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치료가 기존 언어 상담체계로 포착되지 않는 정서적 고통을 다루는 핵심적 대안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실증적 근거를 바탕으로 예술치료를 공공정신건강 정책에 체계적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회 김종민(무소속), 정연욱(국민의힘), 장종태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한국예술치료학회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박물관에서 전국민 마음건강 솔루션 모두를 위한 예술치료를 주제로 ‘2025 한국예술치료학회 추계학술대회 겸 공공성 강화 및 법제화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조강연을 한 서정석 중앙대 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예술치료가 신체·정서·관계 기능을 통합적으로 회복시키는 치료적 기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은 뇌의 하위정서체계와 직접 연결돼 있다”며 미술·음악·동작을 활용한 비언어 기반 자극이 감정조절을 강화하고 신경계 안정에 기여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최근 연구에서 예술적 자극이 해마 기능 회복과 스트레스 지표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점과 예술치료의 과학적 기반을 강조하며 프로그램 표준화와 공공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송은향 서울 서북병원 신경과 과장은 강연 통해 예술치료가 의료현장에서 비약물적 개입으로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사례를 발표했다.
서북병원 치매안심병동과 지역 정신건강센터에서 진행된 음악·미술·동작 치료 프로그램은 불안·초조 감소뿐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 증가 등 정량적 효과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송 과장은 “약물만으로 충분히 다루지 못하는 영역을 예술치료가 보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예술치료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도 기반, 전문성 기준, 표준화 체계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코칭학과 교수는 “놀이·음악·미술·동작과 같은 비언어적 매체는 뇌의 하위정서체”라며 “예술치료는 단순한 보조적 기법이 아니라 감정회복의 핵심경로이자 취약계층에 가장 먼저 접근해야 할 기본 정신건강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한국영상/사진치료학회 초대 회장)도 “언어는 마음을 해석하지만 치료는 마음을 움직인다”며 “예술치료의 비언어적 접근은 감정의 언어 이전에 세계을 안전하게 탐색하고 자기회복의 길을 여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한 상담과 예술이 진정한 ‘만남’이 되기 위해서는, 말로 닿지 않는 그 곳에서 시작해야 함을 피력했다.
한편 임나영 가천대 특수상담치료학과 교수(한국예술치료학회장)는 보다 확장된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높은 자살률과 마음건강의 적신호가 켜져 사회의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제도적 부재가 예술치료의 현장 확산을 막고 있다”며 “학회와 연구자, 현장이 함께 움직일 때 예술치료는 국민 마음건강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실천적 협력을 제안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종민 의원은 “말보다 예술이 먼저 도착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국회가 예술치료의 제도화를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예술치료는 국민 정신건강 정책의 중요한 축”이라며 법·제도 기반 마련 의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