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학생과 교원의 교과서 접근권 보장이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점자교과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있음에도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보급 지연이 반복되면서 학습권 침해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6일 ‘시각장애인 학생·교원의 교과용 도서 접근권 보장을 위한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교과서 제작·보급 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장애학생용 교과서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나 제작과 보급 과정에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현장에서 체감되는 정책 효과는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점자교과서는 일반 교과서와 달리 제작 공정이 복잡하고 시간 소요가 큰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제도적 고려가 반영되지 못하면서 학기 초 적시 제공이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과서 발행 단계에서부터 점자 및 대체자료 제작을 고려한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후 변환 과정에서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일부 시각장애 학생들은 수업 초기에 교과서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제한된 형태의 자료에 의존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교과서 공급의 책임 주체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에 분산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현행 체계에서는 교육감이 제작·보급의 주체로 규정돼 있으나, 정책 기획과 예산 지원은 중앙정부가 담당하는 구조여서 책임성과 집행력 측면에서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공급체계를 일원화하는 방향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단순히 제작 물량을 확대하는 접근을 넘어, 교과서 주문 시기 조기화, 디지털 원본 파일의 사전 확보, 편찬·검정 단계에서의 접근성 반영 등 전 과정에 걸친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기반 제작 환경을 활용해 점자교과서 변환 기간을 단축하고, 다양한 장애 유형을 고려한 맞춤형 교과서 개발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나아가 ‘대체 교과서’라는 용어가 장애학생 교과서를 보조적 수단으로 인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용어 정비를 포함한 정책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동등한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기본 전제라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시각장애 학생과 교원이 교과서를 제때 제공받지 못하는 문제는 단순한 행정상의 지연이 아니라 교육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입법 보완과 함께 제작·보급 전 과정에 대한 구조적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