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국토부 성장지향형 산업전략 추진 분야에서 메가시티를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가장 단순한 의미에서 메가시티는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한 인구 천만 명을 보유한 공간을 의미한다(김찬동, 2024). 그런데 한국의 상황에서 인구 천만 명은 꼭 물리적인 수치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수치이다. 우리나라에서 메가시티는 양적 목표 기준을 도시의 인구 규모에 두고 도시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의 하나라 볼 수 있다(차재권·서선영, 2024).
메가시티 전략은 노무현 정부의 4대 초광역경제권,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 문재인 정부의 부·울·경 신공항 추진 등 2000년대 이후의 정부 아래에서 빠짐없이 나온 정책이다. 윤석열 정부의 메가시티 조성 공약이 지방선거를 지나며 집권 여당의 구체적 공약으로 추진되자 최근 경기 김포·구리 인근 도시들이 서울 편입을 꿈꾸며 술렁이고 있다.
대전·세종·청주 등 수도권 인근 지자체들은 서울 편입을 꿈꿀 수는 없지만, 메가시티 전략에 따라 광역 전철권 등 대규모 건설사업에 따른 중앙정부의 대대적인 재정 지원을 기대한다. 전통적 자동차산업 중심 제조업이 시들어 가는 울산에서 부산·울산·창원의 메가시티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서 지역 삶의 질을 약속할 수 있는 장밋빛 구름 중 하나이다.
메가시티는 인구감소지역 교육의 해결전략이 될 수 있을까?
메가시티가 광역권의 도시뿐 아니라 인구감소지역 교육의 해결전략이 될 수 있을까? 먼저 광역지자체의 사무는 기초지자체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불균형의 해결전략으로 메가시티는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언급되었지만, 급속한 인구감소 위기 지역의 기초지자체에 대한 담론이 아니다.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의 저자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각 지방 수도 중심의 연합 울타리를 엮어 도시 규모를 서울만큼 키우면 일자리와 인구가 수도권처럼 향상될 거라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른바 지방 수도인 광역지자체는 사실상 행안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개 기초지자체와 거의 교집합이 없는데, 이들의 연합으로 지방이 흥할 것이란 논리는 광역과 기초의 사무를 구별하지 않는 제안이다.
메가시티의 논리는 경제정책에서 대기업과 고소득층 등 선도 부문이 성장하면 이외 산업까지 경제 전체가 성장한다는 낙수효과와 매우 유사하다. 낙수효과의 논리적 기반은 부자들이 소비를 하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한다는 것인데, 경제정책에서도 이러한 정책은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더 이상 이야기되지 않는다. 인구감소지역 문제의 해결방안으로서 메가시티 정책은 한 때 한국경제를 풍미한 낙수효과처럼 순진한 기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왜 메가시티 전략이 소환되는지 좀 더 살펴보자.
우리는 1970~1990년대 압축성장의 결과로 지방 정체 및 지역 불균형 문제를 안게 되었다. 우리나라 수도권은 전체 국토 면적의 12% 수준이지만, 총인구의 50% 이상, 1천 명 이상 대기업의 86.9%가 몰려 있다(연합뉴스, 2022.8.2.). 2022년부터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지방 전체를 추월했고, 단위 면적당 주택 매매가는 수도권이 3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방의 출산율이 높아도, 수도권으로 인구이동을 막을 수 없다(남창우, 2020). 구직과 삶의 질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려는 욕구는 개인에 한정되지 않는데, 특히 지방 수도 기초지자체와 광역시 지방자치단체들은 이러한 불균형 상황에서 수도권처럼 인구 유입 지역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매우 강하다.
충청권에서는 2024년 현재 인구 84만의 청주, 38만의 세종, 147만의 대전 인구를 합하면 269만의 메가시티라 부를만한 도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도권에 가깝지만, 수도권은 아닌’ 이런 도시에게 지방균형 발전전략으로 중앙정부에서 제시하는 메가시티는 꽤 유혹적이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메가시티가 같은 충청권이면서도 생활권도 다른 대표적 인구감소지역인 충북 도내 북부권 2만 7천 명 인구의 단양군이나, 충북 도내 남부권 4만 3천 명의 영동군에게 장기적으로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지는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초광역권에 인구를 집중시키기 위한 전략이 그 배후지인 농산어촌의 그나마 남은 인구마저 빼앗는 결과가 될 듯하여 우려스럽다. 우리는 이미 좋지 않은 선례를 알고 있다. 혁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인근 지역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부작용이다.
수도권에서는 집값이, 지방에서는 일자리가 저출생 요인
지난 참여정부 시기 혁신도시는 지역불균형 해결 전략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2019년까지 백여 개가 넘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로 지방 경제가 어느 정도 숨을 돌린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혁신도시의 경우 인구를 살펴보면 2014년 도시 건설 초기에는 수도권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늘었지만, 2018년 이후에는 주변 지역으로부터의 인구 유입이 더 많다(문윤상, 2021). 혁신도시의 경우 초기에는 수도권에서 인구가 이주해 오지만, 이는 일시적으로 끝나고, 곧 주변 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여 기존 중심지의 쇠퇴를 가속화시킨다. 수도권의 이주자 이상으로 주변 배후 지역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빨대효과’는 주변을 급속하게 황폐화시킨다.
