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첫 회의를 연 교직윤리헌장제정기초위원회(위원장 김신일)는 기존 사도헌장·강령의 정신과 기본 내용을 근간으로 하되 시대 변화와 신세대, 한글세대 교사들의 정서에 맞춰 명칭과 내용을 대폭 수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액자 속에만 머무는 헌장의 이미지를 벗고 쉽고 구체적이면서도 실천적인 현대 감각의 윤리강령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위원장에 추대된 김신일 교수는 “사도헌장과 사도강령이 교원들의 행동을 안내할 만큼 마음속에서 진정 살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이제 틀과 내용에 있어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며 이날 회의의 의미를 부여했다.
기초위원들은 새로 제정할 윤리강령의 명칭과 내용이 교사들의 마음에 와 닿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병기 교수는 “기존 사도헌장과 강령은 모든 좋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너무 무거운 내용과 표현이 많다”면서 “내용을 현실적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명칭도 ‘사도’ 대신 부드럽게 바꾸는 등 신세대 교사들이 강령을 손에 쥐고 실천할 수 있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초안이 작성되면 그것을 시인 등 문인이 간결하고 부드럽게 윤문하는 과정을 꼭 거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신동복 교장은 “한 달 안에 완전히 새 강령을 만드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기존 것의 내용을 다듬고 새로운 다짐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며 “명칭도 ‘교사의 길’ ‘좋은 선생님 선언’ ‘좋은 선생님 실천다짐’ 등 좀 더 쉽고 친근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소영 회장도 “현 사도헌장은 특히 신세대 교사들이 실제 교직생활을 하며 실천하기에는 내용이 매우 추상적이고 분량도 많다”며 “학생 학부모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략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명칭도 ‘교사의 약속’ 등 부드럽게 고쳤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이런 점을 반영해 우선 이종각 교수가 초안을 만들면 이번 주 2차 회의 때 구체적인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
그러면서 위원들은 윤리강령을 만드는 것보다는 그것을 교단과 사회에 확산시키고 교원들이 실천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황환택 교사는 제정 주체를 좀 더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사회적 관심과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총이 주도적 역할을 하더라도 제정 과정에 교육관련 단체나 시민단체, 언론 등을 참여시켜 함께 제정하고 실천해야 한다”며 “차후 구성할 제정위원회에 단체 대표를 위원으로 위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종각 교수도 “새 윤리강령이 벽에 걸린 장식품이 되지 않으려면 실천 세력, 특히 교직 3단체의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복 교장은 “여러 주체가 참여한 가운데 그래도 실천 주체인 교사들이 가장 주도적으로 그들의 여건과 감각에 맞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일 교수는 “사실 윤리강령을 만드는 것보다는 그것을 교총이 현장의 실천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스승의 날 선언용으로 그치지 않고 교원들의 마음에 살아움직이도록 만들겠다는 교총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어 김 교수는 “그런 만큼 우리 기초위는 단순히 초안 작성에 머물지 않고 그 확산·추진방향과 구체적 실천방법에 대한 제안까지 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헌장제정기초위원회 위원 △김신일(서울대 교수) 위원장 △이종각 강원대 교수 △신동복 서울 동일초 교장 △이원희 서울 잠실고 교사 △황환택 충남 백제중 교사 △허병기 교원대 교수 △강소연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