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만, 미술관에서만 예술을 즐기라는 법은 없다. 요즘 호텔은 공연장과 갤러리를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호텔들로 예술 여행을 떠나보자.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올해는 한국적 추상화의 세계를 연 작가 이응노의 탄생 120주년이 되는 해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내 빛의 시어터에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미디어아트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고암 이응노 화백은 동양화의 전통적인 필묵을 활용한 현대적 추상화를 창작해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으로 꼽힌다. 전통 사군자 작가로 미술에 입문한 그는 일본 유학을 거치며 새로운 산수화풍을 습득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동서양 예술을 넘나들며 ‘문자 추상’, ‘군상’ 시리즈 등을 통해 독창적인 화풍을 선보였다. 1960년대에는 파리에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해 프랑스인들에게 서예와 동양화를 가르치며 동양 문화 전파에 힘쓰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빛과 음악을 활용해 재해석했다. 전시는 충남 홍성에 위치한 작가의 생가를 시작으로 5개의 장으로 진행된다. 초기 문인화부터 동양적 추상화, 문자 추상, 군상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간다.
다섯 번째 장 ‘사람 그리고 평화’에서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군상 시리즈가 펼쳐진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을 보며 군무를 그리기 시작했고, 이는 작가가 생애 마지막 시기까지 매진한 군상 연작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예술가는 대중의 편에 설 수 있어야 한다”며 인간을 향한 예술을 실천한 작가의 예술관을 느낄 수 있는 부분. 한지와 먹으로 그린 한 명 한 명의 인물들은 이내 군중의 무리를 만들어내고, 이들의 움직임은 시어터 공간을 가득 메우고 거대한 물결을 일으킨다.
미디어아트에서 펼쳐지는 100여 점의 작품은 빛과 음악,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롭게 탄생한다. 동서양을 아우르고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폭넓은 회화 세계를 펼쳤던 이응노 화백의 독창적인 작품은 전시장 내부를 가득 채우며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
요즘 가장 ‘핫’한 인스타그램 스폿으로 꼽히는 장소, 바로 모히건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다. 그중에서도 대표 명소는 바로 ‘오로라’. 길이 150m, 높이 25m의 터널로, 천장과 벽면이 모두 초고화질 LED 디스플레이로 꾸며진 거리다.
오로라는 동물들이 뛰어노는 사바나 초원, 고래가 유영하는 바닷속 풍경 등 다채로운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선보여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겨울에는 ‘산타 빌리지’를 테마로, 눈 내리는 겨울의 낭만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대형 LED 터널에서는 루돌프가 끄는 썰매가 눈앞으로 도착할 듯한 즐거운 착각을 선사하는, 동화 같은 마을 풍경을 펼쳐낸다. 마을 곳곳은 크리스마스에 맞춰 꾸며진 집과 커다란 트리들이 가득하고, 여러 명의 산타가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습이 정겹다. 거대한 몸집의 장로 산타가 썰매를 타고 금빛 궤적을 그리며 150m 길이의 오로라 전체를 가로질러 선물 상자를 내려주는 장면은 미디어아트의 하이라이트다.
리조트 내의 ‘로툰다’ 역시 또 다른 디지털 아트 명소다. 천장에 매달린 키네틱 샹들리에는 매 시 15분과 45분마다 LED 패널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퍼포먼스를 펼친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 테마의 특별 영상과 함께 화려한 샹들리에로 반짝거려 연말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