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이 올 3월부터 도입되는 월1회 주5일 수업제와 관련해 “완전 주5일제를 7월부터 전면 시행하고 법정수업시수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05학년도 주5일 수업제 운영계획’에 대해 18일 입장을 내고 “오랜 시간 안일하게 대처해 온 정부와 교육부가 학교를 아주 당연하게 ‘보육시설’로 바라보는 인식은 불식돼야 한다”며 “올 7월 여타 공무원들이 완전 주5일제 근무에 들어가는 만큼 교원들도 7월 도입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위해 현행 교육과정의 개편과 220일 이상으로 돼 있는 초중등학교의 연간 법정 수업일수를 OECD 평균 수준인 180일을 감안해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현실적으로 사회적 인프라가 미비하고 맞벌이 부부와 등교 희망학생이 있는 이상 일정 부분 토요 프로그램을 운영할 교원의 출근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매 토요 근무에 대해 반드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당장 3월부터 월1회 주5일 수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도 교육과정 개편과 수업시수 조정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23개교를 시범운영한 교육부가 이제 와서 주5일 수업의 월2회 및 전면 시행에 대비해 교육과정 조정 및 수업시수 축소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동안 무엇을 위해 시범운영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시수 조정 없는 월1회 도입도 교원들의 근무여건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수업시수 감축을 위해 일정부분 학교에 시수 조정권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교총은 “월1회라 해도 주5일 수업에 따라 부족한 수업시수를 확보하려고 방학일수를 줄이거나 휴무토요일의 수업을 평일에 분산 배정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경감하고 교원의 수업연구를 강화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교육과정 개편과 수업시수 조정이 필요하며 일정부분 수업시수 조정에 관한 권한을 학교에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휴무토요일에 근무하는 교사가 발생한다면 정액특별수당이나 휴일특별시간외수당 등의 방법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교사들은 교육부의 방안이 주5일 수업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학교와 교사에게 수업부담과 책임만 전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업시수 감축은커녕 오히려 토요일 수업을 ‘땜질’하는 학사일정 운영사례를 운영계획에서 친절히 예시한 부분은 황당하기까지 하다는 표정이다.
교육부는 월1회 주5일 수업제의 경우, 연8회 실시니까 방학을 4일만 줄이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체력검사·체육대회, 사생대회·백일장을 통합하고, 학교행사 연습을 하루에서 반일로 줄이며, 중복된 행사를 축소하는 등 학교행사를 정선해도 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교육부는 휴업토요일 수업 3시간을 한 주에 한 시간씩 분산시키면 별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경기 D중 교사는 “토요일날 출근 안 하려고 평일날 수업 더하는 게 과연 주5일 수업의 취지냐”고 반문했다. 그는 “몇 년간 시범학교를 운영했으면 올 도입부터는 법을 정비해 수업시수를 감축하는 등 여건을 마련했어야 했다”며 “그간 시범학교가 해 온 운영방식을 아무런 개선 없이 똑같이 적용하는 건 전국의 학교를 시범학교화 하는 것과 같다”며 허탈해했다.
또 경기 B공고 C교사는 “주당 36시간의 수업시수를 지켜야 하는 교사로서 토요 수업까지 평일로 옮겨지면 하루 7, 8시간 수업을 하란 말인데 이는 중노동이며 학생의 수업 집중력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34개 우선 시행학교 교사를 설문조사한 결과 71.2%가 ‘수업시수 조정’을 촉구한 결과를 얻었지만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셈이다.
또 서울 A고 P교사는 “수업은 평일날 다 하게 해 놓고서 게다가 ‘토요휴업일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게 한다’는 계획까지 내놓다니 차라리 지금처럼 그냥 수업하는 게 낫다”며 “프로그램 짜야지, 교내외 시설 활용계획 짜야지, 외부강사 자원봉사자 꾸려야지…수당 몇 푼 주며 참으라는 식이면 주5일 수업을 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육부 설문결과 65.6%의 교사들은 휴무토요일 교내 활동 형태에 대해 ‘도서실 등에서의 자율학습’을 꼽기도 했다.
7월부터 일반 공무원이 완전 주5일 근무를 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에 따른 불만도 많다. 그러면서도 교사들은 “학교에 나와야 할 아이들이 있는 이상 최선을 다해 지도하는 게 스승의 도리”라며 “다만 그것을 당연시하거나 방학 동안 노는데 좀 하면 안 되느냐는 식의 발상은 교권을 또 한번 흔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원들에게 ‘기약도 없는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운영계획에 ‘방학이 있는 근무특성 등을 들어 교원 설득 필요’라는 문구를 포함시킨 것은 대표적 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교육과정을 그리 쉽게 바꿀 수는 없다.
월1회 정도는 수업시수 감축 없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5일 근무가 완성되는 2011년 이전에는 교원들도 완전 주5일 수업을 하게 될 테지만 그 전까지는 타 공무원보다 더 근무할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해도 수당을 받을 수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