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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교사의 권위는 학부모 민원 앞에서 무너져도 되는가

‘권위는 권력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을 지키는 교육적 신뢰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와 학부모 민원 문제가 다시 중요한 교육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학부모 민원은 교사의 정당한 수업과 생활지도를 위축시키고 있다. 자녀가 꾸중을 들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과도한 민원을 제기하거나 수업 중의 생활지도를 곧바로 아동학대 의혹으로 몰아가거나 학교의 합리적 판단을 반복 민원으로 압박하는 사례가 학교 현장의 피로를 키우고 있다.

 

교육부도 2026년 1월 ‘학교민원 대응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교사 개인 연락처나 SNS를 통한 학교민원 접수를 금지하고 학교가 정한 창구로 민원을 단일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대한 교권 침해에 대해서는 교육감 고발 권고, 악성 민원인에 대한 학교장의 중지·경고·퇴거·출입 제한 권한 강화 방안도 제시했다.

 

이 문제는 단순히 '교사를 보호하자'는 직업집단의 이익 문제가 아니다.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면 교사의 마음만 다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질서가 무너지고 생활지도가 흔들리며 결국 학생의 학습권도 함께 약화된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기 전에 “민원이 들어오지 않을까”를 먼저 걱정하게 되는 학교는 정상적인 교육기관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교사의 권위란 무엇인가. 권위는 권력과 다르다. 권력은 상대가 원하지 않아도 지위, 제재, 보상, 처벌을 통해 행동을 강제하는 힘이다. 반면 권위는 상대가 그 사람의 판단과 지도를 정당하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따르게 되는 힘이다. 교사가 학생에게 “수업에 집중하자”고 말했을 때 학생이 벌점이 두려워 따르는 것은 권력에 가깝다. 그러나 학생이 “선생님의 지도는 나를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은 권위이다.

 

토머스 고든의 권위에 대한 설명을 알아보자. 첫째는 전문성에서 나오는 권위, 즉 ‘지식권위(Authority of Expertise)’이다. 지식, 경험, 훈련, 기술, 지혜, 교육 수준에서 비롯되는 권위이다. 둘째는 직무와 역할에서 나오는 ‘직책권위(Authority of Job)’이다. 교사가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펴도록 지시할 수 있는 것은 교사라는 직무가 가진 정당한 역할 때문이다. 셋째는 약속과 계약에서 나오는 ‘약속의 권위(Authority of Contract)’이다. 서로 합의한 규칙과 책임이 있을 때 그 약속을 근거로 행동을 요구할 수 있다. 넷째는 힘으로 통제하고 강제하는 ‘권력권위(Authority of Power)’이다. 고든은 사람들이 부모와 교사의 권위를 말할 때 흔히 이 네 번째 권위, 곧 힘에 의한 권위를 떠올린다고 설명한다.

 

오늘날 학교가 회복해야 할 교사의 권위는 네 번째 권위, 즉 힘으로 누르는 ‘힘의 권위’가 아니다. 회복해야 할 것은 첫 번째 전문성의 권위(지식권위), 두 번째 직무의 권위(직책권위), 세 번째 약속과 규칙의 권위(약속의 권위)이다. 교사의 말이 힘을 가지려면 “내가 교사니까 무조건 따라라”가 아니라 “나는 학생의 성장을 위해 전문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 지도는 학교의 규칙과 교육적 목적에 근거한다”는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

 

조벽 교수의 교사 권위 논의도 이 지점에서 중요하다. 조벽 교수의 『명강의 노하우 노와이』 관련 요약에 따르면 교사의 권위는 크게 지식권위, 직책권위, 권력권위로 설명된다. 지식권위는 지식과 정보에서 비롯되는 권위이고 직책권위는 교사라는 직무에서 오는 권위이며 권력권위는 벌과 상을 줄 수 있는 힘에서 비롯되는 강제적 권위다.

