한다. 무지개를 피워 올리는 폭포의 광경 앞에서 모두가 감탄사를 쏟아낸다. 삼은담(三隐潭)에도 가보자.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 그곳에 폭포가 있다는 걸 모른다’는 의미다.


설두산 묘고봉에는 타이완의 국부라 불리는 장개석의 별장 묘고대(妙高台)가 있다. ‘오묘한 경치를 자랑하는 높은 자리의 건물’이라는 뜻이다. 설두산은 예부터 곳곳에 사찰이 많았는데, 묘고대가 있던 곳도 원래 사찰이 있었지만, 장개석이 1930년에 이곳을 별장으로 꾸몄다. 풍수지리에 심취했던 장개석은 이곳 묘고대 자리가 천하의 명당임을 알고 절을 없애고 개인 별장을 지었다.

 

장개석은 정치에서 물러나 있을 때도 이 별장에 있으면서 측근들을 통해 정치를 막후 조정하였다고 한다. 묘고대 덕분인지는 몰라도 대만으로 가서 총통이 되었고, 아들도 대를 이어 총통이 됐다. 묘고대는 전망을 잘 볼 수 있도록 앞쪽으로 ‘ㄷ’자 형태의 테라스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전시실에는 장개석이 다닐 때 사용하던 가마도 전시되어 있고, 그가 묘고대 주변의 명소를 다니면서 찍은 사진도 걸려 있다. 


설두산에서 내려와 설두사에 들른다. 설두산은 구화산·오대산·보타산·아미산과 더불어 불교 5대 명산 중 하나. 미래에 올 부처인 미륵보살을 모시는 미륵성지로 이름이 높다. 설두사는 1,700년 전 진(晋)나라 때 건립된 거대한 고찰로 수차례에 걸쳐 중건했다.

 

최근에는 시진핑 현 중국 주석이 2008년 저장성 성장으로 있을 때 개축했다. 설두사에는 56m의 거대한 미륵보살상이 볼거리. 높이만 56m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500여 톤의 청동으로 만든 거대한 미륵불이 발아래로 세상을 굽어보고 있는데 전망대인 연꽃 좌대까지는 별도로 요금을 내고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역사의 흔적 속을 산책하다
영파시에는 장개석의 흔적이 또 남아있다. 장개석 가족 일가의 주거지역인 장씨고거(蒋氏故居)다. 장개석은 이곳에서 16세까지 살았다. 그의 아들 장경국도 여기서 태어났다. 장개석의 아내 4명에 대한 스토리도 깃들어 있다. 중국 통일 후 모택동은 이곳 장개석 생가를 비롯해 사당 등 기타 고 건축물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특별히 지시했다. 1930~40년대 지은 풍호방·소양방 등의 건축물과 장개석의 아버지가 경영했던 소금판매상점인 염포도 아직 남아있다.  

 

 

양자강 하구에 자리한 절강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다. ‘절강에 풍년이 들면 천하가 그해에는 굶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절강성 동쪽 해안에 자리한 영파는 당나라 때는 ‘명주(明州)’라 불렸던 곳으로 한반도와 가장 교류가 가장 많았던 중국 항구 중 하나다. 당나라로 향한 거점 항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항구이기도 하다. 영파 자체가 한국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자성고진(慈城古陣)은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명·청시대 시가지로 오래된 낡은 건물과 고목들, 녹슨 대문, 좁은 도로, 울창한 가로수 아래 다닥다닥 붙어있는 오래된 집들이 이 도시의 긴 역사를 반영한다. 고을을 다스렸던 관아와 서당이었던 명륜당, 옛 공공건물들 사이를 걷다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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