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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오월은 이미 한가운데로 깊숙이 들어서 눈길 닿는 곳마다 온통 초록이다. 불두화, 작약, 공조팝나무, 백당나무, 이팝나무, 병꽃나무 등 오월의 꽃들이 곳곳에서 하모니를 맞춰 어우러진다. 나무마다 연둣빛을 덧입고 꽃이 진자리에 초록이 들어앉아 하늘도 땅도 온통 푸르름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에 하얀 밥풀 같은 이팝나무꽃이 바람결에 하늘거린다.

 

 

오월은 마음을 동심으로 돌리는 계절이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면 참 아름답다.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한 것처럼 맑음을 갖게 해 주는 달이다. 어떻게 언어로 이런 표현 할 수 있는지 탄복할 노릇이다.

 

사람의 소통은 말이다. 우리의 세상에는 저속하고 혐오감을 주는 말도, 아름다운 말도 많다. 특히 오월과 관련된 어린이, 어머니, 선생님, 신록, 꽃내음, 실비단 하늘 등은 참 아름다운 말이다. 이런 말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사랑과 순수함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일 년 내내 감사와 고마움, 배려의 말이 빛을 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월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말은 어머니이다. 영국문화협회가 비영어권 국가 주민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영어단어는 ‘Mother’였다. 그 허다한 말 중에서 왜 어머니를 선택했을까? 아마 엄마의 가슴에서 자식에게 불어오는 바람이 언제나 잊히질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 엄마의 가슴에 내재한 사랑이라는 바람보다 더 따사로운 바람이 있을까? 엄마로부터 불어온 사랑의 바람이 자식에게 세상의 혹한을 막아주고 구김 없는 나무로 자랄 수 있게 하였다.

 

오월은 마음을 완성하기 위한 돌아보는 달이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디디고 태어나 살아간다. 모든 자연물은 하나라도 같은 모습인 것은 없으며 어느 곳에라도 상처가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생명을 가진 사물의 이치이다. 마음의 완성은 욕심으로만 채우지 않고 너무 아껴 먼지가 쌓이지 않게 하며 서운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 마음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가리키는 일을 미루지 않는 일상이 쓸모를 더해 주는 모습이다. 이게 정말 자신이 바라는 마음의 완성이다.

 

몸과 마음을 낮추면 더 겸손해진다. 농부를 보라. 땅에 몸을 낮추어 무릎 꿇을 때 농부는 안심한다. 사람이 한해의 농사를 시작할 때 추수만 생각하면 아무것도 기르지 못한다. 들여다보는 기다림으로써 거기에 머무를 수 있고 보이지 않는 너머까지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조바심의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 너무 아름다운 오월을 보면 새삼 우리네 짧은 생이 코앞에 있음을 깨닫게 되고, 여유롭게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일이 더 소중해짐을 알려준다.

 

오월은 ‘핌’의 환희와 ‘짐’의 슬픔이 교차하는 달이다. 흐드러진 덩굴장미꽃을 보며 이내 여름에 자릴 내줄 시간이 가까워짐을 알게 된다. 파란 하늘에 오르려던 희망도 후드득 풀어진다. 시들어 떨어져 곡선으로 낙하하는 꽃잎은 아직 깨어나지 못한 느린 꽃송이를 서둘러 깨워 세운다. 아쉬움의 오월 푸른 달이 다하면, 우리는 유월 누리 달의 잔치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오월 햇살 좋은 날 신록이 너무 좋아 눈물이 날쯤, 햇살은 연둣빛 그리움으로 가득 고였다가 그림자 속으로 숨는다. 오월을 그냥 보내기에 아쉽다. 연한 녹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번져가는 녹음을 보러 산책을 즐긴다. 이내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더니 붉은 꽃잎 같은 노을이 마음속으로 뚝뚝 떨어진다. 아쉬운 오월의 하루가 저문다.

 

오월은 보랏빛 오동꽃이 그리운 달이다. 이맘쯤 산책을 하다 보면 보랏빛을 밝힌 오동나무를 종종 본다. 오동꽃의 색은 연보라이다. 오동꽃의 보라색은 시바의 여왕이 입었다는 보랏빛 드레스를 연상케 하고 넓은 초록 잎은 심장을 닮아 초록 심장이라 불린다. 또한 오동꽃의 향기는 인생을 관조한 깊은 심안과 우아함, 매콤하고 상큼하며 깊고 달콤한 은은한 향을 지녔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제멋에 뻗은 가지에 작은 종 모양의 꽃들이 송이송이 맺혀있다. 이 청사초롱 같은 꽃 타래를 흔들면 보랏빛 종소리가 쏟아질 것 같다. 오동꽃의 향기를 기억하며 삶을 바라본다. 삶에 있어 우아함은 고상한 기품이고 매콤함은 명철한 지성이다. 그리고 상큼함은 세상을 달관한 혜안이다. 인생은 자신을 알고, 감사와 기쁨으로 긍정적인 삶을 살 때 보람을 느낀다. 좋은 생각도 실천하지 않으면 씨앗을 심지 않고 봉지에 담아두는 것과 같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삶을 통해 의식과 감각이 녹슬지 않는 건강하고 품격 있는 나날이 되도록 해야 한다.

 

 

참 상큼한 계절이 가고 있다. 오월은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이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봐야 함을 말하고 있다. 마음이 없으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세상을 보는 눈도 마음에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 보인다. 미움의 안경을 쓰면 모두 미워 보일 것이고, 사랑의 안경을 쓰면 세상이 모두 사랑스러울 것이다. 내 마음의 안경이 깨끗하지 않으면 세상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신록의 마음으로 서로를 귀하게 여기며 도리를 다해야 한다. 아름다운 오월 거짓과 해를 주지 않는 사람의 숲속에서 감사와 고마움, 사랑의 신록이 울창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떨어지는 아픔을 싸매야 다음에 새잎을 피우듯 손해와 실수에도 이성을 잃지 말고 희망과 용기로 용서하고 베풀어 녹음으로 어우러지는 원숙한 유월을 맞이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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