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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TV안보기 시민모임 대표 서영숙 숙명여대 교수

"일단 끄면 세상이 달라져요"

"우리나라 국민 평균 10년 TV 앞에서 보내
교사들이 'TV 안보기' 효과에 확신 가져야"


‘바보상자’라고 비판하면서도 막상 TV를 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TV안보기 시민모임은 ‘TV는 먼 곳에 사랑은 내 곁에’ 주제 아래 5월2일부터 8일까지를 제1차 전국 TV안보는 주간으로 정했다. 이 모임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서영숙 숙명여대 교수를 만나봤다.

- 오래전부터 TV안보기 운동을 펼쳐온 것으로 안다.
“92년에 미국의 ‘TV끄기 네트워크(TV Turnoff Network)’ 관련 서적을 번역한 일이 있었는데 이 운동의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내용에 끌려 우리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이 네트워크는 10년째 ‘TV끄기 주간’을 선포해 1년에 1주일 TV끄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에 760만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매우 활발하다. 94년 당시 우리나라는 이런 운동 자체가 낯설었지만 내가 우리 학교 내 보육시설인 숙명유아원 원장을 맡고 있어서 유아원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고 특강을 하며 운동을 전파해나갔다.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사회운동으로 함께 하자는 사람들이 모였고 지난 1월 18일 100여명의 회원들로 시민모임이 창립됐다.”

- TV를 끈 가정에서는 어떤 변화를 보였나.
“가장 큰 변화는 저녁 시간이 매우 길어진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평균 TV 시청시간은 하루 3시간 이상인데 반해 독서량은 한달에 한권도 채 안 된다. 3시간이면 하루의 1/8, 인간의 평균수명을 80세로 잡아도 우리 인생의 10년을 TV에 바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녁 시간에 책 읽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편지 쓰고 자녀들의 숙제를 도와주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런데 TV를 끄면 하루에 매일 3시간이 남는다. 우리 모임 까페(http://cafe.daum.net/noTVweek)에 들어오면 다양한 사례들을 볼 수 있다. 마음은 있어도 실천하지 못했던 분들은 이런 사례를 읽다보면 용기를 내서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이번 주를 ‘TV안보는 주간’으로 정했는데.
“5월 2일부터 8일까지가 어린이주간이라 이 때로 정했다. 우리가 벌이는 운동의 목표는 ‘건강한 가족, 신나는 어린이’이다. TV안보는 주간을 맞아 밖에서 체험활동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뭔가를 만들어보는 등 각 가정에서 TV를 대체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한 ‘TV 안보고 뭐하지?’라는 책도 제작했다. 아이는 온 감각을 써야 하는데 TV 앞에서는 눈과 귀만 쓰는 왜곡된 감각발달이 일어난다. TV 때문에 언어능력과 사회성이 길러지지 못한 ‘TV 자폐증’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특히 전자파는 아이들에게 매우 해롭다. 최근에는 성북구청 관내 75개 유치원 전체가 TV안보는 주간에 참여하겠다고 밝혀오기도 했다.”

- 당장 TV를 끊자면 어려움이 많이 따를 것 같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TV에 중독되기 쉽다. TV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흘려보내는 시간이 많고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한다는 점이 큰 문제다. 무조건 TV를 보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주체적으로, 계획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모임 회원들 중에도 TV 시청을 적게 하면서 조정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TV를 재활용센터나 양로원에 기증하고 단칼에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내가 학부모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TV 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라’는 것이다. 기간을 정해서 TV를 덮어놓거나 아예 코드를 뽑아놓는 식이다. 할 일이 많은데 TV를 계속 보는 등 문제가 있다면 당장 이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 아이들의 불만이 많지 않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어른들 생각이다. 아이들은 마치 언제 TV가 있었냐는 듯이 쉽게 적응한다. TV 보던 시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부모님과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다거나 노래방을 가고 싶다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곤 한다. 아이들이 친구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아이들이 TV 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는 TV를 보지 않는다’고 미리 학교 선생님께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회원의 아이도 학교에서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자 스스로 굉장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고 다른 친구들도 그 아이를 존경스럽게 본다고 한다.”

-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런 활동이 분명히 효과가 있고 꼭 시도할 필요도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아이들이 TV에 반응하면 똑똑해졌다, 집중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그러나 TV를 통해서는 아이가 말을 하거나 같이 활동하지 않는다. 아이의 발달에는 내 스스로 자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TV 안보는 것이 좋다’는 확신을 가지고 학부모를 도와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연예인 이름을 술술 대던 아이들이 TV를 끊으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부모님’이라고 답한다. 그래서 나는 효자, 효녀를 키우고 싶으면 TV를 보지 않게 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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