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학생들의 운동장 사용을 금지한 초등학교가 전국에 312곳에 이른다고 한다. 안전사고 우려, 학생 소외 민원, 놀이 소음에 따른 민원 때문에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 자체를 폐쇄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운동장 자리에 건물을 증축하며 체육 공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금지 아닌 안전 담보 필요
‘시끄럽다’는 민원 앞에서 학교는 운동장을 닫고, 아이들은 교실과 스마트폰 속으로 밀려났다. 이것은 단순한 학교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세대의 건강과 공동체성을 포기하는 사회적 퇴행이다.
과거엔 ‘체력은 국력이다’는 말이 한동안 흐름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학생들의 비만율과 스마트폰 의존도는 급증하지만 정작 뛰어놀 공간은 줄고 있다. 운동 부족은 단순히 체력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우울감, 집중력 저하, 사회성 결핍으로 이어진다. 결국 학력마저 무너진다. 공부와 체육을 분리하는 왜곡과 오류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른들의 극단적 모순과 이기주의다. 학군을 위해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선호하면서도 정작 운동회 소음에는 민원을 넣는다. 아이들 웃음소리를 ‘생활 소음’으로 규정하는 사회는 결국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불편조차 견디지 못한다면, 저출생 시대에 누가 아이를 낳고 키우려 하겠는가?
이제 더 이상 이런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우선 운동장 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학교가 임의로 전면 통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안전사고 우려가 있다면 놀이 안전관리 인력과 학교 스포츠 강사를 확대 배치하면 된다. 위험 때문에 활동을 금지하는 것이 아닌 안전한 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학교 체육공간 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 운동장을 없애고 건물을 짓는 경우 동일 규모 이상의 대체 체육 공간 확보를 의무화해야 한다. 학교는 성장의 공간이어야 한다.
셋째, ‘도심형 학교운동장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옥상 체육공원, 실내 복합체육관, 학교 숲 놀이터를 국가 예산으로 확충해야 한다. 아파트 밀집지역 학교는 방과후와 주말에 지역 아이들에게도 개방해 생활체육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움직임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다.
넷째, 체력 평가를 건강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과거 체력장의 문제는 줄 세우기였다. 그러나 학생 건강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 자체는 필요하다. 달리기 기록보다 심폐지구력, 비만도, 운동 습관, 정신건강을 함께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학생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배려 중심 인식 전환 중요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다. 아이들은 조용히만 자라지 않는다. 넘어지고 뛰고 부딪히는 가운데 신체 및 정서적, 지적 능력이 복합적으로 성장한다. 운동장은 협동과 경쟁, 배려와 회복을 배우는 첫 교실이다. 그 공간을 없애거나 폐쇄하는 순간 우리는 건강과 공동체성을 잃은 세대를 배출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태어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의 왁자지껄 웃음소리를 민원으로 처리하는 사회에서 국가의 미래가 밝을 수 있겠는가? 운동장을 닫는 것은 단지 문 하나를 잠그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몸과 마음, 그리고 국가의 미래 가능성을 함께 가두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라도 학교 운동장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며, 국가의 책임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