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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지구촌 사람들] 낭만 가득 감성 가득 포르투갈 소도시 여행

 

포르투갈 소도시를 여행했다. 몬포르테·마르바오·파티마·토마르·코임브라·코스타노바·아베이루·나자레…. 정답고 다정하게 다가왔던 작은 도시들. 사람들은 친절했고 음식은 맛있었다. 오직 포르투갈에서만, 오직 소도시에서만 마주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장면들.
 

비, 비, 비. 비가 내렸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비가 내렸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해 에보라와 몬포르테·마르바오·파티마·토마르·코임브라·코스타노바·아베이루·나자레를 거쳐 다시 리스본으로 돌아오는 8일간의 일정 동안 단 한 평의 푸른 하늘도 볼 수 없었다. 비는 때로 추적추적 내렸고, 부슬부슬 날렸고, 와당탕 쏟아졌고,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딱 하루, 리스본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하늘은 ‘심심한’ 위로라도 보내는 듯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잠깐 보여주었다.  


그래도 좋았다. 포르투갈이었으니까. 비가 내려도, 아니 비가 내려서 더 좋았다. 오랜만에 사진 욕심 내려놓고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즐겼다. 비를 피한다는 핑계로 카페로 뛰어 들어가 에스프레소를 마셨고, 비가 온다는 핑계로 낮부터 와인 잔을 기울였다. 커피는 더 진했고, 와인은 더 향기로웠다. 카메라를 내려놓으니 포르투갈이 더 깊이 그리고 더 자세히 다가왔다. 

 

 

포르투갈 소도시 여행의 첫 번째 도시는 에보라(Evora). 어느 여행자가 그랬다. “한 번 들은 여행지는 정보가 되지만, 두 번 들으면 가야 하는 곳이 된다”고. 그 여행자는 스페인의 코르도바가 그랬고, 포르투갈의 에보라가 그랬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리스본에서 에보라로 곧장 버스를 타고 갔다고 했다.


에보라에 도착하니 그 여행자의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됐다. 붉은 지붕의 아담한 건물들이 레고블록처럼 오밀조밀 모여 있는 인구 15만의 중소도시 에보라. 로마 시대의 신전 건물과 대성당 그리고 해골성당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이번 포르투갈 여행의 처음이자 마지막 노을을 본 것 같다. 


에보라는 하루쯤 머물며 느긋하게 여행하고 싶은 도시다. 도시는 길이 약 6km의 성벽에 둘러싸여 있다. 가장 큰 볼거리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있는 디아나 신전. 2세기 말에 세워졌는데 현재는 콜로네이드만 남아 있다. 상프란시스쿠 성당에 있는 ‘해골집’으로 불리는 예배당도 볼 만하다. 내부는 실제 사람의 해골로 빼곡하다. 약 5천 명분의 해골이라고 한다. 유럽에는 해골성당이 여러 곳에 있다. 로마에도, 체코에도 있다.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만연할 때 사람들은 성당으로 피할 곳을 찾아 모여들었고, 그러다 보니 묘지도 부족해 이런 성당이 만들어졌다.


다음날에는 몬포르테(Monforte)의 와인셀러 헤르다데 토레 드 팔마(Herdade Torre de Palma)를 찾았다. 몬포르테는 로마시대의 루시타니아 지방의 일부였다. 바실리 가문은 이곳에 버려져 있던 고택을 인수해 호텔을 꾸몄고, 지금은 와인 호텔로 운영하고 있다. 몬포르테를 돌아보는 내내 비가 내렸지만, 비를 핑계로 하루쯤 머물며 포르투갈 와인을 마시고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역사와 종교가 어우러진 곳
포르투갈의 여러 소도시들 가운데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파티마(Fatima)다. 파티마는 성모 마리아 발현지로 매년 400만 명 이상의 순례자가 찾는 가톨릭 3대 성지 중 하나다. 


100년 전, 포르투갈의 작은 시골 마을. 놀고 있는 세 아이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나 자신이 성모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사람들 앞에서 그 여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사람은 어느 곳에서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수정 유리보다 더 강하고 밝은 빛을 쏟아내는 찬란한 옷을 입고 있었어요.” 여인은 누구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성모라고 말했다.

 

양을 치며 놀던 일곱 살, 아홉 살, 열 살짜리 아이들 셋이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꾸며낼 이유가 없는 데다 말이 모두 일치했다. ‘끝자락을 별들로 장식한 드레스’를 입은 마리아가 여섯 번이나 매월 약속한 날짜에 나타났고, 몰려든 수만 명의 군중 앞에서 우주 쇼에 가까운 이적을 일으켰다고도 한다. 파티마는 바티칸에서 인정한 세계 3대 성모 발현지 중 한 곳이다. 파티마 대성당은 웅장하고 거대하다. 하지만 그 옆의 작고 유리로 지어진 것이 성모의 발현 장소에 세운 것이다. 파티마를 찾은 사람들을 위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미사가 진행된다.  


토마르(Tomar)도 기억에 남는 곳이다. 리스본에서 기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이곳의 크리스투(그리스도) 수도원은 고색창연한 역사가 벽마다 아로새겨진 곳. 1119년 만들어진 템플기사단의 본부가 있었다. 템플기사단은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순례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예루살렘에서 설립됐다. 그리고 1139년 아폰수 1세가 포르투 칼레 지역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 나라를 세웠는데 그 중심도시가 포르투(Porto)였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유럽을 지배하던 템플기사단은 1307년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에 의해 지도부가 화형 당하며 역사에서 사라졌다. 크리스투 수도원은 여러 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탓에 마누엘·로마네스크·바로크·고딕 등 다양한 건축양식이 공존한다. 마을도 기사단의 등장과 함께 생겨났다.

