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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경영

[현장이슈2] 교육발전특구는 성공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진두지휘한다. 이명박 정부 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재등용됐다. 교육부 장관을 두 번 지낸 안병영 전 장관에 이어 역대로 두 번 장관에 오른 이 장관의 정책은 다양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자사고 확대, 입학사정관제 도입, 대입 개편을 주도했다.

 

현 정부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교육, AI디지털교과서, 고등교육 자율권 확대, 교육발전특구사업, 글로컬(Glocal)과 라이즈(Rise)사업 같은 정책을 내놨다. 진행 중인 정책의 평가는 신중해야 하지만, 사교육 줄이기 목표가 붙은 교육발전특구 사업을 한번 들여다보자.
 
전국 지자체의 4분의 1이 교육특구
교육발전특구는 지자체·교육청·대학·기업·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인재를 양성하고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제도다. 각 지역이 자율적으로 교육정책을 마련하면, 정부가 3년 동안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특례를 적용한다. 지자체들은 돈을 따내려고 여러 아이디어를 짜내 ‘명품 교육도시’를 만들겠다고 홍보에 열을 올린다. 


취지는 좋다. 전국적으로 교육격차가 심화되고, 인구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자체가 직접 나서 교육 활로를 연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간 교육에 무관심했던 지자체에 자극을 주는 일 또한 신선하다. 그렇지만 방법이 이상하다. 전국의 지자체 중 4분의 1이 교육특구로 지정됐으니 말이다. 여기서 그치지도 않는다. 앞으로 계속 더 지정하겠단다. 전 국토의 교육특구화를 추구하는 정책은 할 말을 잊게 만든다. 


교육부는 1차 공모에서(2024년 2월) 사업을 신청한 전국 40곳 지자체 중 77.5%인 31곳을 교육특구로 선정했다. 3년간 시범운영하는 선도지역은 19곳, 1년 단위로 평가를 받는 곳은 12곳이다. 이들 지역에는 3년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특례를 적용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애초 구상이었다. 


교육부는 2차 공모(2024년 7월)에서도 사업을 신청한 지자체 47곳 중 절반이 넘는 25곳을 특구로 지정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특구에 들어가지 못하면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다. 충북에선 11개 시·군 중 단양군만 들지 못했다. 강원도는 특구로 지정된 지자체가 미지정 지역보다 많다. 특구 모델도 붕어빵이다. 대다수 지역이 자율형 공립고 운영이나 지자체 주도 돌봄시스템 지원 등을 특화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부 설명이 이상하다. “교육발전특구는 특정 지역에 집약적으로 자원을 투입해 개발하는 경제자유구역청 특구와 다르다. 궁극적으론 전국을 100% 교육발전특구화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다음은 이주호 장관의 설명이다(2024.9.15., 불교방송과의 추석 특집 대담의 스크랩 원본 중).

 

“교육발전특구는 유·초·중·고와 대학까지 포함하는 전체 교육시스템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이제 교육발전특구로 상당히 많이 지금 진행되고 있고요. 이게 소위 확산형 특구라고 해서 일부만 특구로 지정해서 집중 지원하는 게 아니고, 전체 우리나라가 다 각각이 특색이 있잖아요. 그 각각의 특색을 다 살려서, 그러니까 이런 겁니다. 각각의 특색에 맞는 학교들을 하려면 거기에 맞춘 규제 완화를 해 줘야 하는데, 이게 전체적으로 중앙정부가 그냥 특구 개념 없이 그걸 하려면, 그러면 이제 큰 논쟁이 발생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특정한 지역에 맞는 어떤 규제를 만들어 주는 것은 그 지역단위에서 합의만 이루어지면, 얼마든지 혁신적인, 그런 정부 특례가 있을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얼마든지 제안을 하면 정부가 특례도 인정을 해 주고, 또 거기에 맞는 특별교부금도 지원을 해 주겠다는 정책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리송하다. 일부만 특구로 지정해 집중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전 지역의 특색을 다 살려서, 거기에 맞게 규제 완화를 해 주겠다는 얘기 같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움켜쥐고 있는 규제야 풀면 되고, 지역별 특례야 사실 지역교육청과 자치단체가 알아서 할 일인데 국민 세금으로 생색을 내려는 게 아닌가. 특히 전국 지자체 4곳 중 1곳이 교육발전특구로 지정됐는데 앞으로 계속 지정하겠다니 이해하기 힘들다. 


