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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등학교 선택권’ 실질적 보장

◆ 정부, ‘10월 백서’ 국회에 제출, 관심 고조
등급제로 학생 배분…사실상 평준화 종결 의미
공립학교 매각, 자율형 사립학교 지원도 강화


10월 25일 영국정부가 ‘학생의 중등학교 선택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백서를 국회에 상정해 ‘2006년 교육법’으로 그 효력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중등교육은 ‘5 플러스 2’년제로 7년이며, 대부분의 중등학교가 중-고등학교 7년으로 묶여 있기에 11세 다음의 입시는 곧바로 18세 대학이다. 한국의 경우는 중등교육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분리되어 있어,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이 두 번으로 나누어지지만, 영국의 경우, 11세 중학교 입학이 곧바로 18세 대학입시로 이어지기에 국민의 ‘중등학교 평준화’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한 국민의 관심보다 훨씬 높다.

이번 백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공립학교의 매각 ▲학교 운영에 학부모의 참가 확대 및 권한 강화 ▲자율형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 ▲등급제 학생 배분 ▲학교의 역할 확대 등이 주요 골자라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이런 내용들은 지금까지 일부 지역 또는 학교에서 운영되어 오던 형태여 전혀 새로운 ‘개혁안’으로서의 신선함은 그다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67년 ‘평준화’ 실시 이후, 그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이 80년대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고, 특히 지난 15년간 수정을 거듭하면서 거의 ‘사문화’된 평준화 시스템이 ‘종식 선언’ 된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물론 여기서 ‘종식’ 이라는 말은 38년 전의 시스템으로 되돌아간다든가 중등학교 입학이 예전처럼 시험에 의해 선별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공립학교의 매각’이라는 것은 3년 전에 시작했던 ‘Academy' 라는 일종의 ‘공립사영’ 형태의 학교를 확대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간인이 학교자산의 10% 정도를 부담하면, 지방교육청의 재산으로 있는 학교를 넘겨준다는 것이다. 학교운영이 민간인의 손에 넘어가게 되면 “교육이라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보장도 없고 정부예산의 집행이 위험하다”라는 반발이 많았지만 지난 3년간의 경험에서 아카데미는 하향세에 있던 학교들의 성적을 상향세로 반전시켰으며, 그 속도도 전국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어, 반대세력의 주장을 불식시킬 수 있었다.

‘학교운영에 학부모의 참가확대와 권한강화’는 현행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으로서, 현 형태와의 큰 차이점이라면, 학교장을 포함한 직원의 해고절차를 간단하게 하고,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교육부의 명령권을 호출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자율형 사립학교에 대한 예산지원’이란 1980년대 말 보수당 정부에 의해 일부 사립학교에 실시되었다가 1998년 노동당 정부에 의해 종료된 정책이다. 현재, 연간 수업료를 2000 만원 상당을 징수하는 사립학교에, 정부가 학비를 일부 부담하고, 수업료를 부담할 수 없는 저소득층 자녀도 입학시킨다는 방침이다.

학부모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항은 입학생 배분으로, 지원자가 정원을 초과하는 학교에서는 입학시험을 실시하기는 하되, 성적상위권에서만 뽑는 것이 아니라, 전체 성적 분포를 몇 등급으로 나누어 각 등급에서 일정 비율씩 뽑게 한다. 가령 5등급으로 나눈다면 각 등급에서 20%씩 뽑아,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 전체 입학생의 20%, 가장 못하는 아이들도 20%를 차지하게 된다.

그동안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기는 했지만 학교별 임의규정(가령 통학 거리나 형제 자매의 재학 여부, 그리고 종교 등을 고려)에 따라 학생이 선발돼 왔었고 이번에 백서를 통해 선발 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특히 현행 시스템에서는 좋은 학교 주변으로 부자들이 이주를 함에 따라 이 지역의 집값이 상승되는 현상을 가져왔고, 결국 무료 또는 저렴한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이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학교 선택권을 행사하는데 많은 지장을 받아왔다. 이번 백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한다고 볼 수 있다.

‘학교의 역할 확대’는 지난 9월말 출판된 정부의 정책 계획서 ‘Extended school'의 내용을 법안에 짜 넣은 것으로서, 학교를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 계획서는 학교를 비단 ‘교육’의 장으로서 만 쓰는 것이 아니라 ‘아동보호 및 복지’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게 한다는 것과, 지역사회의 구심체로 지위 향상을 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의 내용은 현재 아동보호 및 복지와 관련된 경찰, 병원, 소시얼 세큐리티, 소시얼 워커등의 네트웍 중심에 학교를 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후자는 직장에 나가야하는 어머니를 위한 ‘아침 식사 클럽’, 그리고 예술, 문화, 체육, 보충학습, 봉사활동 등을 조직하는 ‘방과 후 활동’의 확대,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학교시설 개방 등이 그 내용이다.

현재 일부 초등학교는 ‘조식 클럽’ 같은 것은 ‘사용자 실비부담’으로 제공해 오고 있으며, 일부 중등학교는 야간에 주민을 대상으로 컴퓨터실을 이용하여 컴퓨터 수업을 하고, 또한 일부 학교들은 학교 강당이나 식당을 지역 주민의 결혼식 또는 각종 연회용으로 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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