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등장은 전통적 글쓰기 교육의 구조를 조용히 무력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은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 도구에 지시문을 입력하고, 그 결과로 생성된 텍스트 조각을 조합·수정·편집하는 방법으로 글쓰기 과정을 재구성한다. 이는 대규모 언어 모델이 인간 고유의 인지 작용을 분담해 줌으로써 글의 생산성을 증가시켜 주는 효율성 때문이다.
효율성 이면의 부작용 심각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의 이면에는 외주화가 준 편리함에 대한 부채, 즉 ‘인지의 부채’와 이로 인한 ‘쓰기 막힘’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Kosmyna 외(2025)의 연구에서, AI를 글쓰기 전체 과정에서 활용한 학생 중 80%가 자신이 작성한 글에서 중요 문장을 다시 기억해서 인용하지 못했다. 이는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글을 조직하는 치열한 사고 과정을 생략한 대가로 돌아온 ‘인지의 부채’인 것이다.
또한 장동민·박종호(2025)의 연구 결과, AI 활용 글쓰기 비율이 높은 경우 AI 도움 없는 글쓰기로 전환했을 때, 내용 조직과 논리적 연결, 적당한 어휘 인출 등에서 심각한 ‘쓰기 막힘’을 겪었다. 즉, AI에 의존한 학생들은 스스로 글의 구조를 작성하고 문장 생성에서 숙고해 본 경험이 없어서 AI라는 인지 외주 도구가 사라지는 순간, 글에서 한 문장도 새롭게 내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AI를 활용한 글쓰기의 효율성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AI를 활용함으로써 글쓰기를 통한 성찰과 내면화라는 글쓰기 고유의 기능을 잠식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숙고 과정을 AI에 맡기게 되면 인간은 더 이상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주도적인 문제해결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비판적 사고라는 고등 정신 기능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AI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은 생산성보다는 인지적 발달을 고려해 사고를 조직하고 정교화하는 과정으로 진행돼야 한다. 먼저, 초등 단계에서는 계획하기-내용 생성-내용 조직-표현하기-고쳐쓰기와 같은 과정 중심 글쓰기를 통해 한 편의 글을 온전히 작성하는 경험을 충분히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AI는 지시문 입력에 따라 다른 글이 생산된다는 것을 익히는 정도의 경험이면 충분하다.
중등 단계에서는 AI를 활용하기 전에 스스로 글의 구조를 설계하게 하는 ‘인지적 워밍업’과 AI를 자신이 스스로 작성한 글에 대한 피드백에 활용하도록 한다.
고등 단계에서는 AI의 작동 원리를 배우고, 글쓰기라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AI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인 지시문으로 변환해 소통하는 방법을 익힌다. 그리고 AI를 통해 산출된 글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변형하는 총체적인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사고의 근육 키워줘야
이러한 학생 인지 발달에 따른 교육은 교육 당국과 교사의 치밀한 논의와 연구를 통해 마련한 교육적 비계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교사는 이러한 교수 설계를 통해, 학생들이 AI의 편리함에 함몰되지 않고 ‘사고의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자유롭게 활용하며 더 깊은 성찰로 나아갈 수 있는 ‘현명한 필자’로 성장시킬 방법은 인간의 사고 과정을 중심에 두는 교사의 지혜롭고 전문적인 교육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