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는 가르치며 배우고, 배우며 성장한다.” 이 말은 박정연 저자의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교육공동체 벗, 2020)에 등장하는 핵심 문장 중 하나다. 단지 학생을 가르치는 직업인이 아닌, 스스로도 배움의 길을 걷는 존재로서의 교사를 조명한 이 책은, 오늘날 한국 교육의 최일선에서 수고하고 고민하는 수많은 교사에게 진심어린 응원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이 글은 이 책을 인용하여 개개인의 교사 역시 배움과 성찰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자 한다.
이 책은 현직 교사로서의 성장 여정을 솔직하게 담은 교육 에세이이자 실천 보고서다. 저자는 교사로 살아온 20여 년의 시간 동안 마주한 수많은 실패와 좌절, 그 안에서 얻은 배움과 성찰을 구체적 사례로 풀어내고 있다. 현장의 언어로 쓰인 이 책은, 어느 교육 이론서보다 더 생생하게 교사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좋은 교사’가 되기보다 ‘진짜 교사’가 되기까지
책은 “처음부터 좋은 교사는 없었다”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저자 또한 수업에서 학생들을 통제하지 못해 좌절하고, 수업 시간마다 감정 소진을 겪으며 무력감을 느꼈던 순간들을 숨김없이 털어놓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완벽한 수업’보다 ‘의미 있는 만남’을 꿈꾸며 교육의 본질을 다시 붙잡고 있다.
예컨대, 저자는 어느 날 한 학생의 말에 크게 충격을 받는다. “선생님은 우리가 틀릴까봐 너무 무서워 보여요.” 이 말은 그에게 ‘통제 중심의 수업’에서 ‘관계 중심의 수업’으로 전환해야 함을 일깨운 결정적 계기였다. 이후 그는 교사 중심의 설명 수업을 줄이고, 학생들이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수업으로 전환한다. 실수와 불완전함을 허용하는 수업 구조 안에서, 아이들도 서서히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 사례는 우리 모든 교육자에게 묻는다. “나는 아이들이 실수할 기회를 주는가?” 그리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불완전한 존재로 머물 용기가 있는가?”
교사도 배우는 사람이라는 자각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교사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며,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마주하는 경험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 중 하나는, 성소수자 문제를 수업 시간에 다뤘을 때의 일화다. 예상보다 훨씬 깊은 질문과 대화를 이어가는 학생들을 보며, 그는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자각하고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후 저자는 “나는 교사로서 가르치는 자리에 서 있지만, 인간으로서는 늘 배우는 자리에서 겸손해야 했다”고 고백한다.
오늘날 교사는 전문성과 권위를 넘어, 성찰과 공감 능력이 더욱 요구되는 존재다. 이 책은 교사 스스로가 “배우는 자로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학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교육이라고 말한다. 려기서 바로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는 말이 자동적으로 떠오르게 된다.
교사의 성장은 곧 공동체의 성장
저자는 개인의 성찰이 결국 교직 공동체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교사들이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며 성장하는 문화를 경험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실제로 서울의 한 혁신학교에서는 이 책을 교사 독서모임의 필독서로 삼아, 교사들끼리 자신의 수업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제일 못하는 교사 같다”는 고백에서 시작된 대화는, 점차 서로의 수업을 관찰하고 피드백하며 함께 성장하는 분위기로 발전했다. 어느새 ‘혼자만의 수업’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의 공동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교육은 혼자 싸우는 싸움이 아니다. 고립된 교사는 쉽게 번아웃(消盡)되지만, 연결된 교사는 오래간다. 이 책은 교사들에게 말한다. “함께 나누고, 함께 성찰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한다.”
"교사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위로
무엇보다 이 책이 주는 울림은 실패에 대한 용기의 회복이다. 수업이 망가졌을 때, 학생이 반항할 때, 동료와의 관계가 틀어졌을 때 … 우리는 너무 쉽게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자기 비난으로 빠진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과정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진짜 교사가 되어간다.” 저자는 한 번도 수업이 완벽하게 끝난 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다음 수업을 준비하며 다시 책상 앞에 앉을 수 있었던 힘이 바로 ‘실패를 해석하는 힘’이었다고 말한다.
그 힘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학생을 향한 신뢰, 교육에 대한 믿음, 그리고 동료들과의 연대에서 나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아이들 앞에 설 수 있는 이유를 되찾게 된다.
『교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는 단지 한 명의 교사가 쓴 책이 아니라, 모든 교사가 겪는 고통과 기쁨, 성찰과 희망을 대변하는 목소리라 믿고 싶다. 그것은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흔들리는 수많은 교사들에게 보내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이며,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교사”라는 격려이다.
이 책은 당신에게 완벽해지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하고 흔들리며,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교사의 걸음을 존중한다. 그리고 그 길 위에 당신만 서 있는 것이 아님을, 함께 걷는 수많은 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교사라면, 무언가 아끼고 언제든 읽어 힘을 얻는 책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교사로 살아가는 당신이 있는 그대로 위로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위로는 다시, 내일 아이들 앞에 선 당신을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