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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학생 수 10년 새 '반 토막'… 남녀공학 놓고 머리 맞댄 영성중 교육공동체

영성중학교 '교육공동체 소통의 날' 대토론회
학생·학부모·교사 사전 설문 결과 공유하고 열띤 토론

지난 9월 16일 오후 3시, 경기 영성중학교 시청각실에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2026 교육공동체 소통의 날(대토론회)'이다. 올해 토론 주제는 하나였다. "우리 학교의 미래 – 남녀공학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가벼운 주제가 아니었다. 영성중의 학생 수는 2015년 459명에서 2026년 201명으로 약 55% 줄었다. 10년 만에 절반 아래로 내려앉은 것이다. 성남교육지원청이 지난 8월 내놓은 '2026학년도 적정학교 육성 추진 설명회' 자료를 보면, 성남시 중학생 수는 2026년 2만 2579명에서 2032년 1만 8030명으로 20.1% 더 줄어들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31일 관련 조례를 개정해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적정규모학교 육성 유형에 포함시켰다.

 

 

이날 토론회는 사전 설문 결과 공유로 문을 열었다. 학생 141명(70.15%), 교사 19명(73.08%), 학부모 57명(28.36%)이 응답했다. 토론회를 준비한 조은경 연구부장은 설문 설계 과정부터 신중했다고 말했다.

 

"찬반을 묻는 문항으로 시작하면 토론이 아니라 표 대결이 됩니다. 그래서 '지금 논의하는 것 자체를 어떻게 보는가', '판단하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물었어요. 오늘 토론회도 결론을 내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 확인하는 자리로 잡았습니다."

 

설문 결과는 학년별로 결이 달랐다.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대해 2학년은 54.2%가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한 반면, 3학년은 41.8%가 '앞으로도 남학교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학부모는 학년을 불문하고 '적극 검토'와 '충분한 자료와 준비를 전제로 검토'가 70% 안팎을 차지했고, 교사는 36.8%가 적극 검토 의견을 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학교의 미래 전망이었다. 교사 응답자 전원(78.9% '다소 감소', 21.1% '크게 감소')이 학생 수 감소를 예상했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학년을 막론하고 감소 전망이 다수였다.

 

 

토론 시간, 학생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남녀공학 전환에 찬성하는 심○○ 학생은 학급 수 문제를 꺼냈다.

 

"지금도 한 학년에 학급이 몇 개 안 됩니다. 학생이 더 줄면 동아리도, 체육대회도 지금처럼 하기 어려워질 거예요. 여학생이 들어와서 학생 수가 유지되면 오히려 우리가 하고 싶은 활동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학교 3년 동안 남자만 보고 지내다가 고등학교 가서 갑자기 적응하는 것보다, 지금 같이 지내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요?"

 

반대 의견을 낸 강○○ 학생의 문제의식은 '순서'였다.

 

"남녀공학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서가 이상하다는 겁니다. 화장실이랑 탈의실 공사부터 해야 하는데 그 공사는 우리가 학교 다니는 동안 하잖아요. 정작 그 불편을 겪는 우리는 여학생과 같이 다니지도 못하고요. 또 남중이라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던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실제로 학생 사전 설문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 1순위는 '남중 특유의 편안하고 자율적인 학교 문화 변화'였고, '화장실·탈의실 등 시설 공사 기간 중 학습권 침해 및 안전 문제'가 뒤를 이었다.

 

학부모 발언도 같은 지점을 짚었다. 2학년 학부모 김○○ 씨의 말이다.

 

"저는 방향 자체는 검토해볼 만하다고 봅니다. 아이가 집 앞 학교를 두고 멀리 다니는 게 맞나 싶었거든요. 다만 학부모가 알고 싶은 건 '찬성이냐 반대냐'가 아니라 숫자입니다. 시설 개선에 얼마가 들고, 교육청이 얼마를 지원하는지, 다른 학교는 전환 후에 실제로 어땠는지 알며 좋을 것 같아요."

 

학부모 설문에서도 '대토론회에서 깊이 다뤄야 할 논점'으로 '시설개선 범위 및 교육청 예산 지원 방안'이 상위에 올랐다.

 

 

학교 측은 참고 자료로 국내외 연구 결과도 제시했다. 미국심리학회(APA)가 21개국 184개 연구, 학생 160만 명을 분석한 결과(Pahlke et al., 2014)에 따르면 사전 학력과 부모 소득을 통제하면 공학과 단성학교 간 학업성취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교육개발원(강영혜 외, 2007)과 영국 버킹엄대학교(Smithers & Robinson, 2006) 연구 역시 학교의 성별 유형보다 입학생의 초기 성적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성과를 좌우한다고 봤다.

 

학교폭력과 관련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혜정 외, 2019)은 남중에서는 우발적 신체 충돌과 서열 형성 과정의 폭력이, 공학에서는 사이버 폭력과 관계적 폭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발생 '건수'가 아니라 '유형'의 차이라는 점에서,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자료의 결론이다.

 

성남교육지원청 자료에 제시된 2028학년도 전환 추진 일정(안)에 따르면, 전환을 추진할 경우 2027년 3~5월 계획 수립과 의견 수렴, 4~5월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와 신청, 이후 검토·승인과 행정예고를 거치게 된다. 과거 풍생중·고, 숭신중·고의 사례에서는 학부모·학생·졸업생·교직원 등 7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전환을 추진했다.

 

토론회는 자유 제안과 폐회사로 마무리됐다.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다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같은 자료를 보고 같은 질문 앞에 마주 앉았다는 사실 자체가, 영성중학교가 택한 첫 번째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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