특구당 3년간 100억 지원은 空言? 
더 중요한 것은 재원 분배다. 특구 한 곳당 3년간 최대 100억 원을 지원한다는 말에 지자체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당초 발표와는 달리 시설 투자는 제외하고 프로그램 운영으로 제한해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쪼그라든다. 지방의 한 지자체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지원하는 돈은 교육부 1억 2,400만 원과 지자체 1억 2,400만 원을 더해 2억 4,800만 원에 불과하다. 당초 연간 기대치 30억 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사업은 시설보다는 기반 중심의 사업”이라고 말한다. 즉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이어서 학생 지원과 프로그램 구상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결국 3년간 100억 원은 장밋빛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교육발전특구의 또 다른 의문은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과 학교 선정이다. 교육부는 1차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 19곳 중 12곳을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 학원가에는 초등생 의대반까지 생기고,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이 갈수록 심화되고, 의대 반수생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 8월 21일 이렇게 발표했다.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사업’은 사교육 경감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을 창출하고 지역의 우수한 사교육 경감 모델을 발굴·확산해 나가기 위해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 시행하는 사업이다. 1차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19개 지역 중 14개 지역이 이번 사업에 신청하였으며, 교육정책과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지역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컨설팅)단의 검토 결과를 반영하여 12개 지역이 사업 대상 지역으로 최종 선정되었다. 선정된 지역·학교에서는 학생 수준별 맞춤형 학습지원, 기초학력 및 교과 보충 프로그램, 자기주도학습 지원, 지역사회 연계 특색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교육 경감 모델이 추진되며, 이를 위해 지역별로 최대 7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 교육부, 8월 20일 자 보도자료 중  
  
특구에 사교육 부담 없는 학교는 지방 역차별 
교육부가 선정한 기초단체는 춘천·원주·구미·울진 등 4곳이다. 광역자치단체는 부산·대구·광주·울산·제주 등 5곳이다. 광역자치단체가 지정한 기초단체는 경남(진주·사천·거제), 전북(익산·남원·완주·무주·부안), 전남(나주·목포·무안)이다.  


어떻게 사교육 부담을 없애겠다는 것인지 보도자료의 예를 보자. 춘천시는 초3과 중1·고1을 대상으로 ‘수학 포기자 없는 미래 교육을’, 부산은 중1을 대상으로 ‘사교육 부담 없는 학년’을, 제주는 24개 고교를 대상으로 ‘질문 있는 학습’을 각각 내걸었다. 또한 울진은 ‘한수원과 연계한 진로상담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미는 ‘금오공대와 연계한 방과후학교’를 각각 사교육 부담을 없애는 묘안으로 제시했다. 


교육부는 “교육발전특구 선도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우수한 사교육 경감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지원 사업의 운영기간은 3년 또는 2년이고, 지역별로 최대 7억 원을 지원한다는 게 교육부 발표 내용이다. 한 지역에 3년 또는 2년 동안 최대 7억 원으로 사교육 부담을 없애는 모델 지역이나 학교를 만들겠다는 발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이고 열심히 궁리해 짜낸 정책이라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사교육비 연간 27조 최고, N수생은 포함도 안 돼
대한민국 전체를 교육특구로 지정한다는 구상부터 그 특구 안에 사교육 부담이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발칙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가 27조 원으로 치솟은 데 이어 2024년에는 의대 열풍 등의 영향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가 2023년 9월 국회에 예산안과 함께 제출한 2024년도 성과계획서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교육부는 초·중·고교 사교육비 목표를 ‘24조 2,000억 원’으로 제시했다. 2022년 사교육비 총액은 역대 최대인 26조 원이었는데 그보다 1조 8,000억 원을 줄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허언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2023년 초·중·고 학생수는 521만 명으로 2022년의 528만 명보다 7만 명가량이 감소했는데도 말이다. 


‘교육발전특구’ 지정 남발과 ‘특구 내 사교육 부담 없는 지역·학교’ 선정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교육격차를 더 벌릴 우려가 있다. 한 해 23만 명밖에 태어나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에 대체 전국을 조각조각 나누는 교육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특례가 주어지는 ‘교육특구’지만 특구 아닌 곳을 찾아보기 힘들고, 그곳에 사교육 부담 없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분절화(segmentation) 구상이 초연결(hyper-connectivity) 시대에 적합한 것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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