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공립학교의 아카데미 전환 정책이 10월에 출간되는 백서에 의해 한층 박차가 가해 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8월 28일자 선데이 타임즈에 따르면 그동안 아카데미의 손익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 때, 정책 폐기까지 고려한 적이 있을 정도로 흔들렸던 블레어 수상은 아카데미 전환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지방교육청의 개입을 완전 봉쇄하는 내용을 골자로 담은 10월 백서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레어 수상은 97년 총선에서부터 ‘교육개혁’을 최대공약으로 삼았고, 그러한 개혁의 일환으로 ‘정부 재정지원에 민간인이 운영’하는 아카데미라는 형태의 학교가 지난 2002년 9월부터 도입됐다. 아카데미 학교는 8월 현재까지 17개교가 개교했으며 14개교가 완전 가동을 하고 있다. 노동당 정부는 이런 형태의 학교를 2010년까지 200개교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밝힌바 있다. 이런 학교들을 하나 개교시키기 위한 정부의 지원액은 2천만 파운드(400억 원)이며 이 정책을 실현 하기위해서 교육부가 계상한 예산은 약 10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정책을 선호하는 세력은, 피폐되어가는 학교에 대해 아무런 손을 쓰지 않고 있는 공립학교에 대해 더 이상 기대를 걸지 않는 학부모들이며, 반대 세력은 아카데미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없게 되는 지방교육청과 고용조건이 불안해지는 교사 노조 등이다.
이러한 찬반 양대 세력간의 표면상 논쟁점은 공교육을 민간업자에게 맡길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라든가, 투자액에 대한 효율성이라든가 하는 것들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논쟁의 초점은 과연 아카데미가 학생의 성취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설립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포괄적인 비교연구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가 없었고, 발표된 연구들의 결과물이라는 것이 사례연구에 지나지 않아 어느 한쪽 세력을 승복시키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따라서 아카데미 효율성의 논쟁은 지난 3년 동안 끊이지를 않았다.
이러한 논쟁과는 별도로, 정부의 고민은 법령 개정의 문제로, 스폰서가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지방교육청이 주어진 법적 지위를 이용하여, 관내 공립학교의 아카데미 전환에 비협조적이거나 또는 그것을 저지하고자 하면 전환이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들로 인하여 야심적으로 시작했던 정책도 ‘조심스러워지는’ 스폰서들에 의해 3년째 들어와서는 호응도 시들해지고 신설 학교 수의 증가 속도도 둔해졌다.
하지만 지난 주 발표된 전국 중등학교 졸업생 평가시험의 결과가 나옴으로서, 최초로 아카데미 졸업생이 나오게 되었으며, 전국적으로 비교할 수 있고 또한 포괄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자료가 만들어 졌다. 이 결과에 의하면, 14개 아카데미 중에서 10개교는 공립학교 때 하향세를 보이던 학교 성적을 상향세로 뒤집었으며, 2개교는 동일, 2개교는 지속적 하향세를 멈추지 못했다. 더구나 상향세로 돌아선 10개교 중에는 전국 어느 중등학교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인 상승세를 나타낸 학교가 수 개교에 이른다.
교육부내 아카데미 정책의 추진 팀장인, 아도니스경은 “이 결과는 아카데미 정책이 작동한다는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200개교까지 확대한다는 정책에 대해 더 이상 망설여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우리는 이제 아카데미가 작동한다는 확고한 물증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주장에 반해 전국교사노조 위원장 시놋트씨는 “시험의 결과는 학교장의 리더쉽과 효율성, 교사, 학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아카데미라는 학교의 신분과는 하등관계가 없다. 학교성적의 변화를 아카데미 전환 탓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의 모양새는 마치 불어오는 바람이 자기들이 입으로 불어서 바람이 불어온다고 주장하는 꼴이다”라고 정부의 주장에 냉소를 보냈다. 하지만 이러한 노조의 주장은 왜 다른 공립학교는 그러지 못하고 아카데미로 전환한 학교가 그러한 성적을 올렸는가에 대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시험 결과의 발표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보류상태에 놓여져 있던 10월 국회상정 백서에, 블레어 수상은 사인을 했다. 블레어 수상은 최근 수상관저에서 열린 잠재적 스폰서들이 모인 사적 회의에서 “궁극적으로는 모든 공립학교를 아카데미로 전환하고 싶다”라는 사견을 밝힌바 있다.
공립학교를 인수받아 아카데미로 전환하고자 하는 스폰서는 약 4억원의 조성금을 투자해야하고 정부는 이에 40억원 상당을 투자한다. 현재 런던지구에 7개의 아카데미 신설을 추진하는 아크 재단은 비영리업체로 등록되어 있으며, 기부금 모금 디너파티에서 20억원을 모금했다. 이 파티에는 리챠드 기어같은 배우들을 초청해 그와 함께 춤을 추는 기회를 ‘모금 상품’ 으로 판매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