 

 

수도원에 복도는 무덤이다. 실제로 바닥에는 관 크기만큼 선이 그어져 있다. 바스쿠 다 가마의 사촌도 여기 묻혔다고 한다. 미사 공간 가운데 8개의 기둥이 서 있는데 한쪽 벽이 뜯겨 있다. 이는 나폴레옹이 쳐들어왔을 때 프랑스인들이 보물을 훔쳐 간 흔적이다. 물론 아직도 돌려주지 않고 있다.  

 

어쩌면 가장 포르투갈다운 곳, 아베이루와 코스타노바
아베이루(Aveiro)와 코스타노바(Costa Nova)는 동화 속에나 나올 법한 아름다움으로 감탄사를 쏟아내게 하는 마을이다. 물론 비가 내렸지만, 빗줄기도 이 마을의 아름다움을 감추지 못했다.


포르투 상 벤투역에서 도시철도를 타고 갈 수 있는 작은 도시 아베이루. 이 도시의 별명은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다.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운하가 도시를 에스(S) 자로 관통하고 있다. 거대한 석호와 바다 사이에 자리 잡은 아베이루 사람들은 염전과 수초를 생의 수단으로 삼았다. 주민들은 염전에서 캐낸 소금과 호수에서 건져 올린 수초를 옮기기 위해 운하를 만들었다. 몰리세이루(Moliceiro)는 소금과 수초를 실어 나르던 배로 ‘수초를 잡은 남자’라는 뜻이다. 베네치아의 곤돌라보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몰리세이루를 타면 입담 좋은 가이드가 운하를 따라가며 보이는 건물에 대해 설명해 준다. 운하 옆에는 아르누보 건물이 꽤 많은데, 과거 소금으로 돈을 번 상인들이 부를 과시하기 건물을 화려하게 꾸몄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난한 어부들은 짙은 원색으로 소금창고를 칠했다. 카르카벨로스 다리 주변에 소금창고가 줄지어 서 있는데 지금은 대부분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이곳의 ‘오 바이루 레스토랑(O Bairro Restaurant)’에서 맛본 바칼라우(bacalhau) 요리는 포르투갈에서 먹은 것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포르투갈을 여행하려면 하루에 한 번은 바칼라우를 먹어야 한다. 바칼라우는 포르투갈어로 대구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포르투갈에서는 사람들이 원양어선을 타고 북대서양으로 떠났고, 매일매일 대구를 낚시로 잡은 어부들은 상하지 않기 위해 소금에 절여 포르투갈로 돌아왔다. 바칼라우 요리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집은 바칼라우를 바삭하게 요리하고, 어느 집은 촉촉하게 요리한다. 감자를 곁들이기도 하고, 수란을 올리기도 한다. 음식점이 열 곳이라면 바칼라우 레시피가 적어도 10개는 존재하는 셈이다.  


아베이루 근교 코스타노바는 일명 ‘줄무늬 마을’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는 노란색·파란색·붉은색 등의 줄무늬로 가득한 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코스타노바는 ‘새로운 해안’이라는 뜻이다.


유래는 이렇다. 바다와 호수 사이 마을은 늘 습했고 안개가 자주 끼었다. 어부를 먼 바다로 떠나보낸 가족들은 늘 마음을 졸였다. 그러다 어느 한 집이 집에 줄무늬를 그려 넣기 시작했다. 멀리서도 집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까닭에 집들의 줄무늬가 다 색이 다르다. 집을 찾을 때 헷갈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을 사람들은 손수 페인트칠을 한다고 한다. 아베이루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파도가 이는 곳
포르투갈 소도시 여행의 마지막 일정은 나자레(Nazare). 포르투갈의 850km 이상 연결되어 있는 해안가를 자랑하는데 이 중 나자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파도가 이는 곳. 전 세계 서퍼들이 이 파도를 타기 위해 몰려든다. 해안가에 들어서면 할머니들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전통의상인 7겹 치마에 긴 양말을 신고 견과류를 판다. 할머니들의 견과류 노점 뒤편은 수베르쿠 전망대.

 

이곳에서 바라보는 나자레의 해변 뷰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절벽 아래로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사진을 찍고 있노라면 바위 위에 갈매기가 다가와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준다. 수베르쿠 전망대에서 등대 쪽으로 향하면, 서퍼들이 경기를 펼치는 해변이 나온다. 이 해변은 미국인 서핑 선수 가렛 맥나마라가 20m가 넘는 파도타기에 성공하면서 유명해졌다.


☞ 여행정보  
인천-리스본 직항 노선이 운항하고 있다. 포르투갈관광청(visitportugal.com)과 포르투갈 관광청 한국사무소(02-732-4140)에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포르투갈은 와인 강국이다. 12세기부터 원산지 통제 제도를 시행할 만큼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특히 북쪽지방의 도루지역이 와인으로 유명하다.

 

포르투갈 와인은 DOC(최고등급 와인), IPR(프랑스의 AO-VDQS에 해당하는 고급 와인), VR(테이블 와인 중 산지 표기가 가능한 지역, 프랑스 Vdp급), VdM(원산지 표기가 없는 테이블 와인)으로 나뉜다. 포트 와인도 유명하다. 가장 유명한 것은 폰세카의 빈티지 포트. 와인 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포트계의 벤틀리’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벤틀리는 세계 3대 명차로 불린다. 포트 와인은 알코올 도수 20도를 훌쩍 넘긴다. 단맛도 강해 디저트 와인으로 주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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