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공모교장제 도입을 둘러싸고 내분을 일으키고 있다. 학운위에 의한 무자격 교장 선발은 교육경시라며 철회를 주장하는 쪽과, 현행 근평을 개선하고 책무성을 높이기 위해 교장 선발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내홍의 진원은 지난달 21일 한나라당 이주호․임태희․진수희 의원이 현행 근평제도를 승진도구로 비판하며 △학생․학부모 참여 교원평가제 도입 △교사 자격 없이도 학운위가 교장으로 선발할 수 있는 공모교장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교장 임용이 학교 특성 등에 따라 이뤄지지 않고 단순히 승진 순서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며 제안 취지를 밝혔었다.
이에 대해 일선교단의 항의가 빗발쳤고 한국교총은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항의방문을 벌이며 철회를 촉구해 논란이 가열되는 상태다. 교총은 12일 전국교육자총궐기대회에서 이들 의원을 교육경시 주적으로 거론할 것도 검토 중이다.
이런 와중에 2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김영숙 의원은 같은 교육위 소속 이주호 의원의 ‘공모교장제 도입법’의 철회를 정면으로 요구하며 반기를 들었다. 교장 출신이기도 한 김 의원의 경험과 철학으로는 ‘교사 자격이 없어도 학운위가 교장으로 선발할 수 있다’는 법안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김 의원은 “임태희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주호 제5정조위원장, 진수희 제6정조위원장 등이 교사자격증이 없는 사람도 교장이 될 수 있는 초중등교육법 및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한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특히 한나라 당론처럼 법안이 발의돼 일선 교원들의 우려가 더 크고 항의와 면담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를 향해 “교장을 깔보고 나아가 교육을 경시하는 이런 비교육적인 법안은 결코 한나라당론으로 채택돼서도, 법안으로 통과돼서도 안 된다는 점에서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 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는 교장이 교육지도자이고 장학지도자이며 수업지도자임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런 교장을 학운위가 좋다면 아무나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사, 부장교사, 교감 등의 경험과 자격을 무시하고 한나라당이 교육을 경시하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법안으로 인해 40만 교원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고 한나라당은 교단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으로 비난받을 것”이라며 “한국교총과 전국 초중고 교장협의회 등이 반대하는 이런 법안을 추진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 2007년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명에 나선 이주호 의원은 법안 발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면서 “문제가 있다면 당 차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다음 날인 3일 이주호 의원과 임태희․진수희 의원은 공동성명서를 내고 “전교조의 反APEC 수업과 같은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 교원평가와 교장공모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기제출도니 교육공무원법과 초중등교육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현재의 교원인사시스템으로는 학생,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고, 교육의 내용과 효과에 대해 교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교사는 학생의 수업 및 학교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교장은 학교의 성과를 책임질 수 있도록 교원평가와 교장공모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의원의 공모교장법안 발의와 김영숙 의원의 철회 요구, 이 의원 등의 재차 관철의지 천명 등이 이어지면서 ‘무자격’ 공모교장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은 점점 증폭될 전망이다. 특히 김영숙 의원 외에도 교육위 이군현 의원과 황우여 위원장을 비롯, 여타 의원들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어 향후 법안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