 

이 논의는 가르치는 사람에게 지식권위는 필수이지만 직책권위와 권력권위는 부차적이며 특히, 권력권위를 부각시키지 않으며 지식권위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새 시대의 권위는 단순히 지식을 많이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식을 선별(판단)하고, 종합(통합)하고, 전달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교사의 권위 회복은 과거식 권위주의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학생을 억압하고 질문을 막고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는 교실로 회귀하자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민주적 학교일수록 교사의 전문적 판단은 더 존중되어야 한다. 학생 인권과 교권은 대립 개념이 아니다.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교사의 정당한 수업권, 생활지도권, 평가권, 교육과정 운영권은 보호되어야 한다.

 

염철현의 『교사의 리더십』도 이 문제를 교사의 리더십 관점에서 보게 한다. 이 책은 교사를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급과 학교문화를 이끄는 교육적 리더로 바라보게 한다. 교사가 리더라면 그 리더십의 핵심은 학생 위에 군림하는 힘이 아니라 학생을 성장으로 이끄는 교육적 영향력이다.

 

교사의 권위는 직위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업 전문성, 공정한 지도, 일관된 원칙, 인격적 신뢰가 쌓일 때 형성된다.

 

문제는 일부 학부모 민원이 이러한 교육적 권위를 허문다는 데에 있다. 정당한 문제 제기는 필요하다. 학부모는 자녀의 교육과 안전에 대해 학교에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학교도 학부모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되면 이를 진정성 있게 수용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의견 제기와 악성 민원은 구별되어야 한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생활지도를 무조건 문제 삼거나 교사의 설명을 듣기보다 책임 추궁부터 하거나 학교의 절차를 무시하고 교사 개인을 압박하는 행위는 교육공동체를 무너뜨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민원이 교사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교사가 민원에 시달리면 다른 교사들도 위축된다. 생활지도는 느슨해지고 수업 방해에 대한 즉각적 개입은 줄어들며 학교는 교육보다 분쟁 회피를 우선하게 된다. 그 결과 성실하게 배우려는 다수 학생의 학습권이 침해된다. 일부 민원이 결국 다수 학생의 배움을 훼손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사의 권위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향이 필요하다.

첫째, 교사는 ‘전문성의 권위’를 강화해야 한다. 수업을 잘하고, 학생을 정확히 이해하며, 교육과정을 전문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조벽 교수가 강조한 지식권위는 오늘날 더욱 중요해졌다. AI와 인터넷으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교사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선별하고 연결하고 학생의 성장에 맞게 재구성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둘째, 정부와 교육관련부서에서는 ‘직무의 권위’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교사의 생활지도는 사적 감정이 아니라 법령과 학칙에 근거한 교육활동이다. 학부모 민원을 학교가 합법적이며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교육관련부서가 학교를 좀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

 

셋째, 교육공동체는 ‘약속과 규칙의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고든이 말한 ‘계약과 약속의 권위’는 학교생활규정, 학급 약속, 학부모 안내, 상담 절차 속에서 구체화된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규칙을 사전에 이해하고 동의했다면 그 규칙에 따른 지도는 존중되어야 한다. 규칙은 학생을 억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공동체의 안전과 배움을 지키는 약속이다.

 

교사의 권위는 특권이 아니다. 그것은 학생을 바르게 가르치기 위한 공적 권한이자 교육적 책임이다. 권력은 학생을 조용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학생을 성장시키지는 못한다. 반면 권위는 학생을 납득시키고 변화시킨다. 교사의 권위가 권력이 되면 학교는 억압적 공간이 되고 교사의 권위가 무너지면 학교는 무질서한 공간이 된다.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길은 그 중간이 아니다. 그것은 권위주의가 아니라 ‘전문성에 근거한 정당한 권위’이다.

 

이제 교권의 회복 논의는 “교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사가 전문성을 갖추고 학교가 절차로 보호하며 학부모가 교육공동체로서 책임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일부 학부모 민원이 학교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의 기준은 학생의 성장, 교사의 전문성, 공동체의 약속이어야 한다. 교사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일은 교사를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학생의 배움과 공교육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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