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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12>“‘독도는 우리 땅' 당연하지 않습니다”

‘동아시아 영토분쟁과 교과서 서술’ 필자 4인 좌담

영토문제의 합리적 해결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독도’라는 말만 나오면 우리는 ‘우향우’자세를 취한다. 이는 바단 우리의 경우만 그런 것?아니다.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은 바로 매도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 6개월간 ‘동아시아 영토분쟁과 교과서 서술??‘총성 없는 전쟁 영토분쟁’이라는 기획 하에 11회에 걸쳐 연재했다. 시리즈 마무리를 위해 박정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배성준 윤휘탁 최덕규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등 4인의 필자는 동아시아 영토분쟁의 합리적 해결은 가능한 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좌담은서혜정 기자의 사회로 6일 오전 한국교총 세미나실에서 진행됐다.
배성준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독도가 우리 땅인 이유 첫째, 둘째, 셋째… 이런 교육은 의미가 없습니다. 영토문제의 역사나 당시 정세에 대한 풍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박정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일본과 중국의 입장 차이가 영토문제나 과거사 문제로 표출되면서 최근 영유권 분쟁이 불거지고 있는 것입니다.”
     
윤휘탁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분쟁 대상 영토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고  화해와 상호 교류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어야 합니다.”
 
최덕규
고구려연구재단
연구위원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기억사이에 생기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 ‘문화중심적’ 역사서술 방식 도입이 필요합니다.”

