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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희생 강요하는 고교학점제 원인부터 바로잡자

고교학점제가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학생 진로와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던 약속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가. 학생은 내신의 유불리를 따져 과목을 선택하고, 교사는 늘어난 과목과 기록 업무에 허덕인다. 교육 당국은 거듭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현장 혼란은 여전하다. 제도의 안착을 말하기에 앞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가장 큰 모순은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면서 정작 평가제도가 그 선택을 제약한다는 점이다. 현실은 진로·적성보다 내신 등급이 과목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적어도 진로·융합선택 과목은 절대평가로 환원해야 한다.

 

교사의 시간도 되찾아줘야 한다. 과목이 세분화 되고 다과목 지도가 늘면서 학생부와 세특 작성 부담은 가중됐다. 학생 성장을 기록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학생을 가르치고 살필 시간을 빼앗고 있다. 선택과목까지 세특 기재량을 적정화해야 한다.

 

미이수제와 최소성취수준보장지도 역시 재검토가 시급하다. 학습 지원이라는 명분과 달리 형식적인 보충지도와 평가 왜곡을 초래하고 있다. 미이수에 대한 부담보다 실질적인 기초학력 지원이 필요하다. 교원은 늘리지 않으면서 더 많은 과목 개설과 개별화된 수업을 요구하는 점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런데도 교육 당국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대입제도 개편 등 또 다른 변화를 논의하고 있다. 수업 변화도, 평가 공정성도 확보하지 못한 채 새로운 제도부터 밀어붙인다면 같은 시행착오가 반복될 것이다.

 

교육정책은 어떤 교육을 제공했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학생의 고교 3년은 시행착오를 감당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바로잡아야 한다. 현장이 제도에 맞춰 희생할 것이 아니라 제도가 교육의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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