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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대한민국 교육이 보다 ‘공공재’의 본질에 충실하려면

교육은 ‘공공재’이다. 이 말은 역으로 교육이 ‘사유재’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은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른 교육시장화 정책과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에 따라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한 ‘공공재’가 아니라 개인의 이익 실현에 기여하는 ‘사유재’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 교육은 시장에서의 상품처럼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구매하고 소비하는 서비스 상품이 되어 빈부 격차만큼 고유의 기능과 효능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오늘날 우리 교육은 자유경쟁의 시장원리처럼 선택되고 소비되는 성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것은 강력한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 하고, 교육의 서비스를 누리려 하며, 시장의 상품처럼 소비자가 원치 않는 교육은 퇴출시키려 한다. 그래서 학생⋅학부모는 소위 경쟁을 통한 특목고⋅자사고⋅영재고 등 특권 학교를 선호하며 상대적으로 일반고는 낮은 평가를 받고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공교육의 공적 가치를 부정하고 교육활동의 공적 의미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공교육의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처럼 공교육이 무력화되면서 교육을 사유재로 보는 실질적 관점이 널리 확산됨에 따라 공교육의 비효율성과 사교육의 우월성을 크게 대비시키고 있다. 그것은 ‘실력 있는 학원 강사’와 ‘무능한 학교 교사’라는 이분법적 비교가 난무하고, 수능 고득점자의 출신학교보다는 출신학원에 이목을 더 집중한다. 이렇게 교육시장화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이에 따라 교권침해는 당연히 급증하여 오늘의 처참한 사태를 초래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은 출발점과 목표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처음부터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공교육이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하는 데 비해, 사교육은 비용을 지불한 특정 개인의 욕구실현을 최우선으로 한다. 공교육이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공동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데 비해, 사교육은 특정 개인의 학업성취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공교육은 아동의 발달단계에 따른 성장을 추구하는데 비해, 사교육은 과도한 선행학습과 반복적 암기훈련으로 아동의 학습의욕을 꺾고 정상적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우리 교육은 헌법에서 강력한 공교육 체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교육이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임 아래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국가는 교육의 목표를 공적 가치의 실현에 두고 그에 필요한 학교건물과 시설, 학교운영에 필요한 모든 재정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한다. 또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가르치는 내용은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에 따르고, 검⋅인정 교과서 제도와 학습지도요령을 마련하여 세부적인 내용을 정한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룬 학업성취는 상급학교 진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학생의 사회적 평판과 장래 지위를 크게 좌우한다.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두에게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기회가 주어지며 모든 시민에게 일정 수준의 지식과 소양, 공동체 규범을 익히게 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을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런 믿음은, 공교육은 공동체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공공재’라는 인식에 기반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교육의 공공성이 훼손되어 도마에 오르고 비판의 집중 대상이 된 것은 국가의 잘못이 크다 할 것이다.

 

그것은 공교육의 기본원칙에 대한 확고한 신념 없이 신자유주의의 교육시장화 정책에 휩쓸리다보니 겪지 않아도 될 혼란을 자초한 면이 크다. 한마디로 공교육은 민주공화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공적 권리이지, 특정 집단이 자기 욕망과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SKY 와 비SKY 라는 대학서열을 기반으로 학벌체제를 이루고 특정 도시와 특정 지역이 SKY 진학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의대진학에의 광풍으로 N수생을 양산하고 있으며 ‘초등의대반’의 운영으로 사교육은 한계가 없게 되었다.

 

이 땅에서는 판검사 임용의 압도적 부분을 SKY 출신이 차지하고 최근에는 정시 의대 정원의 30% 이상이 특정 지역 출신이다. 이는 우리의 보편적인 공교육이 붕괴된 증거이며 이런 상황에서 교사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왜냐면 학교에서의 경쟁 일변도의 입시교육과 이에 편승한 교사의 관행적이고 밋밋한 교육활동은 오히려 학부모의 불만족을 키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사교육에의 의존도를 높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 교사는 단지 교과서 지식만을 주입하고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전통적 교육에 올인하는 것이 교사의 주요 역할이라는 구시대적 생각에서 벗어나고 이것이 오히려 공교육 붕괴를 자초하는 것임을 뼈저리게 자각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재의 우리 교사들은 마치 특권계층에 고용된 가정교사처럼 자신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거나 추락시키는 공교육의 봉사자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교육성찰이 필요하다. 왜냐면 교사는 미래의 민주공화국 시민을 기르기 위해 존재하며 깨어있음으로써 미래를 선도하는 선구자(First Mover)가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교육 당국은 이제 ‘공공재’로서의 교육의 본질적 기능에 더욱 충실하도록 교육환경과 교육목표를 견지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에 합당한 지원과 정책으로 교육이 공공재로서의 기능을 충실하게 담당하는 공교육이 되도록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정부의 세수 부족을 빌미로 각 시도 교육청의 지방 교부금을 급격히 삭감하려는 정책과 당장 금년 10~12월의 교부금 지불을 교육청 특별 예치금 전용으로 대체하는 것은 그 파장이 매우 심각하게 다가 올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변칙적인 커다란 과오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공공재로서의 교육의 본질이 정치적 관점으로 인해 흔들리지 않고 국가백년대계를 향한 기반을 살려 나가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교육개혁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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