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원이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병(?)이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슴지 않고 나쁜 말을 하고 화를 잘 내며 물건을 던지고 책상을 엎어버리는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
“화가 나지. 이해해. 그렇지만 의자에 앉아서 화를 삼켜보려고 노력하자. 얼마나 힘들겠니? 참아보려는 원이 모습을 보니 대단하구나.”
작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해 놓치지 않고 칭찬해주었다. 차츰 분노가 사그라지더니 1,2분 후에는 가방을 내려놓고 수업에 참여했다. 언제 그렇게 행동했냐는 듯이. 정말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같았다.
“동원아, 아침부터 집에 갈 때까지 화가 나도 선생님 도움 없이 스스로 이겨내면 스티커를 하나 주고 화를 한번도 내지 않으면 두개 줄게. 스티커 10개 모으면 떡볶이 쿠폰 1000원을 주고. 약속해 볼래?”
해보겠다고 했다. 보름을 잘 넘기는가 싶더니 아침부터 눈에 힘을 주고 가방을 싸서 책상 위에 두는 것이었다. 친구와 다툼 끝에 헐크로 변한 것이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실랑이를 하며 겨우 5교시까지 잡아 놓았다.
수업종이 쳐 체육을 하러 운동장에 나갔더니 동원이가 가방을 메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평균대 수업을 하고 싶었던지 난간에 기대 기웃거리다가 슬그머니 줄에 끼어드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자상하게 가르쳐 주었으나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가방을 메고 유유히 교문으로 사라져 버렸다.
교실에 와보니 물건들을 고스란히 자기 사물함에 넣어두고 갔다. 내일 다시 오리라는 미련을 남긴 흔적을 보면서 내일은 또 어떻게 보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스티커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스티커 50개를 모아 어머니 없이 생활하는 친구에게 단소를 사주기로 약속했다. 동원이가 헐크 같은 얼굴이 아니라 환하게 웃는 얼굴이 되길 기대하며 나도 그날까지 계속 노력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