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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40) 인간의 이해를 위하여 -끝

과학은 자연을 탐구하는 방법
인간을 볼 때는 마음의 눈으로

넓게 볼 때 우리의 탐구영역은 세 가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인간(생물) 그리고 영적인 영역입니다. 모든 학문이 이것들을 탐구하기 위한 것입니다. 자연을 탐구하는 분야는 물리학이라든가 천문학, 기상학, 화학 등의 학문입니다. 인간(생물)을 탐구하는 분야는 생물학, 의학, 문학,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등의 학문이고, 영적인 분야를 탐구하는 학문으로는 신학이 있습니다.


각 영역을 탐구할 때는 거기에 알맞은 방법론이 있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신봉하는 과학적인 방법은 비생물인 자연을 연구하기에 알맞은 방법입니다. 과학적인 방법론의 가장 큰 특징은 검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사과가 항상 아래로 떨어지고 섭씨 100도가 되면 물이 끓는 것처럼 특정 조건만 갖추어지면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피사의 사탑에서 갈릴레이가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동시에 떨어뜨렸을 때 두 물체는 동시에 떨어졌습니다. 갈릴레이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실험을 해도, 400년 전이 아니라 오늘 당장 실험을 해도, 피사의 사탑이 아니라 63빌딩에서 실험을 해도 결과는 똑같이 나옵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실험을 하든 방법만 같다면 결과가 같아야 하는 게 과학적 방법입니다.


심리학을 한 마디로 정의내리면 “인간의 행동과 정신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인간을 연구하는 심리학에서도 과학적인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심리학의 정의에 불만족스럽습니다. 왜 인간을 연구하는 데 과학적인 방법을 써야 하는지...


과학적 방법을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모든 것을 육안으로 보려 했습니다. 그래서 인간(생물)뿐만 아니라 영적인 분야까지도 과학적으로 증명해 보이려 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오래 전 신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에는 다툼이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신학자들에게 신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보이라는 압박을 가했고, 신학자들은 모든 자연현상이 ‘신의 섭리’라고 뭉뚱거리거나 또는 ‘과학적으로’ 신의 존재를 입증해 보이려는 ‘헛된’ 노력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탐구대상에 대한 방법론의 적용을 잘못했기에 빚어진 결과였습니다.


인간(생물)과 영적인 영역을 탐구할 때는 또 다른 방법을 써야 할 것입니다. 자연을 탐구할 때 사용한 과학적 방법이 육안(肉眼)이라면, 인간(생물)을 연구할 때는 심안(心眼), 영적인 영역을 탐구할 때는 영안(靈眼)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통합심리학자 켄 윌버는 ‘아이 투 아이’라는 책에서 감각의 눈, 이성(마음)의 눈, 관조의 눈을 주장하면서 각 대상에 대해 보는 눈을 달리 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즉 인간을 이해할 때는 있는 그대로 보는 현상학적인 눈(心眼), 영적인 대상을 탐구할 때는 명상을 통한 관조의 눈(靈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간은 조건만 똑같으면 항상 같은 반응을 보이는 비생물이 아닙니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오늘도 어제와 똑같이 행동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인간은 마음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비생물을 탐구하는 과학의 잣대로 인간을 재단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도 어려운 것은 아닐 듯합니다. 마음을 열고 마음의 눈으로 보면 인간이 보이고 그 속에 숨은 마음이 보일 것입니다. 이것이 인간 이해의 출발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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