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즐기고 남은 생을 편하게 보내야할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한 신병기 이사장. 올해 나이 70세인 그는 1974년 침구사의 신분으로 가족과 함께 파라과이로 이민을 왔고 5년 전에 까삐아따 시에 현지인 학교를 세워 지금은 현지 학생들과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1975~1980년 사이 파라과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동포에 대한 파라과이 사람들의 시선은 매우 따가웠고 비판적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 집을 세놓지도 말라고 공공연하게 말을 하기도 하며 한국인들은 파라과이인들을 집에다 가둬두고 일을 시킨다는 등 언론에서는 연일 한국인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다.
신 이사장은 한국인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파라과이인들을 위해서 뭔가를 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당시 어려운 현지인 학생들을 돕기 위해 한인동포 가운데 10명이 뜻을 모으고 장학금 700만 과라니를 모금했다.
마침 교육문화재단에서는 현지인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든다는 소식을 접한 신 이사장과 뜻을 모았던 한인들은 이왕이면 기관에서 장학사업을 해 나갈 수 있다면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고 700만 과라니를 교육문화재단에 보내고 자신들의 의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 장학회는 매년 현지인 학생들에게 장학금만 전해주는 무의미한 역할을 했고 구태의연한 장학정책에 실망감만 안게 됐다.
이 때문에 신 이사장은 학교를 세워야 되겠다는 결심을 갖기에 이른다. 신 이사장은 사재를 털어 까삐아따시에 학교 부지를 구입하고 1999년부터 건축하기 시작했다. 2년만인 2000년에 완공, 62명의 현지인 학생들을 모집하기에 이른다. 파라과이의 경제가 어렵지 않던 2, 3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수가 400~500명까지 이르던 것이 현재는 300여명 못 미치는 숫자가 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 학교의 이름은 “누에보 오리손떼(Nuevo Horizonte; 새로운 지평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57만 명의 시민이 거주하고 있는 까삐아따 시에서는 학교 이름이 알려질 정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넓은 부지 위에 운동장, 15개의 교실을 갖춘 3층 건물과 강당, 도서실, 컴퓨터실, 놀이터 등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며 공부할 수 있는 제반시설을 갖추어놓고 있다.
그동안 신 이사장은 현지인 교장과 행정담당자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통하지 않는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으며, 가슴 아픈 일도 수없이 당했다. 현재 이 학교에는 한국인 교감과 한국의 KOICA에서 파견된 봉사대원 한 명이 신 이사장을 돕고 있다.
누에보 오리손떼 학교는 고등학교 과정을 컴퓨터과, 회계과, 인문과 세 과정으로 분류하여 각 학과별로 전문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졸업 후 곧 바로 취업하여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전인교육을 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앞으로 대학교를 위한 건물을 하나 더 지어 대학교육도 이어나갈 것”이라며 “현지인이 운영하는 학교 보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학교가 더 좋다는 소문이 나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