사회=올해는 센카쿠(조어도), 독도(다케시마) 등 동아시아의 영토분쟁이 어느 때보다 격렬했습니다. 그 배경이나 원인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배성준=표면적으로는 일본의 우경화가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냉전 해체 이후 동아시아 질서의 변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80년대 이후 개혁개방을 통한 중국의 부상과 90년대 일본경제의 침체로 동아시아는 중국, 일본의 2강 구도로 재편되었습니다. 2강구도 속에서 일본은 ‘내셔널리즘’으로 재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민이 62%에 이르는 등 우경화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영토문제는 이러한 국민들의 비판을 지지로 돌려놓을 수 있는 좋은 소재입니다.
박정현=그렇습니다. 영토분쟁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제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노골적인 견제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일본과 중국의 입장 차이가 영토문제나 과거사 문제로 표출되면서 최근 영유권 분쟁이 불거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덕규=동아시아 지역의 영토분쟁은 본질적으로 일본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제한할 수 있는 조약기구의 부재도 그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 소련의 주도로 이미 1975년 유럽안보회의에서 ‘전후 형성된 국경은 침범할 수 없다’는 원칙을 통과시켰지만 동아시아에서는 전후 국경선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지역협의체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전후 동아시아 국경획정의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한 미국은 지역 내 안정보다는 세력균형 원칙에 입각한 일본과의 안보동맹체제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에 따라 영토분쟁은 억제되기도 하고 고조되기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회=동아시아 영토분쟁의 불씨와 핵이 일본에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럼 분쟁 당사국들의 영토정책이나 대응방식은 어떠한가요. 일본과는 입장이 많이 다를 텐데요.
=독도문제의 경우 일본은 공세적으로, 한국은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땅을 현재 자국의 영토로 지배하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에 일반적으로 벌어지는 대응 방식이지요. 일본은 독도를 분쟁지화해서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기 위하여 공세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 한국은 독도가 분쟁지가 아니라 한국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현재 상태가 그대로 지속되면 될수록 유리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대응에 그치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 3월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제정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적극 대응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왜곡된 주장에 강하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독도와 동해 문제에 대한 연구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영토정책은 방어적이며, 패권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영토 설정 자체가 중국 영토가 아니었던 곳에 대해 연고권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정책은 패권주의적입니다. 중국은 영해 방위 방법으로 먼저 해양 조사선을 파견하고, 그 뒤 군함을 파견하여 시위를 한 뒤, 항구적인 구조물을 건설해 점차 침식해 들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조어도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해양 조사선과 군함을 파견해 시위를 벌이는 것이 그 예죠. 중국의 영유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실력이 미약한 현재 이 문제를 협상이나 그 밖의 방법으로 해결하기보다 중국의 군사적 역량이 강해졌을 때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조어도나 남사군도 문제에서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러·일간에는 북방4도 분규를 해결하기 위한 3가지 방안이 제시된바 있습니다. 우선 1956년 蘇日聯合宣言은 소련과 일본이 평화조약을 체결한 후에 소련이 일본에게 하보마이와 시코단을 일본에게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러시아는 1996년 11월 포클랜드 군도 해결방식을 모방해 쟁의가 있는 도서를 공동관리·개발하자고 제안한바 있고, 1998년 4월 일본은 러시아가 분쟁도서들을 규정된 기한까지 관리한다는 홍콩방식을 제안했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4개 도서를 반환할 생각이 없으며 단지 하보마이와 시코단 2개 섬은 돌려줄 수 있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그렇지만 일본의 입장은 전부 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국의 입장 차이가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회=분쟁의 대응 방안이 정말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밖엔 할 수 없는 것 같군요. 이런 다양한 대처법에서 독도나 간도 문제 등에 우리는 어떤 시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윤휘탁=아편전쟁 이후 서구 열강(일본을 포함해서)의 침략으로 대규모 영토 상실의 아픔을 경험한 중국인들은 중국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주변 당사국을 중국을 침략한 ‘원흉’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반응에 비추어 볼 때, ‘간도문제’ 제기는 중국정부 차원에서 추진된 동북공정과 달리, 중국국민 전체의 반한(反韓)감정을 불러일으켜 중국의 강경대응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통일이라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목표실현에 앞서 간도문제부터 제기하는 것은 통일 실현에 필요한 중국의 협조를 곤란하게 만들어 통일을 어렵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주변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민족의 단결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경제발전과 통일실현에 진력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간도문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북한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간도문제에서 북한은 당사국에 해당하기 때문에 북한의 인식이나 대응도 고려해야 합니다. 독도문제는 조어도와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조어도는 청일전쟁 중에, 독도는 러일전쟁 중에 일본이 편입했습니다. 일본은 선점에 따른 실효적 지배를 주장하는 반면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침략과정에서 빼앗겼다는 점을 중시하는 것도 같습니다. 서로의 사례를 참고해 도움을 주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2차 대전 이후에 형성된 국경은 변경할 수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흐루시초프가 일본에 속하지 않는 영토를 일본에 반환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를 반문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독도에 대한 대응방식으로 러시아의 논리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영토분쟁이 이렇게 민감하고 복잡한 만큼 교과서 서술도 간단치 않은 것이 사실인데요. 시리즈를 통해 각국의 교과서를 분석하시면서 교과서 서술 방식에 대해 느낀 점과 문제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중국이나 주변국 교과서는 영토문제에 대한 직접언급 없이 사회과 부도나 지리 교과서 지도에 간단한 경계선 표시를 하고 있는 정도인 반면 우리 교과서는 독도와 간도문제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해 중고생에게 민족의식과 영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심어주려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만, 실제 영토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영토문제는 대단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독도문제만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것이 당연시 되지만 국제적으로는 그렇다고 확신을 할 수도 없습니다. 일본의 주장을 보면 나름대로 근거가 있고 우리에게 불리한 증거도 있기 때문입니다. 영토문제 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문제 발생의 국제적 배경과 분쟁 당사국의 주장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배=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우리나라 중고교 교과서의 간도 부분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서 백두산정계비를 세운 숙종 때부터 간도는 우리 영토라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아무리 교과서가 자국중심이고 민족주의적 틀에 매여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이 서술되어서는 곤란하니까요.
최=교과서 서술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민족과 국가를 앞세운 역사서술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기억사이에서 생기는 간극을 좁히기 위해 ‘문화중심적’ 역사서술 방식의 도입도 필요합니다. 땅을 중시하는 19세기적 식민주의로 회귀하는 요즘의 신제국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으로 보면 영토분쟁의 해결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해결책이 있는 건가요?
  =근본적 해결은 어렵지만 정치적 협상이나 경제 교류를 통해 자원의 공동 이용이라는 측면으로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토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인 대립이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상호 이해와 배려가 먼저 선행되어야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습니다.
=독도 인근에서 석유가 나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영토문제도 이제 갈등의 장소가 아니라 평화의 장소로 만들기 위한 모색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있지만 1998년 한일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독도 인근을 공동관리구역으로 만든 것은 그런 면에서 좋은 사례라고 봅니다.
=피의 대결을 통해 ‘영광뿐인 영토’를 획득하는데 그칠 것인가, 분쟁 대상 영토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고 화해와 상호 교류를 통해 더 큰 이익을 얻을 것인가? 이 시대 동아시아인들은 이 두 가지 문제의 효용성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길은 분명합니다. 이 시대 동아시아인들은 후자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사회=얼마 전 와카미야 요시부미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이 독도를 ‘우정의 섬’으로 만들자고 했던 칼럼이 생각나네요. 반일감정과 막연한 위기감에 휘둘린 독도 인식이 독도에 대한 합리적이고 비판적 시각을 가로막고 쓸데없는 충돌만 야기한다는 점, 다시 한 번 상기해야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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