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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설'은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의 옛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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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0.01.24 00:00:00
설은 '슬프다' '삼가다'(근신) 또는 '조심하여 가만히 있다'는 뜻의 옛말 '섧다'에서 온 것이다. 설날은 일년내내 아무 탈없이 잘 지낼 수 있도록 행동을 조심하고 그해 농사와 관련된 여러가지 축원을 하는 날이었으며 원시시대 금제(터부)의 유제일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설을 언제부터 쇠기 시작했는지 정확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지만 민속학자들은 중국의 사서들이 "신라때 정월 초하루에는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회연하고, 일월신을 배례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아 그 역사가 오래된 것은 분명하다.

축원에 따라 여러가지 놀이와 미풍양속이 하나둘 덧붙여지면서 겨레의 큰 명절로 지켜져온 설날의 행사는 섣달 그믐날 밤의 '수세'로 시작된다.

"동국세시기"를 보면 "인가에서는 다락-마루-방-부엌에 모두 등잔불을 켜놓는다. 백자접시에 실을 여러겹 꼬아 심지를 만들고 기름을 담아 외양간-변소에까지 환하게 켜놓아 마치 대낮같다. 밤새도록 자지 않는데 이를 수세라 한다"고 적고 있다.

설날 아침의 차례나 성묘, 세배가 종적인 인간관계의 확인이라면 뒤이어 벌어지는 각종 민속놀이는 횡적인 연대감을 강화하는 의식이다. 또 섣달 그믐날 자정이 지나면 일찍 살 수록 집안에 복을 많이 안겨준다는 복조리를 사서 실제 조리로도 이용하고 두·세개씩 묶어 방귀퉁이나 부엌에 매어 그 속에 돈과 엿을 넣어두기도 했다. 이는 다산을 기원하는 농경사회의 염원과 부지런해야 함을 일깨우는 풍속이다. 설날 이른 아침 짐승의 소리를 듣고 새해의 운수를 점치기도 했는데 까치소리는 길하고 까마귀소리는 대흉으로 여겼다.

구한말인 1895년 양력이 채택되면서 신정과 구별되는 구정으로 빛이 바래기 시작했고, 일제시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설을 쇠는 사람들이 핍박당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설날이면 학생들의 도시락을 조사해 제사음식을 싸온 학생에게 벌을 주는 일도 있었다. 그후 85년 설날을 '민속의 날'로 지정했으며 99년 '설'의 명칭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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