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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벽 칼럼] 진로 지도는 내다보는 게 아니라 들여다보는 것

종종 진로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어느 학교로 진학할까, 해외로 유학 나갈까 말까. 여러 진로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정보를 여기저기 찾아보아서 직업·학교·유학의 장단점을 두루 꿰뚫고 있지만, 어떤 선택이 좋은 미래로 이어질지 판단이 어렵답니다.


미래가 궁금하면 저보다 점쟁이를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해줍니다. 함께 한바탕 웃고는 학생에게 무턱대고 간단한 질문 하나 추가합니다.


“배 탈래요? 비행기 탈래요? 아니면, 자동차 탈래요?”

느닷없는 질문에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되묻습니다.

“어딜 가는데요?”

좀 성숙한 학생들은 곧바로 환하게 웃습니다. 생각해 보니 본인의 고민이 너무 웃기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네요. 목적을 먼저 정한 후에 수단을 선택하는 게 순서네요.”

 

부산에서 대전에 간다면 자동차가 적절하고, 일본에 간다면 배 타는 것도 괜찮고,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비행기 타는 게 바람직하지요. 아무리 비행기가 빨라도 부산에서 대전에 가는 수단은 아니잖아요. 샌프란시스코행이라면 꼭 비행기를 고집할 필요 없이 배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자동차로도 갈 수 있습니다. 직행할 수 있고, 경유지를 거쳐 갈 수도 있고, 중간에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이동수단부터 선택하려니 막막했던 것입니다. 즉 훗날에 대한 비전 없이 진로를 정하려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목적지와 수단을 헷갈리지 않아야 합니다. 진학과 직업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진로 지도는 여러 선택지를 두고 각 선택의 미래를 예상해 보는 게 아닙니다. 만일 내가 유학 간다면, 만약에 공대 입학한 후에 의대로 편입한다면, 혹시 생물학이 더 나을까? 진로 지도는 점치는 일도 아니고 확률을 분석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로 지도의 방향을 180도 바꿔야 합니다. 현시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가 원하는 미래에서 현시점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판단해야 답이 나옵니다.


진로는 내다보는 게 아니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이루었기 때문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자신의 미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봐야 합니다. 성공하고 행복한 ‘미래의 내’가 ‘오늘날의 나’에게 “이리 와. 여기가 바로 네가 가장 원하는 곳이야”라고 손짓하면서 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야 합니다. 그 행복한 나의 미래 모습에 이끌려야 합니다. 직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 ‘vocation’과 ‘calling’의 어원이 ‘부른다’라는 게 우연이 아닙니다.

 

진로는 밀려서 앞으로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앞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모양새가 되어야 합니다. 누군가 뒤에서 밀면 엎어지기 쉽고, 땅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수월합니다. 날 부르는 사람이 ‘미래의 나’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듬직합니다. 행복한 나를 만나기 위한 과정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설레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비전과 꿈을 먼저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한 50년 후의 미래를 그려봐야 하지만 그 먼 미래를 그려본 학생을 아직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당연합니다. 하루살이처럼 살아온 아이들에게, 기껏해야 코앞에 놓인 수능시험만 생각하면서 살아온 학생들에게 50년 후는 까마득한 미래니까요. 그러나 50년 후라고 해봤자 겨우 학생이 직장에서 은퇴할 나이가 아니겠습니까. 그 후에도 한 50년은 더 살아가게 될 백세시대가 아닌가요.


우리는 자주 봅니다. 성공 가도를 달렸던 사람이 은퇴 후에 무엇을 하고 살지,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해서 우울증에 빠진 사람을요. 앞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왔지만, 눈 깜빡할 새 은퇴할 나이가 되었고, 남은 인생에 대해서 전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인생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생에게 50년 후가 어려우면 30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게 합니다. 셋 다 그려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시간차 그림에 일관성이 조금이라도 보여야 제대로 된 비전입니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이제 수단을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또다시 갈등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나,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하나. 좋아하는 것을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잘하는 것을 해야 성공할 것 같습니다. 운 좋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다면 문제가 없지만 아쉽게도 흔히 서로 다르기에 갈등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까, 해야 할 것을 할까. 이 역시 갈등의 소재입니다. 엄마나 선생님은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을 강조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따로 있지요. 그래서 한숨 쉬게 됩니다.


저는 둘 다 만족시키라고 말합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둘 다 만족시켜야 성공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에게 산 오르는 비유로 설명해 줍니다. 제가 운영하는 행복연구소를 둘러싼 북악산·인왕산·북한산을 가리키면서 그중에 하나의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어떤 산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봅니다. 학생은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산이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맞아요. 크고 작고,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는 산에 올라가야지 행복하겠지요.

 

목적지를 선택했다면 이젠 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상에 오르는 여러 갈래 중에 가파른 암벽을 타는 지름길이 있고, 완만하지만 빙글빙글 돌아 오르는 등산길도 있고, 경치 좋은 등선길도 있습니다. 쉬엄쉬엄 돌아가는 둘레길은 긴 여정이어도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암벽 타는 지름길은 기술이나 밧줄이 없으면 실패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잘하거나 잘 해낼 수 있는 길을 택해야 성공합니다.


어느 한 수단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명문대 출신으로 수학계 스타가 된 허준이 교수가 있는 반면 사이버대학을 졸업해도 세계 정상에 도달한 BTS가 있고, 아예 대학 문턱을 밟지 못해도 실력과 인성이 둘 다 월드클래스인 손흥민이 있듯이,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산에 올라가는 행위 자체의 이유가 단지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서가 되면 안 됩니다. 인생 목표가 지극히 이기주의적이면 훗날 산에 혼자만 덜렁 남아서 고독하게 됩니다. 이유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에 쓸모 있고 이롭게 살아갈 때 돈도 벌고 곁에 사람도 얻습니다.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성공하고 행복하게 됩니다.

 

진로 지도는 현재 존재하는 여럿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학생 각자가 자신의 미래를 창조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꿈과 비전을 지니는 게 시련 앞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게 마음을 먹는 최고의 마음가짐 방법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꿈을 박탈하면 안 됩니다. 꿈을 빼앗기거나 주입된 꿈인 악몽을 꾸는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 주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니 결국 운에 맡기고 점쟁이를 찾게 됩니다. 유튜브에 한국어로 ‘운세’를 검색하는 횟수가 최근에 두 배로 늘었다는 구글 트렌드 뉴스가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꿈을 꾸는 아이는 훗날 비전으로 갈아탑니다. 비전을 지닌 사람들이 바로 인재이며 리더입니다. 꿈과 비전은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꿈 깨”라고 하지 말고 달콤한 꿈을 맘껏 가슴에 품도록 허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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