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교육정보화 추진을 당초 2002년에서 올해까지 완결하기로 발표한 이후 정부는 이를 위한 추진방안과 후속조치를 계속 발표했다.
열악한 학교의 정보환경을 고려할 때 이같은 정부의 의지는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친 장미빛 청사진이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이같은 계획의 목표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계획에 의하면 전국 1만351개 초중등학교에 컴퓨터 실습실을 1교실씩 구축(36학급 이상 2실)하고 전국 34만명의 교사에게도 PC 1대씩을 보급하게 된다. 또 교단선진화 사업으로 전국 20만 교실에 멀티미디어 교수-학습환경을 구축하고 모든 학교와 교실을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교육용 컴퓨터 12만대가 추가로 보급되고 교원용 PC도 7만500대가 추가 배치된다. 아울러 9만3290개 교실에 PC, VCR, 영상장치가 추가 설치되고 7449개 학교에 학내망을 추가 구축하게 된다. 이같은 계획이 달성된다면 최소한의 하드웨어 구축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 총소요액이 5678억원으로 사업이 앞당겨짐에 따라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예산은 257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재원은 지방의 몫이다. 학내전산망 구축 사업 및 교원·교육용 PC 보급 사업은 국고에 대한 지방비 대응투자 비율이 2:8이고 인터넷 통신비 지원 사업은 5:5, 교단선진화 사업은 전액 지방비 투자 사업으로 지방비 부담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별로 지역재정이 힘든 상황에서 과중한 투자예산 확보가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달 10일 시·도교육청 부교육감회의를 열고 올 연말 조기완료 되는 교육정보화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시·도별로 확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기확보된 419억의 국고와 300억의 정보화 촉진기금을 기일내에 배분할 계획이나 부족되는 1861억의 지방비는 시·도별로 기채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해 1차 추경시 교육정보화사업 예산을 우선 확보하고 시·도에 따라서는 교단선진화나 교원용 사업은 리스로 보급하되, 소요재원 부족시 기채를 통해 확보할 것을 시달한 상태다. 그러나 과연 교육부의 의도대로 예산이 확보돼 사업이 완료될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의 사업추진실적을 살펴보면 불가능에 오히려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까지 이뤄진 교육용 컴퓨터 보급은 29만9000대가 보급돼 76% 수준, 초·중등학교 교사용 컴퓨터는 23만3000여대로 70% 수준이다. 교단선진화도 51% 수준이며 초중등학교 전산망은 4645개학교로 50%도 밑돌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수준으로 2002년까지의 계획에서 보면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예산배정의 비중을 놓고 한바탕 교육부와 지역교육청이 한바탕 씨름을 했고 목표치에 어느정도 부족한 결과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실제 시도교육청별로는 예산 미확보로 추진실적이 큰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의 경우 교육용 컴퓨터는 지난해까지 4만7000여대로 72% 수준이다. 초·중등학교 전산망도 95학교로 8%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해 안에 90%가 넘는 학교에 전산망을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은 타 시도교육청에 비해 규모가 매우 큰 교육청으로 전국의 학생과 교사의 4분의 1이 서울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교육청이 올해 과연 아무리 기채를 통해 정보화예산을 투입한다고 해서 만족할 만할 수준을 보일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시·도교육청도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정보화 관련예산 부족분을 기채로 충당하는 것은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재정 형편상 불가능하다 입장을 나타내고 교육부에 특별교부금 지원을 요구한 상태다. 지난달 24일에는 시·도교육감들이 교육정보화 관련 예산 부족분을 중앙정부가 특별교부금으로 지원해 줄 것을 교육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입장은 기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치고 있다.
일선 교사들도 단기간의 하드웨어 보급정책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소프트웨어와 교원 연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는 것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