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견 중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의 성적이 계속 떨어진다며 개탄했다. 그는 좋은 고교에 갈수록 내신이 불리해 지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성적을 올리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예전에는 중학생들의 꿈이 서울대였는데 요즘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서울대를 힐난하고, 일부 선생님들은 대놓고 서울대 폐지론을 들먹이니…”라며 학력저하, 교실 붕괴를 우려했다.
중학생들이 목표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이런 한편에서 교육부는 군 단위 우수고를 육성한다고 하니 헛갈린다.
2008 대입시안이 적용되는 고1 학생들이 내신 중압감으로 인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교육부총리가 나서 내신 반영률이 실제로는 별로 높지 않다고 기자회견 한 게 엊그제인데, 노 대통령이 서울대가 양보해야 한다고 한마디 하자 이제는 논술고사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잔뜩 경계하고 있다. 논술고사 비중을 낮추면서 내신 반영률도 낮추는 묘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3불 정책’을 강조하는 교육부는 걸핏하면 세계적으로 대학별 본고사를 치루는 예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 출신 고교의 학력 수준을 반영하지 않는, 소위 고교등급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도 거의 없다는 사실은 애써 감춘다.
서울대 입시안을 둘러싸고 정부․여당은 일부 시민운동 단체들 이상으로 막말을 쏟아 붇고 있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뜻대로 서울대가 논술고사를 전면 포기하면 우수고교를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될 것이고 그만큼 하향평준화가 가속화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리고 고교 3년간 단 한차례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내신중압감으로 인해 고교는 한층 더 입시지옥화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