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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시험문제도 지적재산권 대상

‘2008학년도 대학입시는 학교생활기록부 위주의 전형이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교육부총리의 최근 발표로 이제 고교에서 교내 시험성적은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일부 몰염치한 업체들은 전국 고교에서 출제된 상당수의 중간, 기말시험 문제지를 입수해 문제집으로 만들어 팔거나 인터넷에 게재해 유료로 판매하며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어떤 학원에서는 이를 제공한다고 유인해 학생들을 유치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는 교사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고 학생들을 상대로 기출문제집을 판매해 돈벌이를 하는 업체에 대한 1차 경고의 의미로 14일 모 인터넷업체를 대상으로 ‘지적재산권침해에 따른 저작물반포등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그런데 혹자는 ‘과연 교사들에게 자신이 출제한 시험문제에 대해 지적재산권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법하다. 결론적으로 답한다면 ‘해당 교사의 명의로 출제한 시험문제는 저작권이 있다’가 정답일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2조에서는 문예, 학술 및 예술의 범주에 관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창작물’이라 함은 저자 자신의 작품으로서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은 1997년 11월 25일 ‘선고 97도 2227’ 판결에서 ‘대입본고사 입시문제가 역사적인 사실이나 자연과학적인 원리에 대한 인식의 정도나 외국어의 해독능력 등을 묻는 것이고, 또 교과서, 참고서 기타 교재의 일정한 부분을 발췌하거나 변형하여 구성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출제위원들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하여 정신적인 노력과 고심 끝에 남의 것을 베끼지 아니하고 문제를 출제하였고, 그 출제한 문제의 질문의 표현이나 제시된 여러 개의 답안의 표현에 최소한도의 창작성이 인정된다면, 이를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로 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교사들이 중간, 기말시험 문제를 학생들의 우열을 가리기위해 정신적인 노력과 고심 끝에 남의 것을 베끼지 아니하고 출제했다면, 그 출제 문제의 질문 표현이나 제시된 여러 개의 답안 표현에 최소한의 창작성이 인정된다 할 것이므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로 봐야 한다.

다만 교사들이 특정과목을 공동으로 출제한 경우에는 공동저작물이 되고, 공동저작물에 대해서는 저작자 전원의 합의에 의하지 않고는 이를 행사할 수 없으며, 다른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으면 그 지분을 양도하거나 질권의 목적으로 할 수 없으나, 권리침해에 대하여는 다른 저작자의 동의 없이 각 저작권자가 침해의 정지나 지분비율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하여 모든 경우에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공복리를 위해 일정한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사용하더라도 침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학교교육목적을 위한 이용, 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공표된 저작물의 보도, 교육, 연구를 위한 인용의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교사가 시험문제에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지 않은 경우 학교법인이 그의 명의로 공표한 때에는 단체명의저작물로 취급되나, 공표되지 않은 경우에는 출제자에게 저작권이 인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법인의 경우 근무규칙이나 계약에서 저작권의 귀속문제에 관해 자유롭게 정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국공립․사립학교의 교사들은 저작권의 귀속문제를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국공립교사의 경우 교육공무원으로서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으므로 영리행위에 제한이 있어 시험출제에 저작권을 인정하더라도 제3자에게 함부로 팔수는 없을 것이나, 사립학교 교사의 경우 근무조건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면 출제시험문제에 관한 저작권의 양도나 매매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에서 교사의 저작권을 개략적으로 언급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나 권리의식이 낮아 그 침해여부에 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 사례는 없는지 뒤돌아봄직하다. 물론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계층에서는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데 왜 그런 제한을 가하는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신 성적의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하여 타인의 권리를 무작정 도용하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사회 윤리적으로 용인하기 어렵고, 그 폐해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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