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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 “생각보다 괜찮다?”

 

‘500만 명의 학습자를 위한 500만 개의 교과서!’ 교육부가 내년부터 도입되는 AIDT (Artificai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 AI 디지털교과서)를 소개하는 대표 문구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맞춤형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맞춤형 교과서라니! 굉장히 매력적인 캐치프레이즈다.

 

AIDT는 기존의 서책형교과서와 달리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각 학생의 학습스타일과 진도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개인화된 교육을 지원한다. 또 실시간 피드백과 상호작용 기능을 통해 학습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필자가 살펴본 세 가지 프로토타입은 이 목표들을 충실하게 구현하고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매우 궁금하던 터에 AIDT 세 가지 프로토타입을 개시해 보고 난 소감을 솔직하게 써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꽤 괜찮다. 필자가 사용한 프로토타입을 완성도와 선호도 순에 따라 A·B·C라고 한다면, 가장 덜 완성되었다고 보는 C도 지금 바로 교실에 적용하라고 한다면 사용할 용의가 있다. AIDT의 장단점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단점 부분에서는 특정 프로토타입이긴 하지만, 가장 덜 만족한 C사 AIDT(이하 C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아쉽고, 불편하고, 부실한 디지털교과서 솔직 후기
사실 C사는 우선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시제품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선생님 화면과 학생 화면의 동기화가 잘되지 않았다. 그리고 A·B사와 다르게 교과서 본문 글을 한 문장 한 문장씩 문장 단위로 클릭해서 들을 수 없었고, 본문의 음성을 통으로 제공했다.

 

또 A·B사가 제공하는 듣기 부분의 ‘빠르게 듣기, 느리게 듣기’ 기능이 없었다. 형성평가 부분도 매우 불편했는데, 학생이 한 문제 한 문제를 풀고 꼭 그 아래 결과를 눌러야만 답안 선택이 저장되고, 정오(O·X) 표시가 되며,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구조였다. 학습속도가 빠른 학습자들에겐 매우 불편하고 불만일 수 있는 세팅이었다. 


그 외에도 C사는 형식적인 기능만 많지 막상 마우스가 활성화되어 해당 부분을 눌러보면 별다른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았다(중학교 영어 성취기준 정도의 정보를 제공했다). 학생들이 배움을 성찰할 수 있는 각 단원의 마지막 배움일지 부분의 구성이 매우 부실한 점 또한 실망스러웠다. 


전체적인 디자인도 학생들이 매력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학생들이 보기엔 C사의 교과서 디자인은 너무나 평이하고, 시각적으로 덜 직관적이었다. 또 무채색 계열이라 좀 더 다채로운 색깔 등을 써서 디자인할 필요가 있었으며, 교과서 안의 모든 학습목록 부분의 아이콘 크기를 눈에 띄게 키울 필요가 있었다. 완성도 측면에서도 교과서의 이미지 삽입 부분에서 글자가 덜 선명해 보이고, 어디선가 이미지만 긁어온 듯하여 C사 교과서를 덜 전문적으로 보이게 했다. 


전반적인 기능 측면에서도 A·B·C 세 가지 프로토타입 중 제일 불편했는데, 예를 들면 C사는 본문 글에서 음성 재생을 누르면 그것을 일시정지하기 전까진 왼쪽 탭에서 다른 학습목록으로 이동이 안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AIDT 기능 중 필자가 제일 기대했던 AI 챗봇 기능도 C사가 제일 떨어졌다. C사 AI 챗봇 기능은 말만 AI이지, 이미 입력된(정해진) 추천 질문의 답을 제공했는데, 화면에는 마치 실시간 채팅인 것처럼 말풍선에 글이 입력되는 이미지가 제공되었다.

 

상용화된 LLM(Large Language Model)1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2 때문에 AIDT에 도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A·B사는 어느 정도 학생들의 실제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AI 챗봇 기능을 탑재하고 있었기에, C사의 AI 챗봇 기능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하고 싶은’ 이유
위와 같은 단점과 불편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개선된다는 전제하에), 필자가 AIDT의 도입을 반기는 이유는 위와 같은 단점을 능가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현재 모든 AIDT에서 (기존의 전자책 기능이긴 하지만) 교과서 학습내용의 음성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은 특히 영어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습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학교현장에서 보면 의외로 영어 자체를 못 읽는 학생들이 많다. 이 학생들에겐 교과서 본문의 MP3를 따로 제공하더라도 다운로드를 잘 받지도 않을뿐더러, 받아도 활용하기가 불편하니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영어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중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데 이제 1인 1기기에 AIDT로 학습한다면, 더욱 편리하게 본인의 휴대폰으로 AIDT에 접속하여 본인이 어려운 부분을 계속 선택해서 따라 읽을 수 있게 된다. 영어를 읽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이 기본적인 기능이 필자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또한 교사용 AIDT에선 각 반마다 수업진도율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학급의 평균 학습 정답률은 어떤지, 몇 명이 어떤 문제를 맞혔는지 바로 분석·제공해 준다. 교사에겐 정말이지 너무나도 필요한 기능이었다. 게다가 수업을 듣는 학생 모두가 표시되어 있고, 특정 학생의 이름을 클릭할 수 있는데, 클릭해서 해당 학생의 정보로 들어가면 이 학생의 학습 완료율은 몇 %인지, 어떤 문제를 풀었는지, 평균 학습 정답률은 어떤지 그리고 특정 문제를 몇 초 만에 풀었는지 등의 정보까지 제공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학생들의 성취도를 바탕으로 맞춤형 학습콘텐츠를 학생들에게 발송할 수 있었다. 이런 맞춤형 학습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 학생의 학습속도와 스타일에 맞춘 교육이 가능해져 학습 효율성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생의 이해도를 파악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어 학습의 질 향상이 기대됐다.
 

더 나아가 이런 학습분석 결과를 토대로 AIDT에선 교사에게 특별히 코멘트도 제공했는데, 예를 들면 ‘70% 이상의 학생들이 10번째 학습활동인 문법2에 대한 학습을 어려워하고 있어요.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문제 난이도를 조절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와 같은 조언이었다. 이런 학습분석 기능은 정말이지 교사들의 수업준비와 수업 후 학습분석 하는 시간을 매우 줄여주면서 각 학생에게 맞춤형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AIDT가 AI 보조교사로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디지털교과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언
AIDT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AIDT 교과서의 현장적합성은 AIDT의 성공적인 도입의 핵심 요소이다. 교육현장에서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와 학생 모두가 이 새로운 시스템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능력을 높이는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 교육프로그램이 필수적이며, 기술적 지원과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둘째,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마련되어 AIDT 교과서의 성과를 평가하고 보완·개선하는 구조가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교과서의 내용과 기능이 지속적으로 발전·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10년 차 영어교사다. 영어과목에 매우 애정이 많으며, 학교에서 한 반에 섞여 있는 영어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과 반대로 영어학습능력이 뛰어난 학생들 사이에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업을 위해 항상 고민하는 교사다.

 

사실 처음엔 AIDT 개발·도입이 반갑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프로토타입을 교사 계정과 학생 계정으로 써보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AIDT 교과서는 교사의 역할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도구로 작용할 것이며, 학생에게는 개별화된 학습과 피드백을 제공한다. 교사에게는 개별학생, 학급의 학습분석, 문제분석, AI기반 코멘트 등을 제공하며, 교사의 교수에 도움을 줄 것이다. 


AIDT 교과서는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적·인프라적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참여와 피드백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AIDT 검토지원단의 검토내용들을 토대로 각 개발사들이 아직 AIDT의 보완·개발 중이라고 한다. 앞으로의 교육이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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