충북의 경우, 진천·음성 혁신도시 거주 단지가 진천에 형성되면서 인근 음성의 면 단위 학교들은 그나마 있는 학생까지도 빼앗기는 형편이다. 주변 인구까지 흡수하는 혁신도시는 현재는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지만, 초기 이주자가 노령화된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알 수가 없다. 저출산에 대한 영향 요인을 보면, 도시 지역의 경우는 주거 불안정 변수가 큰 요인이지만, 비수도권에서는 고용안정 관련 변수나 청년인구 순유입률이 지역별 저출생 현상의 격차를 좀 더 잘 설명한다(국토연구원, 2024).
수도권에서는 집값이 저출생의 요인이고, 지방에서는 일자리의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저출산 요인은 단일하지 않다. 메가시티가 인구감소지역에 유형적인 도움이 되려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한편 메가시티는 우리에게 이상적인 도시 규모인가? 인구 천만 규모의 성장전략을 구사하는 도시가 2024년 현재에 삶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줄 수 있을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서울이 지금 지속가능한 도시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 서울은 한국의 청년들에게 비싼 집값과 생활비 등 정주 여건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최악의 출산율을 달리고 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메가시티 규모의 글로벌 도시는 멕시코시티·베이징·상하이 등 개발도상국이다. 이러한 도시를 OECD 국가인 우리가 가야 할 모델 도시라 할 수 없다.
지방도시가 삶의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
작은 서울을 상상하고 지방 도시를 만들어 간다면, 그 도시의 집값과 생활비는 다시 청년이 감당할 수준이 되기 어려워 지가 상승으로 이주자가 떠나야 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개발을 통한 성장전략이 오늘의 한국 지방에도 통할 수 있을지 좀 더 다각적 판단이 필요하다. 혁신도시가 ‘빨대효과’로 인근 농산어촌을 황폐화했던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개발이 능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실제 삶의 현장에서 주도하는 상향식 지역 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
소멸 위기에 처한 한국의 많은 지방도시가 메가시티 전략에 기대어 도시 구조를 개편하려는데, 이 방안이 읍면 단위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인지 시·도교육청과 광역·기초지자체들은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내리막길인 출산율 그래프에도 불구하고 폐교 직전의 지방 학교들을 살린 뚜렷한 사례는 지역사회의 결집과 과감한 행동으로 주거와 일자리를 선제공한 읍면 생활권 단위에서 두드러진다.
일례로 충북 괴산군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2018년 박근혜 정부 당시 폐교 위기에 처한 괴산군 청안면 백봉초등학교는 동문회의 힘으로 행복마을사업을 기반으로 주택을 건설하고, 도시로부터 이주 가족을 받아 학교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였다. 이후 괴산군은 청안면의 인구 유입 성과에 탄력을 받아 기초지자체가 군비에 기반한 권역 사업으로 8개 학교를 중심으로 한 10호 내외의 주거지를 조성하여 학교와 지역의 지속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경남 거창군도 유사한 사례이다. 거창군은 인구교육과를 신설하고, 경남교육청과 협업하여 2021년 신원면 신원초등학교를 중심으로 LH와 함께 주거플랫폼을 조성, 12가구를 이주하여 학교를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이후 거창군은 인근 북상면 등 다른 면 지역에서도 경남교육청과 함께 학교와 지역의 상생사례를 만들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사업 5년 차인 올해까지 10개 지역을 ‘작은 학교 살리기’ 대상지로 선정하고 노력하고 있다. 대도시화 현상이 비수도권 시·군·구의 쇠퇴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구감소지역에서는 생활권 중심으로 인근 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읍면 단위 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대통령 공약이나 거대 도시화라는 환상 이전에, 작은 지역에서 일어난 생활권 단위의 선행 사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인구 유입을 통해 학교를 살리는 성과를 보이는 지역은 학교교육을 중심으로 주거플랫폼을 건설하고, 지역 내 일자리를 나누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부 한 명은 관외 정규직 일자리로 통근하고, 한 명은 파트타임으로 지역에서 일하면서, 농산어촌의 매력적인 교육활동을 기대하며 이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 주민들은 이들을 환대하고 사회적 일자리라 부를 만한 일자리 하나하나를 나누면서 지역 정체성을 재생산하고, 학교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 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다. 마이크로 교육이주라 부를 만한 이러한 사례들은 규모로서는 작지만, 인구감소를 겪는 지역에서는 충분한 활성화 효과를 보이고 있다.
메가시티는 중앙정부의 구호로는 유의미할 수 있으나 인구감소지역 지자체와 학교교육에는 ‘차린 것 없는 밥상’일 뿐이다. 전통사회의 성격이 강한 농산어촌에서 주민의 참여, 이주민을 환대하려는 결의와 함께 좋은 교육을 같이하려는 교직원이 결합할 때 학교는 다시 소생하고 지속할 수 있다(류방란, 2018). 중앙과 지방정부는 이러한 의지를 균형발전의 표본으로 생각하여 다극화된 지방도시를 활성화할 사례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