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여는 붉은 해가 떠올랐습니다. 새해를 맞아 교육가족 여러분의 가정과 학교에 축복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날마다 해마다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오늘 아침 맞는 해가 우리에게 더욱 각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한 세기와 천년을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지난날 해묵은 교육적 병폐와 갈등을 저 붉은 태양으로 녹여 없애고 교육복지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우리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전국의 교육가족 여러분!
지난 한 세기를 되돌아 볼 때, 민족과 국가발전의 한 가운데 늘 교육과 교육자들이 자리해 왔음을 확인하면서 그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국주의 침탈이 극에 달했던 100여년 전 구한말, 국민을 각성시켜 민족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自强論이 대두되었고, 그것은 교육으로 구체화되었으며, 국민의 뜨거운 교육열과 애국 교육자들의 헌신적 노력이 합쳐진 결과, 잃었던 나라를 되찾게 되었고 한 세기가 지난 오늘 세계 열강과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국가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암울했던 일제 치하에서 독립정신의 불씨를 지피고 키웠으며, 6. 25동란의 폐허 속에서도 천막교실로 열정을 불태웠던 애국 교육동지들의 피나는 노력과 정신이 민족 발전의 한 세기를 이끌어온 원동력이었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새 세기, 새 천년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그 분들의 정신을 되새기면서 교육을 통해 인간의 행복이 더욱 고양되는 교육복지의 새 시대를 열어갈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교육은 이제 학교와 교육자의 책임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겠습니다. 바른 교육은 가정에서 시작되고, 학교에서 가꾸어지고, 사회에서 실현되어야 합니다. 국가는 물론 사회 전체와 학부모의 교육에 대한 바른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교육동지 여러분!
한편 우리 교육자들은 지난 세기말부터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경제논리, 소비자 개념의 왜곡된 敎育思潮로부터 교육의 본질을 지키고, 교육이 새롭게 펼쳐지는 정보지식 문명사회를 이끌어 가는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의 이상과 목표를 재정립하고, 자질과 전문성을 연마하여 실천에 옮겨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고 있습니다. 특히 19세기말의 '자강론'처럼 20세기말에는 "이익이 곧 정의"라는 식의 '경제적 경쟁력 강화론'이 온 사회를 뒤덮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교육에도 무분별하게 유입되어 교육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소비자와 공급자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소비자 중심의 교육론'은 우리 교육의 큰 자산인 교원.학생.학부모간 교육공동체적 협조 관계를 대립과 갈등 관계로 변질시키고, 학교를 이익추구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장으로 변질시켜 감으로써 오늘날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황폐화', '교실붕괴', '교권추락'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무분별한 경제논리의 유입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 교육과 학교를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며, 21세기를 여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육동지 여러분!
새 천년을 여는 이 시점에서 한국교총도 지난 반세기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각오와 자세로 새출발 하고자 합니다. 그 동안 교총이 쌓아온 많은 성과와 업적 뒤편에 여러분들의 더 많은 요구와 질책이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교총은 이런 요구와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40만 교원들의 여망을 실현하고 수준 높은 교육터전을 일구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2000년 새해에는 우리 40만 교육자들의 숙원사업인 '우수교원확보법' 제정과 '수석교사제' 도입 등 정책과제를 실현해 추락한 교권과 교원지위를 높이고, 건전한 사회단체와 연대활동을 강화해 "교실붕괴"의 교육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교총은 지난해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를 창립해 학교사랑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는 이를 더욱 확산시켜나갈 계획입니다.
'학교현장과 함께 하는 강력한 교총'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조직의 체질을 개선하고 조직 연수를 강화하며, '회원가입 운동'을 펼쳐 조직체제를 견고히 해 나가겠습니다. 교총의 교섭권과 교섭력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회원들에게 많은 복지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을 개발하고 실현시켜 나가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교육동지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이 함께 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입니다.
젊고 강한 조직, 노·장·청이 함께 조화롭게 어울리는 조직, 떠나가는 교총이 아니라 돌아오는 교총을 함께 만들어 갑시다. 교총으로 굳게 뭉쳐야 우리 선배 교육자들이 일구어온 우리의 교육터전과 정신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육가족 여러분!
붉게 달아오르는 저 태양에 그 동안 우리들 가슴을 짓눌러온 온갖 갈등과 분노의 묵은 감정을 던져 태워버립시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첫 새해에는 기필코 교권이 존중되고, 교원과 학생과 학부모가 서로 신뢰하며, 자율과 창의와 열정이 충만한 희망찬 학교를 만들도록 용기를 가집시다. 庚辰年 새해 여러분의 가정과 학교에 많은 축복이 내리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