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은 작년 주요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사용된 신어를 조사한 ‘2005년 신어’ 보고서를 펴냈다. 작년 한 해 동안 어떤 단어가 새로 만들어졌고 또 어떤 말들이 자주 쓰였을까. 보고서는 2005년 신어 408개, 2004년 신어 344개, 2003년 신어 341개, 2002년 신어 187개, 1995년 신어 1339개 등 총 2619개 어휘를 다뤘다.
지난해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신어는 8개 매체에서 총 241회 나타난 ‘스쿨 폴리스(school police)’가 차지해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 각계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스쿨폴리스’는 퇴직교원, 경찰관, 사회복지사 등이 교내외 학교폭력 예방지도를 담당하는 제도로, 교육부는 작년 5월부터 이 제도를 부산 지역에서 시범운영하기 시작했다. 스쿨폴리스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배움터 지킴이’라는 순우리말로 명칭을 바꾸기로 한 바 있다.
이외에도 최근 인권위 권고안으로 논란이 됐던 생리통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생리 공결제’나 어린 자녀를 가진 직장인이 정시에 퇴근하는 날을 가리키는 ‘육아데이’ 등의 단어도 많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생충김치’, ‘납김치’ 등의 중국산 식품 관련 신어와 ‘공시족(公試族)’, ‘공시촌(公試村)’, ‘금융고시’ 등 직업 선호도를 반영한 신어도 눈길을 끈다.
특별한 경향을 가진 사람들의 무리를 의미하는 접미사‘-족(族)’은 2002년에 49개, 2003년에 54개, 2004년에 39개의 신어를 만들어 낸 데에 이어 2005년에도 45개의 가장 많은 파생어를 탄생시켰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 생긴 제도의 명칭을 나타내기 위해 쓰인 ‘-제(制)’도 ‘생리 공결제, 대리 배달제’ 등 6개의 신어를 만들어냈다.
영역별로는 ‘관고민저(官高民低)’ 등 사회 영역의 신어가 157개(38.5%)로 가장 많았고, ‘세다이어트’, ‘안방펀드’ 등 경제 분야 신어가 7.4%, 통신(5.9%), 정치(4.2%), 의학(2.5%), 법률(2.2%), 교육(1.5%) 등이 뒤를 이었다. 외래어 구성요소는 영어가 129개(89%)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신파라치’, ‘서울시파라치’ 등 파파라치에서 파생된 이탈리아어도 7개(4.8%)를 차지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이 10년 전에 조사한 1995년 신어 1339개 단어를 다시 살펴본 결과, 이 중 1.1%에 해당하는 14개 단어가 현재는 쓰이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밤에만 조깅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던 ‘검프족’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유행이 지난 뒤 사라졌고, 자녀에게 친필 메모를 전하던 ‘글사랑족’도 전화와 이메일이 활발한 현재는 쓰이지 않고 있다. ‘안기부’라는 기관명칭과 함께 사라진 ‘안기부맨’, 영어 사용이 급격히 늘면서 ‘노세일(no sale)’, ‘도어 핸들(door handle)’이란 단어에 자리를 내준 ‘무세일’과 ‘문열개’ 등도 자취를 감춘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국립국어원 측은 “신어의 생성은 사회 현상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면서 “어떤 말이 새로 만들어지는가, 만들어진 말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가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