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대학교수가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발견했다. 졸업을 앞둔 공대 학생들은 예외 없이 분석적인 두뇌만 압도적으로 발달돼 있더라는 것이다. 원인을 연구하던 그는 공대 교수들의 뇌를 검사해 보았다. 결과는 짐작하다시피 교수들의 두뇌가 학생들과 완전 일치했다는 것. 이 일화는 교사가 학생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보여준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지식뿐 아니라 ‘교사 자체’인 것을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극단으로 치닫는 교육위기 속에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가진 우리의 교사들은 절망과 불신과 타성이라는 무기력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교수법의 세계적 권위자로 손꼽히는 저자 조 벽 교수(49)는 그 이유를 ‘교육 붕괴’에서 찾고 있다.
우리는 서구교육에 견주어 대한민국 교육만 엉망인 것처럼 난리를 떨지만, 저자는 “그나마 우리 교육은 아직 회복할 희망이 있다”고 강조한다. 교육 붕괴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이나 유학을 간다고 하지만 ‘한국의 학교는 ‘땡땡땡’ 종을 치지만, 미국 학교는 ‘탕탕탕’ 총을 쏜다’는 저자의 비유처럼 한국의 교육 붕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교육 붕괴는 인류사의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현재 세계는 산업시대에 맞는 교육체계에서 지식기반시대에 맞는 교육체계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으며, 따라서 지금의 혼란은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것. 다양화, 특성화, 자율화가 특징인 지식기반사회의 교육 틀을 세우기 위해서는 산업화가 필요로 했던 획일적, 일방적, 수직적 교육의 틀은 ‘반드시’ 붕괴돼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먼저 교사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핵심이다.
조 교수는 한국 교육의 힘을 빼고 교사를 괴롭히는 다섯 가지 병으로 ▲ 절망하는 교사 ▲ 타성적 무기력에 빠진 교사 ▲ 맹목적 신봉에 허탈해하는 교사 ▲ 불신하는 교사 ▲ 책임회피에 급급한 교사를 꼽는다.
이러한 교사의 절망과 무기력은 아이들에게 곧바로 전염된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받아들이는 것은 지식뿐 아니라 ‘교사 자체’이니까. 따라서 교사라는 직업은 희망을 키우는 직업이다. 학생들을 보며 사랑과 보람에 눈물이 고이는 교사의 정서. 이것이 회복될 때 “교사도 살고 교실도 살아난다”고 조 교수는 말한다.
그렇다면, 다섯 가지 병을 극복하고 교사도, 교실도 살 수 있는 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 시대의 흐름을 먼저 읽을 것(절망을 극복하기 위해선 비전이 필요하다) △ 스스로 리더가 될 것(나부터 바뀌어야 한다) △ 타성적 무기력을 벗기 위해 바로 지금 시작할 것 △ 교육자, 학생, 사회의 장점을 찾는 습관을 지닐 것(우리는 단점만 들춰 너무 많은 상처를 서로에게 줬다) △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수법을 배울 것 등을 제안한다.
미시간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첫 해, 조 교수는 30분짜리 강의를 준비해 놓고 1시간으로 늘리는 자신을 바라보며 ‘사기꾼’이라는 자괴감과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이 책에서 고백하고 있다. 바로 그 절망의 밑바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교수법 공부를 시작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미국에서 학부와 석·박사 과정을 마친 공학박사.
교육학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라는 교수법의 대가로 거듭났다는 것은, ‘스스로 변화를 찾은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요체 역시 교사의 자기혁명이며, 그래야 교사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우리 교육의 미래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