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생리공결’ 제도는 일부 탁상론적인 의견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상이 짙다. 생리통을 앓는 학생의 권리가 보장되면 다른 다수 학생의 인권도 침해를 받는다는 `제로섬 법칙’을 간과해버린 안으로, 말은 쉽지만 이 제도의 시행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생리공결제’를 도입한다면 학교에서는 현실적으로 학생이 진정한 생리로 인한 결석이냐 아니냐를 놓고 매일 고민해야 하는 등 그 여부 확인이 힘들다. 물론 의사의 진단으로 확인할 수 있겠으나 매번 의사의 진단을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출결에 관한 일은 전적으로 학급 담임교사와 상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다수 학생의 생리 주기를 담임교사가 일일이 체크하고 확인할 방법은 교사의 업무 과다를 떠나서 생리로 인한 출결 관리 자체가 묘연하다.
요즘 학생들은 나태한 생활이나 군것질 등으로 좋은 습관의 균형이 거의 깨지고 있으며 지각 조퇴가 심해지고 있는 경향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학생들이 생리 공결을 핑계로 더 잦은 결석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를 기회로 PC방이나 오락실 등을 출입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결국 학습 결손이 누적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대다수 학생들도 이의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어떤 학생이 생리 공결로 인하여 중간고사를 보지 못하면 다른 기회의 고사로 대체한다는 것도 현장의 혼란을 전혀 예견하지 못한 가상적 안이다. 교사의 출제 범위와 난이도의 불일치 등으로 학생과 교사의 갈등, 학생과 학생끼리의 반목이 야기될 것은 뻔하다. 또 생리공결을 하지 않은 학생과 그의 학부모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학교 성적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때에는 해결하기 힘든 고민에 빠지게도 된다.
그러나 보다 더 큰 문제는 2008학년도부터 대학입시 전형에서 학교 내신 성적 위주로 바뀐다는 데 있다. 이를 앞두고 학부모나 학생들이 내신 성적 관리에 신경을 곧추 세우는 마당에 생리공결제도를 도입한다면 내신 성적에 대한 다툼으로 결국 모든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될 수도 있다.
학교 성적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성적 향상을 위하여 과열 공결 현상이 빚어지는 등 우려되는 일이 의외로 많아질 수도 있다. 일부 학생이 생리공결제도를 악용하여 제 때에 시험을 보지 않거나 또는 다시 본다면 `성적 올리기 작전’은 심각해진다.
학생 중에는 생리통보다 더 심한 질병으로 인해 결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공결 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터에 이 같은 공결을 인정해 주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현장에서는 생리통을 겪은 다음 날 해당 학생과 친구들과의 놀림식 대화가 종종 있다. 여학생들의 권익 보호와 배려 차원에서 제시한 정책적 발상이긴 하나 결과적으로 보면 여학생을 폄하시키는 제도가 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각급 학교에는 보건실과 보건교사가 있으며 상당한 약품도 구비하고 있다. 생리공결제 도입에 앞서 학교에 있는 기존 보건실을 활성화하고 보건교사를 확대 배치하여 해당 학생에 대해 학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보건위생교육의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