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간 기부에 눈을 돌리는 미국 공립학교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부자에게 학교 이름을 개명할 권한까지 주는 등 자금 유치를 위한 아이디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이 26일 보도했다.
필라델피아 페어마운트 파크에 내년 개교하는 한 고등학교는 최신식 시설 때문에 '미래의 학교'라는 별칭이 붙었지만, 민간의 자금을 끌어들이는데서도 미래의 모델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 학교의 안내서에는 학교의 벽에 이름을 올릴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제안이 즐비하다. '공연관에 100만달러, 체육관에 75만달러, 푸드코트에 50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사(社)는 이 학교의 '마이크로소프트 방문객 센터'를 위해 10만달러를 내놓았다. 무엇보다 500만달러의 기탁자에게 학교의 이름을 작명할 자격을 준다는 대목은 압권이다.
그러나 학생의 85%가 빈곤선 이하인 해당 지역에서 이런 제도는 절실하다는 것이 필라델피아 교육계 관계자의 주장이다.
4년전 뉴저지주 브루크론 통합교육구가 지역 슈퍼마켓으로부터 10만달러를 기부받았을 때는 큰 뉴스가 됐지만, 이후 비슷한 민간기부 사례들이 잇따랐다.
재정난에 빠진 통합교육구들은 민간 자금을 끌어들는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담 직원을 두거나, 고등학교 무도회에 기업 협찬을 받으려 하거나, 학교 지붕이나 스쿨버스에 광고를 유치하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 자체가 새로운 것이어서, 전개 방향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교육 당국자들은 말한다.
민간의 자금을 갈구하는 속사정은 제각각 다르다. 다만 빠듯한 교육예산, 학교 운영비의 증가, 정부의 새로운 요구조건 등으로 인해 학교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면 교육 재정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주(州)의 공통된 사정이다.
많은 지역사화가 세금을 올릴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공립학교들은 점점 더 대학, 병원, 사립학교의 모금운동을 주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책 전문가와 교육 관리들은 이것이야말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민간자금마저 고갈되거나, 학교 정책 입안에 기부자들이 부적절하게 끼어든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납세자들이 공교육에 대한 책무를 도외시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는 반론이다.
나아가 민간모금으로 인해 부자 교육구와 가난한 교육구 사이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